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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VIP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자게에 누가 후기 올려달라고 했는데
사실 곡성 내용과 관련된 후기를 쓸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어떻게 여시들에게 알려줄까 하다가
이런 형태로 정리해 보았어요.
일단 제 기준을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1. 저는 영화를 엄청 좋아하고 삶의 낙이 거의 영화보는거예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많이 보지는 않았고요... 왓챠 기준 800편 좀 넘게 보았어요.)
2. 한 달에 영화관에서 적으면 10편 많으면 20편 이상을 관람합니다.
3. 고어/스릴러/잔인한/그로테스크/찝찝한 영화 매우 잘 봅니다.
4. 한국 영화는 좀 깐깐하게 보는 편입니다. 최근에 가장 인상깊게 본 한국 영화는
<4등>과 <동주>입니다. 여기에 <곡성> 추가합니다.
5. 작년부터 영화에 대한 장문 리뷰를 최대한 꼼꼼하게 쓰는 중입니다.
제가 직장인이라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주말에 몰아보다보니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6. 스포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오히려 영화 개봉 전에 사전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편이예요.
예고편 / 배경 지식 / 감독 정보 / 감독 전작들 보기 등...
<곡성>을 보고 여시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 30가지
1. 곡성은 최대한 정보 없이 봐야한다. 곡성과 관련된 그 어떠한 글도 보지 마라.
즉, 이 글도 조심하란 소리다. 최대한 느낌만을 담아보겠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
번호가 멀어질 수록 스포에 가까워질 것 같은데, 스포라면 앞에 스포 표시를 하겠다.
2. 사전에 꼭 곡성의 느낌을 알고 싶다면, 예고편만 봐라.
3. 곡성의 감독은 나홍진으로, <추격자>, <황해>를 만든 감독이다.
곡성의 정보는 몰라도 되지만 영화를 볼 때는 감독의 전작을 알고 가는 것이 좋다.
물론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탔다.
4. 같이 시사회를 봤던 영화인들의 느낌을 빌리자면, <황해>를 좋아했다면 괜찮게 볼 수 있을거다.
하지만 <황해>를 재미없게 봤다면 별로일 수도 있다. 4번은 그냥 참고만 됐으면 좋겠다.
5. 곡성은 비주류 영화이다.
6. 곡성은 관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영화다. 결과로부터 나올 그 어떠한 반응도 신경쓰지 않고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내 스타일이다. 나는 못 만든 영화든 잘 만든 영화든 감독이 뚝심있게 밀고 가는 것이 좋다.
7. 곡성은 스릴러와 공포의 중간 지점을 줄타기 하듯 교묘하게 오고 가는데, 그 줄타기 흐름 자체가 한국적이다.
처음엔 감질맛 나게 줄을 놀리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격정적이다.
8. 7번에서 묘사를 좀 더 해보자면, 영화는 이런 느낌이다.
저 멀리서 줄 타기를 하는 광대를 보러 내가 조금씩 걸어가는데, 갈수록 현란해지는 줄타기에서 눈을 못떼고 보다가
줄타기가 끝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그제야 내가 늪에 빠진 걸 알고 허우적 거리고 있는거다.
9. 8번의 이유로 인해 나는 영화를 n차로 뛰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자신이 없다.
그리고, 첫번째 봤을 때의 그 온전한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보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다.
만약 다시 봐야 한다면, 대사를 다시 제대로 듣기 위해서다. 빗소리와 사투리 등 여러가지 이유로 초반부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다.
10. 위에서 스릴러와 공포의 중간 지점이라 말했는데, 사실 광대의 움직임 자체는 코믹스럽다.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를 코미디 + 상업 영화라고 했다. 코미디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영화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
줄 자체는 스릴러 / 공포 사이에 놓여져 있으나 그 위에서 뛰고 있는 광대는 나를 웃기고 있다.
정말로 신기하고 흥미로운 영화 아닌가?
11. 배경이나 인물은 한국적이고 평범하며 유머스러운 스케치지만 색칠해 나가는 것은 웰메이드다.
12. 영화 내내 느껴지는 것은 '조임'과 '갈팡질팡'이다.
곽도원의 극 중 역할 자체가 (개인적으로) 마냥 보기에 편한 역은 아니었으나,
그 자체가 관객을 대변하는 것 같다. 영화 내내 이런 몰입 때문에 기가 빨린다.
13. 특유의 조이는 분위기들이 압도적이다. 이유 없이 소모적으로 깜짝 놀래키지 않는다.
느리지만 서툴지 않고, 널찍한 것 같지만 촘촘하게 관객들을 구석으로 몰고 가는 스타일.
(놀래키더라도 사전에 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한 편이다.)
14. 코믹하다고 했지만 13번에서 말한 분위기들도 함께 공존한다.
이 분위기들을 초반부터 차곡차곡 잘 쌓아간다. 관객들을 몰이사냥하는 것같다.
15. 후반부에서는 차근차근 잘 쌓아둔 분위기들이 압도적으로 폭발하는 형태다.
아마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기가 빨릴 거다. 추진력이 엄청나다.
16. 곡성은 '여운이 오래가는 괴작'이다.
17. 곡성만이 주는 독특한 여운이 있다.
진이 빠지게 만들고 기가 빨리게 만드는 그런 '지침'의 과정 자체가 오랫 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오래 남으면 며칠이 갈 수도 있고,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18. 단순히 그로테스크하고 찝찝한 기분만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어떤 오묘한 느낌이 계속 입 안에서 텁텁하게 곱씹어지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느낌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 엄청나게 갈릴 거라는 거다. (나는 호)
19. 잔인함에 대해 말하자면 영화 내내 유혈이 낭자하긴 하지만, 장르적인 잔인함이다.
끼약! 으악! 스러운 잔인함보다는 으으... 라는 느낌의 잔인함이라고 해야할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과정'을 포함하는 잔인함보다는 '결과적'인 잔인함 위주이다.
나는 잔인한 것을 잘 보기 때문에 아무 느낌이 없었으나 일반인이 모든 장면을 견뎌내긴 힘드리라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이 영화가 어떻게 15세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심리적인 측면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화면이 주는 강렬함 또한 엄청난데 말이다.
아니, 다르게 보면 그 심리적인 측면 때문에 18세 판정을 받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_-;
20. 한국 영화 중 n년 만에 나온 걸작이라고 소문이 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 때문만은 절대 아니다.
21. 잘 만들었고 나는 재밌었지만 남들에겐 추천하지 않을 것이다.
22. 여기서 언급되지 않아도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압도적이다.
나는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이미지 소비에 살짝 질려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계기로 다시 보게 되었다.
이건 주관적인 생각이니 양해를 요한다.
23. 효진 역의 김환희 (어린 아이) 의 연기가 살벌하다. 솔직히 걱정스러울 정도다.
24. 쿠니무라 준이라는 배우의 마스크는 어딜 가도 볼 수 없을 것이다.
25. 곽도원은 조연이 주연으로써 성공할 수 있는(스코어 적인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26. 칸 영화제 스타일이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리라 예상한다.
27. (스포일 수 있으니 보기 싫으면 빠르게 아래로 넘기고 28번부터 볼 것)
26번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자면, 곡성의 키워드는 '의심'과 '현혹'이다.
이 두 소재를 한국적으로, 또는 장르적으로 구체화 시키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근본적인 것을 다루기 위해 '인간'이라는 장치를 이용하는 셈이다.
28. 어느 정도 명확한 답은 정해져 있으나 해석은 무궁무진하다.
감독이 메가토크해서 언급했는데 애초에 내용을 비틀어서 많은 해석과 감상이 나오기를 원했고
지금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아서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29. 때문에 보고 나서 알 수 없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나홍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_-
30. 나홍진은 웰메이드 영화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31. 반기독교적 의미들을 어느 정도 포용한다. 기독교 신자라면 염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 더 궁금한 게 있거나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너무 오랜만에 글 쓰는 거라 ^^;
추가할게요.
비댓으로 잔인함의 정도에 대해서 많이 물으시는데
스포가 되더라도 잔인함의 정도를 알아야겠다 싶은 여시들은
http://news.joins.com/article/19987799
이 기사를 참고하세요.
단, 이 기사는 제목부터 스포라서
이미 엄청 욕을 많이 먹은 기사입니다.
그러니까 꼭 내용을 알게 되더라도
잔인함의 정도를 알아야겠다는 여시들만 클릭해 주세요!
아래는 비댓으로 많이 물어본 질문들 위주인데요.
최대한 내용을 피해서 아래에 추가했어요.
위에 기사보단 내용을 포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혹시 모르니 스포가 걱정되는 여시들은 패스해 주세요! 8ㅅ8
1. 작년 <손님>과의 유사성에 대해서
- 손님을 안봤음. 굳이 비교하자면 검은 사제들 같은 특정 장르의 한국판 버전
2. 사지절단, 클로즈업
- 직접적으론 거의 안나옴. 다만 했다/할 것이다 라는 결과적인 장면은 어느 정도 존재
- 클로즈업 존재. 하지만 개인적으론 준비가 가능한 정도라고 판단됨.
3. 갑툭튀
- 이유없이 소모성스러운 갑툭튀는 없다고 판단되며 대부분 준비가 가능.
- 전체적으로 조이는 구조이지 놀래키는 위주는 아님. 그래서 준비가 가능함.
4. 신세계/아저씨 등의 잔인함과 비교
- 얘네는 잔인한 장면의 과정까지 다 포괄하지만, 곡성은 그 정도까진 아님.
- 위에서 말했듯이 결과적인 거 위주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예 없다곤 할 수 없음.
5. 귀신
- 이건 스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래 스크롤 해주세요!
일본스러운 귀신은 없음. 그 외에 어떤 존재들은 있을 수 있음.
엄청 정리가 잘 되어있는 후기다 그리고 엄청 친절해 ㅋㅋㅋ 영화보고나서 27번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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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5.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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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잔인하다기 보단 악역이 가진 존재감이 팔할을 먹고 들어가는 상당히 건조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추격자나 검은 사제들 혹시 봤나요? 약간 그쪽에 더 가까운뎅!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인터뷰 봤는데 부모님 통해서 촬영했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글 올라왔을때 1번 보고 안보고서 영화 보고 다시 봤어 이 글. 손님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댓에 많이나온 박쥐는 뭔가 박찬욱 특유의 색감때문에 그런가 좀 키치한 느낌의 그로데스크함이었다면 검은사제들과 소재에서 오는 공통점이 좀 있다고 생각해 가라앉은듯 하면서 격정적인 이중적인 느낌의 그로데스크함??? 보는내내 너무 힘들었어 기빨려서.. ㄴ홍진감독 특유의 불친절함이 나는 되게 좋았는데 남친은 싫다하더라, 그냥 찝찝하다고. 진짜 간만에 웰메이드 한국영화 본듯
글고 어떤 여시 글에서 봤는데 음료 꼭 가져가라고.. 중간에 한숨 돌릴때마다 목축여야한다는 말 엄청 공감함ㅋㅋㅋㅋ
와아.... 통쾌하게 글로 잘 풀어냈다 공감 거의 90프로해! 아니 그이상 !!
내가 쓴 리뷰랑 진짜 느낀 바 똑같앜ㅋㅋㅋㅋ추격자보단 황해 느낌.. 와 난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려ㅜㅜ
흠...이거 악마를 보았다보다 더 보기 힘든영화인가?...난 잔인한 영화 별로 안봐서 그나마 본게 악마를 보았다 이건데
이것도 영화관에서 보고 좀 보기힘들고 그랬거든 ㅠㅠ
그거랑은 좀 다른 잔인함이예요!
나 여시 리뷰 떴을때 이 리뷰가 너무너무 읽고싶어서 곡성을 본 것도 있어!! ㅋㅋㅋㅋㅋ나도 호!!!! 영화 좋았어!!!!!!
나도 좀 전에 보고왔는데 개호호호호 근데 두번은 못보겠디 기빨려ㅠㅠ
맞아 나홍진 특유의 패고칼쑤시고피칠갑하는 액션이라고 쓰지만 그냥 난투극 씬들 정말!! 나랑 안맞는데 곡성에서도 여전하고... 관객배려전혀없는 스토리전개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나홍진 꺼 나랑 개안맞는데도 자꾸 보는건 잘 만들긴 하니까...
29번 진짜 공감.. 꽤 몰입해서 봤는데도 끝나니까 음..뭐지..? 이런생각들더라구 역시 내가 멍청한게 아니었어!!!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5.15 18:1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5.15 23:18
완젼 공감!!!!! 내기준 개명작이야
불친절하게 봣을때랑
다시볼때랑 느낌 너무다르고
그래서 더 좋은거같애
황정민 진짜 연기잘하더라...곽도원도 그렇고 애기진심 무서울정도로 잘해ㅠㅠ
엄... 여시 글은 정말 대박 잘 썼으... 근데 난 결국 별로... 그냥 내 스타일이 아닌가봐ㅎㅅㅎ 헿 불호지만 그래도 한번쯤 봐볼 영화라고 생각.. 이런 장르 싫어하면 못 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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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독교적이라기보다는 기독교인 사람들이 보면 기분이 나쁠 수 있을거란 생각이드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마지막 장면이라던지! 저도 오히려 기독교적이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 관해서 글 따로 썼었어요!
22완전 동감 요즘.황정민 연기 질려있었는데 다시 보임..
진짜 내가 하고싶은말이 그대로다. 오늘보고왔ㄴ데 뭐라 형용할수없어는 흥분? 그것을 속 시원히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헐 곡성 보고나서 볼거야!!!! ㅋㅋㅋㅋ 엄청궁금해~!!!
난 진짜 개~~~~~~~~잘만들었다고 생각했어
내가 원래 영화 약간 피곤하게 평론가처럼 보는 스타일이라서 그런가
스토리도 막 예상하려고 기를쓰는 스타일이라서 항상 결말이나 스토리를 머릿속으로 몇개씩 끊임없이 만들면서 보는 타입인데 그중에 나오긴했지만 원래 하나로 일찍이 선택하는 편인데 마지막까지 고민했당 ㅎ
그리고 몇안되는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결말
진짜로 결말 마음에 든적 없거든... 내가 생각해도 뭣도 모르면서 까탈스러워가지고 닫힌건 닫혔다고 열린결말은 열렸다고 아쉬워하는데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어
어렸을때 전남살아서 사투리는 좀... 첨에 거슬렸지만 괜찮았엉 ㅎ나중갈수록 배우들이 더 는것같기도했구
캬 여시의 시선에 굉장한 공감을 보냅니다
여시 진짜 글 잘쓴당..... 난 사실 웰메이드라고 여시에서 보고 갔는데, 아주 잘못한것은 그냥 평범한 영화관을 간 것이 아니라 자동차극장을 통해서 보러 간 것 하나라고 생각해ㅜㅜ (화면이 전반적으로 어두운데 화면보다 주변이 밝아서 화면이 정말 안보임.... 곽도원과 딸 아니고는 누가 누군지 한참 들여다봐야 보일 정도.... 그래서 장면으로는 하나도 안 잔인하고 안무서웠달까......) 결국 이러한 이유로 제대로 내용이 머리에 안박혀서 친구얘기 듣고 내가 생각한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깨달음ㅠㅠㅠㅠ 여시 글 보니까 그냥 다시 가야겠단 생각이 드네ㅎㅎㅎㅎ 다시한번 가겠오!!!!!
여운이 오래가는 괴작 이라는 거에 정말 공감 ㅠㅠㅠ 여담이지만 글쓴여시 문체가 번역체 같은 느낌이 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