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맹랑한」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화학비료와 배출가스, 살충제, 오존 구멍과 무관한 深海 「용왕의 물」이 세상 구경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동해 수백, 수천m 속에 숨어 있던 해양심층수가 거대한 「먹는 물」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용왕이나 용궁 신하들이 마시는 동해 깊은 물을 「호리병박(생수통)」에 담아 인간이 마시는 세상이 된 것이다. 바다 속에 도르래를 설치해서 뽑아 내는 심층수 맛을 상상해도 좋다.
기자는 「바다의 金脈(금맥)」이라 불리는 「해양심층수」를 취재하기 위해 동해안 일대를 취재했다. 지자체와 심층수 개발업체를 찾았고, 전문가들을 만나 「용왕의 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생 물질을 하며 茫茫大海(망망대해)에 그물을 던져 온 동해안 주민들은 이제 해양심층수에 몸이 달았다. 바다 용왕의 덕을 보게 됐다는 반응이다.
深海는 아직 원시림이었고 용왕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강원도 양양군 金振夏(김진하) 경제진흥과장의 이야기다.
『동해안 어민들이 고기잡이가 아니라 바닷물을 개발, 그 덕에 사는 시대가 올 겁니다.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은 수심 200m 이상의 深海에 존재하는 심층수는 청정자원입니다.
심층수는 해양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 염류가 풍부하고 장기간 숙성돼 있어요. 유기물이나 병원균이 거의 없고 연중 안정된 저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개발되면, 동해안이 새로운 해양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해양심층수는「블루오션」
울릉도에서 해양심층수가 나오는 모습. |
해양심층수는 햇빛이 미치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깊은 바다에 존재하는 물이다. 심층수는 일반적인 의미의 「짠맛」과 다르다. 바다 위 수면의 온도, 염분과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찝찔한」 맛이 난다.
갯내가 없고, 몸에 좋은 물이 바다에서 길러진다면 엄청난 대박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땅 위 취수원이 오염되고 고갈돼도 물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만큼 해양심층수 시장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심층수센터 김현주 단장의 이야기다.
『해양심층수는 청정성·저온성·영양성이 있고, 70여 종의 풍부한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심 200m 이하의 바다 속에 있기 때문에 염분만 제거하면 우리에게 유익한 물이 됩니다. 게다가 인간 체액인 양수의 미네랄 밸런스와 유사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요. 이 물은 계절과 상관없이 2℃ 안팎을 유지해 병원체나 유기물이 거의 없는 청정수인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해양심층수 개발은 지지부진했고 학문적 연구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심층수 물시장이 형성되면서 「청정수역, 동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해양수산부가 심층수 개발을 「21세기 중점사업」으로 지정한 뒤 한국해양연구원을 중심으로 심층수 개발 연구가 이뤄지더니 어느덧 기존 생수시장에 바닷물이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해양심층수를 먹는 물로 시판할 수 있는 「해양심층수법」이 지난 8월3일 국회를 통과해 동해안을 끼고 있는 지자체가 몸이 달았다. 강원도 고성·양양·강릉·속초·동해를 비롯해 경북의 울진·영덕·울릉·포항에 이르기까지 해양심층수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체 워터비스 공장. |
고성郡과 양양郡의「물 전쟁」
강원도 고성군과 양양군은 꿈에 부풀어 있다. 해양심층수를 자원으로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특히 두 郡의 신경전이 치열해 서로 심층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성군은 지난해 4개 기관·업체가 200억원을 내놓아 民官(민관) 합작법인인 (주)강원심층수를 설립했다. 대교그룹이 100억원을 투자했고, 고성군이 부지를 현물출자 형식으로 내놓았다. 강원도가 2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에는 한국해양연구원이 수심 200m에서 취수하는 연구용 시설을 가동 중이다. 합작 투자에다 국책연구기관까지 끼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고성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개발이 계획대로 진척되면 3만 평 규모의 심층수 전용 농공단지 조성과 함께 심층수를 이용한 생수와 워터 파크 등을 건립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선수를 친 것은 양양군 쪽이다. 군인공제회와 산업은행이 돈을 댄 (주)워터비스를 끌어들여 현남면 원포리 앞바다에서 심층수를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미 취수관을 깔고 지난 9월18일 통수식까지 했다. 현재 공정률이 90%인 생수공장이 다 지어지면 2008년 2월쯤 「먹는 심층수」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양양군 측의 이야기다.
『양양군 앞바다의 심층수는 세계 최고 수심 1100m를 자랑합니다. 지금까지 취수 수심 위치가 가장 깊었던 하와이의 915m를 추월했고, 육지에서의 거리가 18km여서 세계 최고입니다』
고성과 양양이 다투자 곁에 있는 강릉과 속초, 동해시마저 몸이 달아올랐다.
강릉시는 지난 1월 한국수자원공사와 합작으로 300억원을 투자하는 MOU를 체결했다. 앞서 강릉시가 설립한 강릉해양바이오진흥원은 심층수 자원을 이용한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 원료를 개발할 생각이다. 강릉시 측은 『이미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귀띔했다.
이 밖에 (주)강릉I&D가 정동진 앞바다에 180억원을 들여 심층수 개발에 나선 상태이며, 속초시는 대한싸이로와 업무협약서를 체결, 1단계로 1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강원도가 들썩이자 경북도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현재 경북에서 심층수 개발이 가능한 지역은 울릉·울진·영덕 등에 이른다. 가장 먼저 상용화에 나선 곳은 울릉군이다. 울릉미네랄(주)은 울릉군 현포1리 해안에서 4.7km 떨어진 해저 650m 지점에서 심층수를 취수했다. 일찌감치 CJ에 납품계약을 맺고 「울릉 미네워터」라는 음료를 지난 10월4일 시판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른 업체보다 앞서서 시판한 셈이다.
현재 E마트 등 대형할인점에서 1200원(500ml)에 유통되는 「울릉 미네워터」는 엄밀히 말해 심층수가 아니라 심층수를 정제해 섞어 넣은 「혼합음료」다. 그래서인지 맛을 두고 다소 논란이 있다.
울진군은 죽변면 후정리 인근의 심층수를 뽑아 올릴 계획이다. 2002년부터 산자부의 지역특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북도와 울진군이 참여했다. 연구개발 차원에서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을 울진에다 지었으며, 연구원 원장에 한국해양연구원 출신을 스카우트했다.
양양郡 심층수 개발현장 르포
서울에서 자동차로 영동고속도로를 3시간 가까이 달려 현남IC를 통과하자마자 (주)워터비스가 짓고 있는 해양심층수 공장이 나왔다. 산업은행과 군인공제회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아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멀리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몇 척의 저인망 어선이 눈에 들어왔다. 백사장을 파서 아래로 18km짜리 취수관을 묻었다고 했다. 그동안 세계 최장 길이는 일본 북해도 앞바다의 12.5km다. 세계 기록인 셈이다. 일본 심층수 업체에서는 처음에 한국 기술로 불가능하다며 믿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柳在淑(류재숙) 이사의 이야기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다와 해안을 잇는 심층수 관로의 길이가 18km로 세계 기록입니다. 뭍에서 멀면 멀수록 물이 더욱 깨끗하겠지요. 수심 깊이는 1100m를 내려가 하와이 심층수 915m보다 더 깊은 곳에서 취수하고 있습니다』
해안 모래사장 앞에 위치한 취수정을 찾았다. 지하 계단을 타고 10m가량을 내려가니 370mm 취수관이 보였다. 취수 유리관을 통해 심층수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물이 콸콸 쏟아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수심 1000m가 넘는 깊은 곳에서 18km나 물을 끌어왔으니 수압이 엄청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압차 극복하기 어렵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 이하의 바닷물로 지금껏 태양광선이 닿은 적이 없는 물이다. 바다 속 깊이 연결된 취수 파이프를 통해 심층수를 뽑아 올린 뒤 소금을 걸러내는 작업을 거쳐 먹는 물로 만든다. |
취재 중 만난 한국해양연구원 출신 한 연구원은 『2005년 일본에서 12km 길이의 해저 취수관에서 심층수가 나오자 「기적적으로 물이 나왔다」는 표현을 쓰더라』고 했다. 그만큼 수압차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경북도의 민간 심층수 개발업자는 동해 앞바다에 취수관을 설치했지만 아직 심층수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심층수를 품어 내는 모터 소음이 아주 심했다. 심층수를 가둬 둔 간이탱크를 만져 보니 얼음을 만지는 것처럼 차가웠다. 吳炳哲(오병철) 상무는 『심층수 온도가 0.2℃로 차갑지만 취수관을 타고 오는 과정에서 온도가 약간 상승해 4℃쯤 된다』고 했다. 물빛은 염분 때문인지 엷은 회색빛이 돌았다. 간혹 深海에 사는 물고기나 대게가 취수관을 타고 온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해양심층수를 처음 개발한 곳은 미국 하와이입니다. 1970년대 당시 오일쇼크가 한창이었어요. 하와이 자연에너지 연구소가 심층수가 매우 차갑다는 점에 착안해 이 물을 끌어 올려 냉방이나 토양냉각, 온도차 발전에 이용하기 위해 처음 고안됐어요. 그러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해, 심해어나 바닷가재 양식 등에 활용됐고, 먹는 물 개발로 이어졌죠』
취수정에서 2km 남짓 떨어진 육상 플랜트 공사현장을 찾았다. 「먹는 물」 공장치고는 크고 웅장했다. 국내 생수공장 어딜 가도 손색없는 설비였다.
미국 변호사인 崔永俊(최영준) 이사는 『해양심층수 국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플랜트를 세우고 있다. 플랜트 규모가 9900m2』라고 귀띔했다. 플랜트 앞 도로는 양양군이 전액 郡費(군비)로 포장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 차원이었다.
하루 취수량은 얼마나 될까. 吳상무는 『하루 평균 2400t에 이른다』고 했다. (주)워터비스는 이 심층수로 하루 600t의 먹는 물을 만들 계획이다. 0.5ℓ 기준으로 72만 병, 1ℓ로 36만 병 규모다. 심층수를 정제하면서 발생되는 소금(6t 정도)은 별도 시판할 계획이다. 심층수 소금은 일반 천일염 소금보다 10배가량 비싸다. 일반소금이 g당 2원 정도지만 심층수 소금은 40~60원 수준이다.
柳在淑 이사의 말이다.
『롯데칠성과 공급계약을 맺었고, 하이트맥주와 진로소주에 심층수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우리도 일본 아사히 맥주처럼 심층수가 들어간 맥주를 마실 날이 멀지 않았어요.
과거 맥주 시장이 「천연 암반수」로, 소주 시장이 「알칼리수」로 평정된 전례가 있어요. 해양심층수 주류 시장이 도래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값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소금 역시 죽염소금이 소비자의 인기를 끌었듯 기능성 프리미엄 소금이 출시될 것입니다』
심층수로 강원 1번지를 꿈꾸는 양양郡
해양심층수로 만든 제품들. 심층수 소금과 소금으로 구운 김이 이미 출시됐다. 심층수 소금은 기존 천일염보다 10배나 비싸다. |
양양군청을 찾았다. 李鎭浩(이진호) 군수는 심층수가 양양을 먹여 살리길 고대하고 있었다. 심층수 개발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어민과 주민들은 마치 金脈을 찾은 것처럼 들떠 있었다.
『국내 심층수 개발은 동해에서만 가능합니다. 강원도 고성·속초·강릉과 경북 영덕·울진·울릉 등이 심층수를 이용한 기업을 유치하려는 의향을 몇 년 전부터 가져왔습니다. 우리 郡 역시 마찬가지예요. 양양군은 2년 전에 (주)워터비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선점입니다. 기득권을 확보하면 다른 기업이 못 덤비는 게 사업의 원리입니다』
심층수를 이용한 물 산업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물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물 펀드」들이 지난 4월부터 출시되면서 3개월 만에 총 1조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고 한다.
『일찌감치 (주)워터비스와 양양군이 손을 잡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군인공제회와 산업은행이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취수구 수심이 1100m에 달해 세계 최고라고 하니 적어도 청정성 면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8km 길이의 취수관에 어민들 반발
李鎭浩 양양군수. |
─해안에서 바다까지 취수관 길이가 18km나 돼 어로작업에 방해가 될 것 같은데, 어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현포리 앞바다는 인근 화상천이 흘러들어 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입니다. 당연히 어민들의 반발이 있었고, 관로 매설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어요. 어민들이 「그물을 못 치게 됐다」며 보상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어요. 심층수 개발로 그 이익을 나눠 갖고 소득과 고용을 넓힐 수 있다고 어민들을 설득했습니다.
다른 지자체는 아직 취수관 매설조차 하지 못했는데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양군은 다른 지자체보다 좋은 여건에서 출발하게 됐어요』
─심층수를 이용한 양양의 발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전천후 휴양시설이 조만간 완공될 겁니다. 양양군이 3만여 평에 달하는 부지를 현물로 출자했어요. 골프장과 심층수를 응용한 기능성 제품을 만드는 바이오산업단지도 유치할 계획입니다. 내년부터 양양군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겁니다』
해양심층수 개발에 발맞춰 지난 5월 손양면 동호리 일대에 27홀 규모(146만m2)의 골든비치 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그 옆 손양면 오산리에 8만7174m2 규모의 휴양콘도(219실)와 가족호텔(224실)이 지난 7월과 10월 각각 개장해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다 현남면 임호정리 일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콘도미니엄(120실), 휴양시설을 갖춘 골프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해 현재 토지를 매입 중이다. 현재 65% 정도 토지사용 승낙을 받은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11월쯤 사업을 착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강현면 감곡·금풍·사교·기정리 부근 273만9000m2 일대에 45홀 규모의 골프장과 숙박시설(520실)과 주민 편의시설을 설치키로 하고, 내년 11월쯤 사업착공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다. 李군수의 말이다.
『심층수와 관광을 융합한 관광상품이 주민들을 먹여 살릴 새로운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층수 효능 인정, 메커니즘은 못 밝혀
그렇다면 해양심층수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과학적 효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청정하고 영양이 풍부하다지만, 어떤 연유로 인체의 질병과 拮抗(길항) 작용을 하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심층수 소금과 천일염 소금을 분석하면 분자구조는 동일하지만 인체에 미치는 효능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지난 10월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해양심층수 과학적 효능」 세미나에서 동국大 醫大 손윤희 교수는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동국大 해양심층수 및 소재 RIS 사업단에 참여 중인 손교수는 「해양심층수의 의약적 효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심층수가 알레르기와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심층수를 복용하기 전 탈모환자 8명 중 7명의 모발 성분이 칼슘과 마그네슘 수치에서 이상증상을 보였으나 심층수 복용 1년 뒤 6명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또한 아토피성 피부염에 효능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무로타 중앙병원의 임상연구 결과, 해양심층수를 하루에 1~3회씩 5분 정도 환부에 바르고 그동안 건조해지지 않도록 해양심층수를 뿌렸더니 환자 61%에게서 효능이 있었다고 합니다.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에 따른 불면과 체액 침출에 대해서는 환자 70~80%가 효능을 보였어요』
손교수는 『일본에서 심층수를 사용한 음료를 매일 500ml씩 마시자 약 1개월 동안 최대 혈압 10~20mmHg, 최소 혈압이 50~10mmHg가량 낮아졌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했다.
『다양한 쥐 실험 결과 심층수를 1.2% 첨가한 물을 마신 쥐 그룹에서 혈액內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았고, 2~3배로 증가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났어요. 매일 식사 때마다 해양심층수를 한 잔가량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본 東北大 미래과학기술 공동연구센터의 고우노 마사히로 교수는 심층수 미네랄의 생체작용을 분석, 『심층수가 피부자극 에너지 대사와 보습·보온·향균·면역력을 높여 준다』며 『앞으로 과학적인 검증을 계속하면 폭넓은 응용이 가능해지고 실용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심층수 연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일본 고치(高知)현을 중심으로 1998년부터 심층수 기능을 명확히 하려는 목적에서 식품·생물·건강분야에서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고치현 醫大 그룹은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심층수를 이용하고 있고, 나아가 고치현과 가나가와현에서는 심층수를 이용한 온욕시설을 사업화하고 있어요』
지난 10월26일 강원 고성 해양심층수연구센터에서 열린 「해양심층수 기술·정보 세미나」에서는 심층수를 이용한 농산물 생산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깊은 바다에서 끌어올린 해양심층수를 취수장까지 끌어올리는 설비. |
식물재배에 탁월한 효과
심층수로 농작물 재배를 연구하고 있는 강원大 원예학과 姜元熙 교수. |
강원大 원예학과 姜元熙(강원희) 교수는 지난 3년간 연구를 토대로 『토양에 냉온의 심층수를 순환시켜 저온성 작물인 배추와 냉이, 시금치 등을 관찰한 결과, 심층수가 뿌리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수분과 양분의 흡수를 원활히 하는 특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姜교수는 해양심층수가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 함량을 증진시키고 토마토 열매의 당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심층수를 토마토에 투입해 열매의 당도를 증진시켰고, 저온과 염분을 이용해 생장조절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콩과 무의 경우 심층수의 저온과 미네랄 특성을 이용해 高품질의 수확과 생장을 이뤘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딸기·벼·미나리·시금치·멜론 등의 재배에 심층수를 활용, 병해방지와 高당도, 高품질을 거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해양심층수 개발에 나선 민간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저마다 해양심층수가 식수원의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代案(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지자체 간 심층수 개발을 둘러싼 과열 논란에 대해선 엇갈리는 평가를 내놨다.
해양심층수 개발 이야기
강원 양양군 원포리에서 심층수를 개발 중인 (주)워터비스의 秋瑢植(추용식) 대표의 이야기다.
『동해는 해수 전체의 90% 이상이 해양심층수로 이뤄져 있고, 100~300년을 주기로 반시계 방향으로 순환하고 있어요. 미국이나 대만, 노르웨이 등 他지역의 심층수에 비해 저온 안정성이 뚜렷해서 세계 해양학계가 「동해야말로 천혜의 심층수 해역」이라고 인정할 만큼 청정성과 수질이 탁월합니다』
울릉군 현포리에서 심층수를 개발 중인 울릉미네랄(주)의 金弘基(김홍기)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심층수는 취수지역에 따라 성분과 품질에서 차이가 납니다. 미국 하와이의 취수지역은 본 섬에서 멀리 떨어진 불모 섬이고, 일본 역시 오키나와에서 비행기로 40분 거리인 구메지마(久米島)라는 외딴 섬입니다.
울릉도는 육지와 120km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정한 해역입니다. 수온은 0.5~4.5℃로 매우 안정되고 산소 용존량과 무기 미네랄 보유량 등 여러 측면에서 일본 심층수보다 훨씬 우수한 품질로 판명됐습니다』
또한 먹는 물 개발뿐만 아니라 심층수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秋대표의 설명이다.
『일단 먹는 물부터 사업을 시작해 내년쯤이면 해양심층수로 만든 두부·술·화장품 등 관련 제품을 차례로 출시할 생각입니다. 내년 해양심층수 시장 규모는 1700억원대가 되고, 2015년에는 규모가 2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잉논란은 기우』
강원 양양군 원포리에서 심층수를 개발 중인 (주)워터비스의 秋瑢植 대표. |
秋대표는 지자체 간 경쟁적 심층수 개발에 대해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심층수의 하루 취수량이 4만5000t 정도입니다. 우리는 현재 심층수 하루 최대생산 능력을 모두 더해도 1만5000t에 불과합니다. 심층수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가정하면, 이 정도로 부족할 것으로 봅니다. 게다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바이오 산업과 수산업, 농산물에까지 심층수가 활용된다고 가정하면, 취수량을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잉논란은 기우라고 봅니다』
金대표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일본의 경우, 불황타개 목적으로 지자체마다 소자본으로 심층수 개발에 경쟁적으로 참여, 유사 심층수가 난립하는 바람에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의 인기가 식어 버렸다고 한다.
『심층수 시장이 무궁하다지만 소비자 반응의 추이를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당장 돈이 되는 것처럼 생각해서 아무 계획 없이 뛰어들었다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모릅니다. (주)워터비스는 태동기나 다름없는 국내 심층수 시장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투자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에 재직 중인 秋대표는 일부 해양심층수 연구가 경제성을 갖추지 않은 「연구를 위한 연구」라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은 심층수 연구를 「좌판 벌이기式」으로 하고 있어요. 실용화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자기들끼리의 연구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따기 위한 연구가 됩니다. 그런 곳에 국비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심층수가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예컨대 농작물에 심층수를 이용하는 연구는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고 봅니다. 비료가 있는데 값비싼 심층수를 농작물에 투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려와 걱정
울릉군 현포리에서 심층수를 개발 중인 울릉미네랄(주)의 金弘基 대표. |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의 金鍾萬(김종만) 원장은 1980년대 초 東京大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부터 일본의 해양심층수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 일본 고치현 심층수대책실을 찾아 처음부터 심층수 개발과정을 지켜보았다. 초창기 한국해양연구원의 심층수 연구가 그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金원장은 「일본의 심층수 개발이 대기업이 아닌 공영개발 형태로 지자체가 참여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층수 취수관 개발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산에 밝은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지자체가 50%, 정부가 50%씩 출자해 개발비용을 분담했습니다. 적자가 나도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간 기업은 심층수 원수를 지자체로부터 구입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심층수를 응용한 산업은 고용 유발과 세수 확보에 이점이 있기 때문에 심층수 개발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전국적 단위로 사업이 크지 못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의 金鍾萬 원장 |
국내 해양심층수 산업이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 위해선 과학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심층수의 효능이 사례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학계가 공인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통과된 「해양심층수법」에는 「심층수가 몸에 좋다」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규제할 정도다.
『몸에 좋기는 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됐습니다. 아토피 치료제로서는 심층수만 한 것이 없고 당뇨나 고혈압, 위장세척, 암에 좋다지만 왜 좋은지 메커니즘 규명이 어렵습니다.
해수욕(표층수)을 하면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하잖아요. 심층수로 하면 얼굴 땅김도, 소금기도 없어 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른다는 겁니다. 일본 고치현 醫大나 한국의 동국大 醫大에서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으나 아직 신문에 낼 형편이 못 됩니다. 관련 연구비 지원도 일천합니다. 「해양심층수법」이 (심층수가) 사람 몸에 좋다는 얘기를 넣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무얼 가지고 홍보합니까. 반드시 연구해서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만 되면 정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는 2008년 2월 심층수 상품이 본격 출시되면 시장의 성패가 1년內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소비자의 반응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설투자에 나설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심층수 먹는 물이 나오고 소비자의 반응이 나오면 심층수 산업의 성패가 결정될 겁니다. 소비자들이 「비싸기만 하고 좋은지 모르겠다」고 하면 끝이 납니다. 물이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상품개발도 의미가 없습니다』
「제 살 깎기」경쟁 말아야
지자체와 민간 개발업자 간 경쟁이 문제라고 했다. 「제 살 깎아먹기」란 시각이다.
『개발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서로 자기 물이 좋다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성 물은 좋은데 울릉 물은 나쁘다는 식으로 싸운다고 합니다.
동해안의 심층수는 모두 비슷합니다. 수심 경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심층수 특징만 유지하면 되지, 수심에 따라 미네랄이 많고 적다는 것은 미미한 차이입니다. 서로 싸우지 말고 초창기 심층수 사업을 키워야 합니다』●
▣ 해외 심층수 개발현황
미국은 하와이에 세계 최대 설비(하루 7만t)를 갖췄지만 관광상품으로 개발되는 정도다. 하와이의 최대 수출품은 해양심층生水다. 하루 수출량이 1.5ℓ 들이로 25만 병(87만50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은 29곳에서 심층수를 개발하고 있으며 2003년 시장규모가 2조5000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3조원대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2004년 기준으로 일본 생수회사 순위에서 심층수 회사가 3위(마린골드)와 7위(심해의 은총)를 차지했다. 먹는 물이나 음료, 주류만이 아니라 두부·빵 등 식품류와 건강·미용·조미료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아사히 맥주는 심층수 맥주를 출시, 48년 만에 기린 맥주를 이겼다. 2001년 당시 심층수 주류 시장 규모가 1425억 엔에서 2005년엔 2948억 엔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영세 업체의 난립과 심층수에 수은이 검출됐다는 誤報(오보) 소동이 벌어지면서 시장 증가세가 주춤한 상태다. 게다가 과학적 입증 없이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진 것이 마케팅 실패로 이어지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층수를 취수한 지자체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카타무라 아키히사 고치현 해양심층수 연구소장은 『상품화가 너무 앞서가면 학문적 연구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산·학·연·관이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심층수 기술 노하우를 활용·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심층수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강원도 고성군의 심층수 개발을 일본 업체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대만에서는 2005년 7월부터 2개 지역 5곳에서 심층수를 취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