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정유년 한해의 끝자락을 제주도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집안이 모여사는 하원이 아니고 한경면 산양리(행정구역으로는 청수리)의 농장에서 일을 하며 다른 세상 속에서 지냈는데 귤도 다 땄고 연말이라 바람도 쐬야 할 것 같아 렌트카를 신청했다.
6시반에 어둠속으로 나서서 제주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은 험악하기만 하다.
버스를 타려면 고산이나 동광육거리까지 가야 되는데 고산은 거리가 5Km로 가까운 반면 버스 경로가 한림 애월 등지로 돌아서 가기 때문에 전체 소요시간은 훨씬 더 걸린다.
더군다나 제주 버스앱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나마 직통으로 가는 편은 중문을 지나고 있다는데 고산까지 오는 시간이 26분 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인데 처음가는 길을 5분 페이스로 달려 간다는 건 불가능, 그래서 졸지에 10Km도 더 되고 오르막 일색인 동광육거리로 행선지가 정해졌다.
농장에서 산양리 도로까지 나올 땐 휴대폰에 라이트를 켜고 더듬더듬...
밤 사이에 비까지 내렸던지라 군데군데 웅덩이까지... 처음부터 조짐이 좋지가 않다.
찻길에 나선 뒤로는 또다른 위험에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칠때마다 머리털이 곤두선다.
회전 로타리를 몇개 지난 뒤 아리랑고개 같은 오르막이 시작되고 5Km정도 쯤 지났을 무렵 길이 4차선으로 바뀌고 곧이어 익숙한 시설과 지명들이 등장한다.
오설록, 천체우주박물관, 신화역사단지... 하지만 오르막은 동광육거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끝내 10.9Km에 이르는 종착점에 도달해서야 고난의 행군은 종료가 된다.
전광판의 시간을 보니 150-2번 버스는 12분 뒤에 도착한단다.
이때부터는 추위와의 싸움이기에 벗어놨던 바람막이를 챙겨 입고 바람을 피해 덜덜덜...
공항에 도착해서도 렌트카를 가지러 가는 시간이 많이 여유가 있길래 화장실에 들어가 일도 보고 세수도 하고 편의점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사서 느긋하게 먹어가며 여행의 맛을 즐긴다.
차가 생겼으니 이제부턴 신세계가 열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