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막차로 해찬솔의 경주 남산행에 참석신청을 한다.
5시에 미숫가루 한잔 급하게 마시고 바보가 챙겨 준 도시락을 넣는다.
5시 반 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평소 미리 와 계시던 신사형님이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결국 출발한다.
비엔날레 주차장에서도 늦은 회원을 기다린다.
차는 광대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린다.
잠이 들다가 어깨가 내려앉은 듯 아파 깬다.
4시간 차를 타고 이런 산행에 동참을 해야하나 후회도 잠깐 한다.
지난 화요일에 아이들과 운전하며 지난 금호분기점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선다.
경산휴게소에서 콩나물북어죽으로 아침을 준다.
원효와 설총 일연의 삼현이야기 공원을 잠깐 둘러본다.
10시가 다 되어 용장골주차장에 내린다.
체조를 하고 마을을 돌아 산으로 접어든다. 계곡을 건너 천우사에 들르는 이도 있어
대열은 흩어진다. 나도 잠깐 들러 작은 오층탑만 보고 돌아나온다.
화강암 부스러진 산길은 감촉이 좋다.
기울어진 암반을 걸어도 미끄럽지 않고 스릴이 넘친다.
가파른 길을 잠깐 오르자 금방 조망이 열린다.
건너 단성산인가는 흐리고 남산의 긴 능선은 몇 군데 바위산자락을 흘러내린다.
한시간쯤 걸었을까, 줄이 늘어선 암반을 옆으로 돌아가 오르니 연오랑산악회 시산제를
나이지긋한 남자 6명이서 하고 있다. 막 고사가 끝나 막걸리 한잔 하라고 하신다.
노란 울금막걸리를 얻어 마신다.
돼지머리고기와 콩시루떡도 얻어먹는다. 배가 고풋한데 맛있다.
우리 일행이 떼지어 올라와 난 먼저 일어난다.
길을 벗어나 한바위를 오르는데 두 남자가 소주를 마시고 있다.
인사를 하니 소주 한잔 하시라고 권한다. 사양할 내가 아니다.
두잔을 마시고 더 달라고 또 잔을 내민다. 순대 안주에 같이 자리잡고 마신다.
경주에 산다는 두 남자 중 하나는 나랑 동갑이다. 경주 남산자랑을 잘 하신다.
자기들은 매주 이리 올라서 새갓골쪽으로 내려가며 보리밥을 먹는다고 한다.
한사람은 운전해 술을 많이 못마시기 때문에 두병이 많은데 마침 내가 도와줬다고 한다.
일행이 올라오자 나도 인사를 드리고 일어난다.
자주 갓길로 빠져 바위를 오른다. 경사진 바위 끄트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신사형님이 오시지 않고 고산자님도 보이지 않으니 오늘은 나 멋대로 산을 휘젓고 다니자고 한다.
신사형님이 서울 가시느라 못 오셨다며 자기 일행들을 잘 보호하라 하셨는데,
정작 그 일행이 누구들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길 옆으로 서서 지나는 일행들을 찍어주기만 한다.
나무 계단을 오르지 않고 기어이 바위를 밟으며 오른다.
고위봉에 일행 두분이 배낭정리를 하고 계신다.
셋이서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는다. 앞쪽에서 오시는 나이 지긋한
산객들이 많다. 칠불암 350m를 내려간다. 자연석 위에 세분의 부처를 새기고 그 앞
사면바위에 각각 부처님을 새겨 7분의 부처다. 작은 법당 토방엔 산객들의 신발이 길다.
신선암 60m인데 다른 일행들이 안내려오고 바로 갈까봐
들르지 않고 서둘러 올라온다.
12시 20분이 가까워지자 점심먹을 곳을 찾는다. 어부님 등과 7명이서 밥상을 편다.
소주가 많다. 금오봉까지 걷는 길은 지그재그 아기자기 좋다.
금지선을 넘어 아랫쪽에 보이는 커다란 부처님을 뵙고 온다.
삼릉골을 내려오면서도 길을 벗어나 몇 개의 불상을 더 보고 온다.
더러는 바위 끝 위에도 계시고 더러는 몸을 도두라지게 둥근 모습으로 앉아 계시고
더러는 친구 부처와 함께 선으로 그어져 서 계시기도 한다.
부처님을 더 많이 뵈면, 저 인자한 미소를 더 많이 보면 내게도 저런 미소가 조금이라도 더 생겨날까?
3시가 조금 지나자 삼릉 가까이 온다. 삼릉 주변의 소나무를 보며 길을 벗어난다.
세 분의 부처님을 보려했는데 입장료를 내야 한다해 포기한다.
4시까지 인데 3시 반이 되자 모두 차에 탄다. 삼릉주차장에서 잠깐 이동해 목욕을 한다.
뜨끈한 온천탕에 앉아 있다가 돌판에서 잠깐 잠잔다. 술이 다 깼다.
차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합천해인사IC를 벗어난다.
농협마켓2층엥서 버섯전골에 저녁을 먹는다. 전회장이셨다는 컨트롤님이 커다란
보드카를 선물하시어 몇 잔 마신다. 짭쪼름한 버섯전골에 소주가 잘 들어간다.
다시 차에 올라 잠자다가 지리산휴게소 화장실에 들른다.
감기가 심하다는 동양회장께서 소나무 아래 의자에 안주를 편다.
육회 도시락 두개에 소주가 세병이다. 국선님등 서너명이 그 술을 다 마시고 만다.
광주엔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동백꽃 신사가 내 애길 많이 하셨다며 국선님이 한잔 더 하자고 하신다.
봉선동 가시는 회원의 차를 타고 봉선동 맥주집에 가 맥주 세병을 마시고 집으로 온다.
내일 일찍 출근할 사람이 늦게까지 술마시고 취하면 힘들지 않느냐고
바보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