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4월의 일기, 우정의 타박
십 수 년 전의 일이다.
그 즈음은 우리들 일상에 디지털 문화가 밀물처럼 세차게 밀려들 때였고,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친구들도 그 물결에 편승해서, ‘문중 13’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리고 그 홈페이지에서 글과 영상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활성화 되지를 못했다.
아직은 권위적인 아날로그 문화에 푹 젖어있는 우리들 세대여서, 컴퓨터를 활용할 줄 아는 친구가 몇 안 되는데다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글이나 영상을 선뜻 게시를 하지 않아서였다.
그때 나를 비롯해서 몇몇 친구들은 그래도 앞으로 디지털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임을 내다보고 억지로라도 글을 쓰고 그 쓴 글을 게시하고는 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글 솜씨도 늘고, 게시한 글을 읽어주는 친구들도 늘고, 또 칭찬의 댓글을 남기는 친구들도 늘었다.
그렇게 우리 친구들 사이에 디지털 문화가 정착되는가 싶을 때였다.
바로 그때, 그 글쓰기를 주저하게 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곧 타박이었다.
쓴 글의 내용을 두고도 옳니 그르니 하면서 비판을 가하는 친구도 있었고, 띄워 쓰기를 제대로 했니 안 했니 하면서 문장의 형식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시비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루도 안 빼놓고 거의 매일이다시피 글을 써대는 나 역시, 그 비판과 시비의 대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뚝심으로 글쓰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친구들에게는, 그 조심스러운 도전에 찬물을 확 끼얹듯 하는 타박이었다.
결국 몇몇 친구들은 그 타박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 홈페이지에서 빠져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를 않았다.
쭉 버텼다.
버틴 결과, 내 글쓰기는 날로 늘어갔고, 그 끝에 ‘지영이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비매품을 책을 펴낼 수 있었고, ‘집행관일기’라는 베스트셀러 에세이집도 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를 향해,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친구 하나가 별명 하나를 붙였다.
곧 이 별명이다.
‘소똥구리’
‘아니!? 정한이노래를 끝까지 보이주지 않고, 와? 대가리 만 보이주고 끊노!?? 처음부터 안 꼴리거러 녹화하지 말던가.. 에이~^*@♡%#~_*!?’
2023년 4월 4일 화요일의 일로, 이날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어울리는 우리들 Daum카페 ‘문중 13회’에 내가 게시한, ‘2023년을 살아내며, 3월의 일기, 3월의 마지막 날 밤/진정한 용기’라는 제목의 글에 붙여진 댓글의 한 대목이다.
내게 ‘소똥구리’라는 별명을 지어 붙였던 김종태 친구가 붙인 댓글이었다.
내가 게시했던 글은, 우리 같은 동기동창으로 우리가 ‘색소폰의 달인’이라고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천송길 친구가 문경시내 중심인 ‘문화의 거리’에서 길거리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용기가 가상하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늘 그랬듯, 그 글에는 천송길 친구가 연주하는 영상들을 편집해서 덧붙이기도 했다.
김종태 친구는 바로 내 편집에 대해 타박을 하고 나선 것이다.
역시 같은 중학교에 국민 학교까지 동기인 김정한 친구가, 천송길 친구의 색소폰 연주를 반주로 해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을, 왜 잘라먹었느냐는 시비였다.
내 딴에도 할 말은 있었지만,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김종태 친구의 평소 성향으로 봐서, 내 나름의 변명을 해본들 또 다른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저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 편집했던 영상을 그대로 게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종태 이 짜슥아! 내 봐준다. 이번의 그 타박, 우정의 타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았제, 종태 이 짜슥아!’
첫댓글 이짜슥아 두번은 빼고^^
그라믄 그러치!~^^
아이조아라!~^^
착하제!~소똥구리!^^
니 없으믄 우리카페도 없다카이^^
누가있어 이리 편집해 올리주끼고?
언늠이 지랄뻐꾸통을 해데도
이 까발씨는 소통재미를
알턱이 없다케도 과언아니다 카이!
혹?
우리가 나데는거 보고
가소로운 듯 보는눈은
그자체 생각이 잘못된 생각인걸
분명히 집고 넘어가자!~
그래도
희망이 있는것은
가끔씩 보고 저나 해주시는 친구님들
때문에 살맛 나노니다^^
소똥구리야!^^
고맙덩^^
역시 정한이닷!~^^
뭔들 소화 못시키겟나~
그런데?내가 듣고자 하는곡은
이곡이 아니다!~
할수없지(체념)
그래도 감사하다!~^^
잘 한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