1935년 25세의 도로시 크로폿(1910~1994)은 X선 회절영상으로 인슐린 결정 촬영에 성공했다. 필름
을 인화하여 확인해보니 X선 결정을 통과하여 사진판에 닿은 규칙적인 무늬가 뚜렷이 보였다. 인슐
린은 1921년에 이미 발견되어 당뇨병 치료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져 있었지만,
이후 연구개발에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도로시는 인슐린의 분자구조를 확인하면 당뇨병 치료에 구
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그날 밤을 꼬박 새워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그로부터 34년이 더 지나서야 실현되었다.
도로시는 고고학자인 아버지가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고대유적 발굴에 참여하고 있을 때 태어났다.
아버지는 직업상 지구 곳곳에 있는 영국의 식민지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도로시는 부모와 떨어져 영
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자랐다. 16세 때 잠시 아프리카 수단의 아버지 집에 머물던 도로시는 아버지의
친구인 토양화학자 A. F. 조지프로부터 광물을 분석하는 화학약품을 선물로 받아 귀국했다. 도로시
는 다락방에 실험실을 차려놓고 온갖 돌삐를 주어다 화학약품에 담가보는 등 각종 실험을 했다. 때마
침 어머니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책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윌리엄 브래그의 실험과정을 읽으면
서 화학 실험에 흠뻑 빠져들었다.

실험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 영향으로 도로시는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화학을 전
공으로 택했다. 도로시는 X선 결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 존 버널 교수의 실험실에 연구원으로 채용되어 각종 비타민, 호르몬, 단백질 결정 등을 X선 사
진으로 촬영하는 일을 했다. 도로시는 1937년 화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그해에 아프리카學 학자인
토머스 호지킨과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도로시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결정학 분야의 고난도 주제에 매달렸다. 동물 세포
막의 중요한 구성물질인 콜레스테롤 연구가 주제였다. 콜레스테롤 분자 한 개에 무슨 원자가 몇 개씩
들어 있는지는 밝혀져 있었는데, 도로시는 그 원자들이 2차원이나 3차원에서는 어떻게 배열되어 있
는지를 밝혀보기로 했다. 도로시는 X선 결정학 기술을 응용하여 콜레스테롤의 모양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계산기나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일일이 각도기와 계산자를 이용하여 밝혀낸 놀라운 결
실이었다.

1940년부터는 페니실린 구조 연구에 착수했다. 페니실린은 1928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
밍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획기적인 약효에 비해 생산효율성이 낮아 대량보급이 불가능했다. 페니실
린의 구조를 밝혀내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을 터였다. 숱한 시행착
오 끝에 도로시는 1945년에 가서야 페니실린의 구조를 알아내어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다른 나라에 정보가 유출될까 염려하여 1949년에 가서야 논문 발표를 허용했다.
영국 과학계는 논문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도로시의 업적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1946년
옥스퍼드대학은 도로시를 교수로 채용했으며, 런던왕립학회는 그녀를 정회원으로 영입했다. 페니실
린 구조 연구를 완전히 마친 도로시는 1948년부터 비타민 B12의 구조 연구에 착수했다. 페니실린 분
자에는 원자가 17개 있는데, 비타민 B12 분자에는 원자가 100개 가까이 있기 때문에 도로시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학자들은 원자가 너무 많아 X선 회절영상으로 구조를 일일이 밝혀내기가 귀찮아서 포
기했지만, 도로시에게는 그 난관이 오히려 도전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혈
액세포 생성이 원활하지 않아 통증‧우울증‧사고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킨다.

이후 도로시는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리며 한동안 정치활동에 빠져 연구를 멀리했다. 반전운동을 주도
하고 소련과 중공과 월맹을 들락거리고 핵무장 철폐운동에 앞장섰다. 1966년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
리고 옥스퍼드로 돌아온 도로시는 다시 인슐린 연구를 시작했다. 인슐린은 체내에서 당의 흡수와 에
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이 부족하면 당뇨병에 걸려 여러 가지 합병증과 후유증을
앓는다.

다행히도 1951년 영국 생화학자 프레드릭 생어가 인슐린의 생화학적 서열을 밝혀놓은 데다, 1960년
대 후반에는 컴퓨터의 효율이 날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가 한결 수월해져 있었다. 1969년 도
로시는 인슐린의 구조를 완전하게 밝혀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공로로 도로시는 노벨화학
상을 받았다. 1970년 도로시 호지킨은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메리트훈장을 수여받았다. 여
성으로서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이후 두 번째였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LPGA 경기중 허리에 인슈린 주사대를 착용한 선수, 저렇게 젊은나이에 당뇨를 관리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저역시 당의 흡수와 체내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슈린 부족으로 인한 투약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부터 추위가 온다는 예보 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땀이 날듯 열심히 걸으시면 제격의 운동 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