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lohimhayyim/posts/1211859065596173
<당신이 보고 들은 ‘한국 페미니즘’이 전부일까?>
1. 여성혐오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최근엔 그나마 여성혐오의 ‘혐오’가 ‘감정적인 싫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좀 늘어났습니다. 페페미(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트페미(트위터에서 활동하는~)분들이 입이 닳도록 설명하고 다닌 덕분이겠죠.
하지만 저는 여전히 “나는 여자 좋아하는데 무슨 혐오?” 내지는
“내가 여자인데 무슨 여성혐오를 한다고…” 라는 말을 뱉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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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는 'Misogyny (미소지니)'라는 단어의 우리말 번역입니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인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우에노 치즈코에 따르면, 여성혐오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객관화, 타자화’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남성을 인류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여성은 그보다 열등하거나 주변적인(부차적인) 존재로 여기는 모든 관념,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미지를 낙인찍거나 성역할을 씌우는 것이 전부 여성혐오라는 것입니다.
즉, 여기서의 혐오는 ‘사회적 차원의 혐오’를 의미합니다. 권력의 구조에서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사회/경제/문화적 억압인 것입니다. ‘백인혐오’, ‘이성애자혐오’, ‘남성혐오’ 따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다양한 교차적 권력이 얽혀있다고는 하지만, 구조적, 제도적, 실질적으로 차별하고 대상화하고 존재를 지우는 일이 그들에게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다수의 안티 페미니스트들은 “한국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저는 이 남성혐오라는 것을, 여성혐오의 ‘혐오’를 단순하게 ‘싫어한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였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무식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제가 방금 말한 “혐오라는 단어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혐오와는 다르다”는 말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남혐을 부르짖는 저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혐오의 방식으로 여성혐오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성혐오라는 단어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혐오’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여성’이라는 부분인데요. 여기서의 여성은 시스젠더(Cisgender :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남성이 아닌’ 모든 것을 일컫는 다고 보면 됩니다. 남성의 여장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이유, 시스젠더 남성인 게이를 ‘여성적’이라고 하는 이유, 남성에게 더 큰 모욕을 주고자 할 때 ‘~놈’보다 ‘~년’을 사용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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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미소지니의 번역어인 ‘여성혐오’는 우리가 흔히 아는 사전적 의미로만 생각해서는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여성혐오 관련 이슈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이 부분에 대한 몰이해를 열심히 지적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도 모르던 무식한 사람들이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왜 페미니스트들은 사전에 나와 있는 뜻을 자기들 맘대로 바꾸는 거야?”
“그러게 누가 그런 애매한 단어로 번역하래? 이래서 한국 페미니즘은 안 돼.”
이 말들은 제가 불과 한 두 달 전에 실제로 접했던 발언들인데요. 저는 이걸 보고 제가 저들과 같은 남자라는 사실이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 지적받은 자신들의 여성혐오를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잘못을 지적한 사람에게 되려 성을 내고 있는 모습이 과연 ‘인간’인지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미소지니의 번역어로서 ‘여성혐오’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페미니스트들도, 사회학자도 아닌 문학연구자들이었습니다. (그와 관련해 고려대 명예교수인 문학평론가 황현산씨의 칼럼을 댓글에 링크 걸어두겠습니다.) 물론 미소지니라는 단어의 본질을 꿰뚫는 번역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껏 여성혐오를 해왔던 가해자들이 역정을 내며 삿대질을 할 자격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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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지니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만큼, 역사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의식에 내재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도 미소지니에선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서양철학의 아버지이며,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정의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과 노예의 본성은 시민이 되기엔 부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근대의 지성이라는 쇼펜하우어는 ‘여성에 대하여’라는 에세이에서 “여성은 유치하고 천박하며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천성적으로 복종하는 역할에 걸맞다.”고 말했습니다.
19세기 최고의 철학자라는 니체 역시도, “여성에겐 깊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과거의 사람들이 가진 구시대적인 생각’에 불과할까요? 현대에 이르러서도, 미소지니는 곳곳에 만연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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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칼럼니스트 곽정은 씨가 올린 트윗이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택시기사가 “이렇게 예쁜 공주님도 일을 하러 가느냐”고 말한 것에 불쾌감을 표시했었는데, 당시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엄청난 비꼬기와 욕설이 난무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사실 그 택시기사는 칭찬의 의미로 한 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고, 여성에 대한 억압일까요?
우선, 예쁜 여자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네요. (왜 자연스럽게 그런 전제를 깐 것일까요? :) )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의 외모를 그 면전에서 평가하고 있네요. 그 평가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상관이 없습니다. 평가한다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또한, ‘공주님’이라는 단어를 통해 상대방을 미성숙한 아이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산부 배려 캠페인 문구 -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입니다! 임산부를 배려해주세요!” - 에서도 미소지니가 있습니다. 임산부가 배려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임신으로 인해서 거동이 불편한 교통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장차 나라의 미래(국가의 노동력)가 될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기 때문이 절대 아닙니다. 결국 저 문구의 기저에는, 임산부를 비롯한 여성들을 ‘아이 낳는 존재’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식이 깔려있는 것입니다.
JTBC 예능 프로인 ‘비정상회담’의 3MC가 대표적인 ‘한남’들이라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예전에 박지윤 아나운서가 게스트로 나와 토크를 하던 중, 출산의 고통을 토로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MC라는 작자의 멘트가 아주 가관입니다.
“혹시 여자들끼리 짜고 더 아프다고 얘기하는 건...?”
네, 미친 소립니다. 생각이 제대로 박혀있는 인간이라면 절대로 저런 망발을 내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이 나간 당시(2014년 10월 13일), 인터넷이 떠들썩해지는 반응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반대의 경우였다면 어땠을까요? 군 복무가 힘들었다는 남성 게스트의 푸념에, 여성 MC가 ‘그거 다 짜고 엄살 부리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했다면요?
정말 웃기는 노릇입니다.
임산부는 국가의 노동력이 될 아이를 잉태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결혼과 임신과 출산이 마치 여성으로서 필수적인 것 마냥 강요되는 분위기의 사회에서,
그 여성들의 고통을 유머랍시고 이렇게 천박하게 재생산합니다.
심지어 그 문제점을 대중들이 깨닫는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나 이루어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다양한 여성숭배의 기제 역시도 미소지니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여성에 대한 증오심과 우월감으로 똘똘 뭉쳐있기에’ 나오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여태껏 세상을 움직여온 시스템, 가장 작고 기초적 공동체인 가정에서 시작해 사회 전체에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 가부장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 속에서 나고 자라 무의식중에 발현되는 미소지니라 하여,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그것들을 모두 인식하고, 개선하고, 없애는 것이 궁극적으로 옳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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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첫 글입니다. 막상 업로드하려니 손이 떨리네요.
* 질문은 기쁘게 받습니다만, 전부 대답해드릴 역량이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 내용상 문제점에 대한 페미분들의 지적 및 조언은 환영합니다.
* 안티 페미들의 같잖은 딴죽은 무시하거나 불친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 공유는 허락을 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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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집애 사라져즘
꽁치남 살처분즘
국산남 재기즘
진심 개띵문
그래 시발 그 발언, 그행동이 여혐이라면 여혐인거지 지가 여자도 아닌데 왜 빼애액거리면서 잘못된거를 반성하고 시정하지않고 지랄이냐고 가르쳐주면 가르쳐주는대로 습득을 해야지;; 휴 이래서 한남은 안돼
난 모르겠는데..? <- 여자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할수도있구나 라고 넘어가면 되는데 아닌데? 예민한건데? 라고 존나우김 참 못났다 생각함.
공유 환영이라는데 복금 풀러주먄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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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글이라ㅠㅠ
좋은 글 고마워. 정독했다
정독했다... 외워야지
와 진짜 좋은 글이다…
정말 좋은 글이다..
좋은글 이다....진심
성시경씨 증말 법블레스유다 ^ㅗ^
이런 걸 좀 읽어라^^
원글자분 페북 들어가면 시리즈로 글이있어
(출처글 링크타고들어가서 댓글보면 있음)
나도 다읽어보진않았는데 읽어볼만한 글인것같아
진짜 좋은글인데 한남들은 대갈텅텅이라 읽어도 이해를 못함
정독정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