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종소리를 들었다 / 김혜령
심상숙 추천
종소리를 들었다
김혜령
엄마는
늦은 저녁
고호의 감자 먹는 사람들과
모네의 꽃과 양산의 그림을 보고
과일이 놓인
흰 테이블의 정물화처럼
얼근히 취해 있는데
어린 아들이 다가와
토끼와 호랑이 이야기를
읽어 달라 했다
아이는 그림책 속에 들어가
엄마와 한참 웃고 놀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엄마는 아까 보다만
옛 화가의 정겨운 그림들이
비로소 고요한 종소리가 되어
가슴 속에 울리는 것을 들었다
(『향기와 밀어를 나누다』김혜령 시집 161쪽, 대양미디어, 2024)
[작가소개]
현대문예시인상(2015), 한국문협회원, 강서문협이사, 가산문학회부회장, 고양시교사시공모당선, 경기교육청 사랑의대화상담수기 당선,
[시향]
김혜령 시인의 첫 시집『향기와 밀어를 나누다』를 두 손으로 받아든다. 여느 시집과는 달리 표1, 화사한 그림이 있는 미디어출판이다.
아이는 그림책 속에 들어가
엄마와 한참 웃고 놀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엄마는 아까 보다만
옛 화가의 정겨운 그림들이
비로소 고요한 종소리가 되어
가슴 속에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웃고 놀던 시인의 아가도 잠이 들었다. 보다만 고호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과 모네의 정원 속 카미유, 꽃과 양산의 정겨운 그림들이 “비로소 고요한 종소리가 되어 가슴속에 울리는 것을 들었다”. 고요히 평화롭게 들려오는 종소리가 성스럽기까지 하다. 오늘 비로소 첫 시집으로 울려 퍼지는 김혜령 시인의 아름다운 종소리에 숙연해진다.
글: 심상숙(시인)
(미래신문 241016 게재)
첫댓글 엄마만의 휴식시간을
찾아온 종소리
평화와 사랑속에.따뜻한
여운이 들리는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