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黃眞伊)와 소세양 (蘇世讓 ) 이야기
신분을 넘은 아름다운 인연(2:주고받은 시)(1)
황진이 의 시(詩) : 박연 폭포(朴淵瀑布)
一派長天噴壑壟(일파장천분학롱) 한 물줄기가 하늘에서 솟아 계곡으로 떨어지니
龍湫百尺水叢叢(용추백척수 총총) 백 길 넘는 물 웅덩이에 물은 급박하게 들끓는다.
飛泉倒瀉疑銀漢(비천도사의 은한) 샘물이 거꾸로 솟아 거품은 은하수 같고
怒瀑橫垂宛白虹(노폭횡수완백홍) 성난 폭포 가로 드리우니 흰 무지개 완연하다.
雹亂霆馳彌洞府(박난정치미동부) 어지러운 물거품은 천둥소리 내며 골짜기를 달리고
珠聳玉碎徹晴空(주용옥쇄철청공) 구슬 방아에 부서진 옥 허공에 치솟는다.
遊人莫道廬山勝(유인막도려산승) 나그네여, 여산이 명승지라고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수식천마관해동) 모름지기 천마산이야말로 해동에서 으뜸인 것을.
용추 [龍湫]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에 깊게 패어 있는 웅덩이
[박연 폭포]라는 시의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 시(詩)를 짓기로 했다.
소세양 이 먼저
忽報平安字(홀보평안자) 문득 편지를 보내고
聊寬夢相懸(료관몽상현) 꿈에서도 그리던 마음 풀어지네. @ 聊 : 애오라지 료
孤雲飛嶺嶠(고운비령교) 외로운 구름 고개 너머로 흘러가고
片月照湖天(편월조호천) 조각달은 이 호수를 비치고 있네.
兩地無千里(양지무천리) 그곳과 이곳 거리 천리도 못되는데
相望近六年(상망근육년) 서로 그리워한 지 여섯 해가 지났네.
茅詹雨聲夜(모첨우성야)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듣고 @ 詹 : 이를 첨
長憶對床眠(장억대상면) 오랫동안 그대 그리다 책상머리에서 조네.
시를 듣고 난 황진이 가 심금을 울린다고 하면서 답했다.
誰斷崑山玉(수단곤산옥) 뉘라서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 誰 : 누구 수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었는가. @ 梳 :얼레빗 소
牽牛一去後(견우일거후) 칠석날 떠난 임이 야속하여서
愁擲碧空處(수척벽공허) 시름처럼 푸른 하늘에 떠 있어라.
- 시가 슬프게 들리는구나.
- 부끄럽사옵니다.
둘이서 술이 오고 간 후 황진이가 소세양의 청으로 가야금 반주에 노래를 불렀다.
둘이 이렇게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며 밤을 지새웠다.
어느덧 두 사람이 만난 지도 꼭 한 달이 되었다.
소세양은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고자 황진이를 찾았다.
황진이도 내일 한양으로 떠나는 소세양을 아쉬워하며 하룻밤만 더 노시다 가라며 옷자락을 잡는다.
주저하는 소세양에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듯이 말한다.
- 나으리, 섭섭하옵니다.
나으리와 소녀의 사랑이 겨우 이 정도였단 말입니까?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으리를 만나지 않겠습니다.
- 자네가 미워서 돌아가겠다는 것이 아니질 않는가?
잠시 기다리면 내 다시 들림세.
황진이는 눈물을 닦으며 마지막이라고 시를 한 수 지어 올린다.
奉別蘇判書世讓 소세양판서를 보내며
月下庭梧盡(월하정오진) 달빛 비치는 뜰에는 오동잎 지고
霜中野菊黃(상중야국황) 서리 맞은 들국화 노랗게 피었네.
樓高天一尺(누고천일척) 누각은 높고 높아 하늘은 나직한데
人醉酒千觴(인취주천상) 오가는 술잔은 취해도 끝이 없네. @ 觴 : 잔 상
流水和琴冷(유수화금냉) 흐르는 물은 차가운 거문고 가락에 화합하고
梅花入笛香(매화입적향) 매화는 피리 곡조에 젖어 향기로워라.
明朝相別後(명조상별후) 내일 아침 우리 두 사람 이별한 뒤에도
情興碧波長(정여벽파장) 정분은 푸른 물결처럼 오랫동안 사무치리.
특히 마지막 구절은 장부의 애간장을 태우는 말이다.
소세양의 마음이 돌아섰다.
- 이 사람. 내가 자네한테 졌네.
이렇게 하여 소세양은 친구와의 내기에서 지고 말았다.
그러나 자신의 패배에는 여한이 없었다.
이후 소세양과 이별한 황진이는 소세양이 그리워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相思相見只憑夢(상사상견지빙몽) 생각하고 보고픈 마음 만날 길은 꿈길뿐
儂訪歡時歡訪儂(농방환시환방농) 내가 임을 찾아갈 땐 임도 나를 찾아오네.
願使遙遙他夜夢(원사요요 타야몽) 원컨대 아득한 서로 다른 날밤 꿈길을
一時同作路中逢(일시동작로중봉) 같은 시간 같이 떠나 길 가운데서 만났으면.
번체 (遙遙)
1. 아득히 멀다
2. 멀다
3. 아득하다
소세양이 돌아간 지 불과 2일 만에 첫 인편이 왔다.
명월아, 내 오던 날... 파주의 여관에 홀로 누웠으니. 얼마나 그리웠는지,
네가 꺾어준 맷 버들가지를 머리맡에 놓고 황망하게도 두 뺨을 눈물로 적시고 말았다.
남곤의 시가 거짓이 아니더구나.
빈 뜰에 나뭇잎 구르는 소리 나니
간밤에는 신발 끄는 소리로 잘못 알고 마음 두근거렸네.
여관 외로운 베개로 잠 못 이루었는데
쇠잔한 등불이 어둡다가 다시 밝아오네.
이별이 길지만, 오래 살아서 몇 번이고 다시 보자꾸나.
진이는 바로 그 인편으로 답신을 적어 보냈다.
소슬한 달밤 무슨 생각하시 온지요.
뒤채는 잠자리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님이시여, 제가 드린 말도 기억하시는지요.
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을지요.
멀리 계신 님 생각, 끝없어도 모자란 듯
하루하루 이 몸을 그리워하시나요.
바쁜 중에도 돌이켜 생각함이란 괴로움일까, 즐거움일까
참새처럼 지저귀어도 제게 향하신 정은 여전하신지요.
그리고 또 다른 답신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
청산은 내 뜻이오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가실쏜가
녹수도 청산 못 잊어 울어 밤길 예놋다.
내 언제 신의 없이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참 삼경에 온 뜻이 전혀 없다.
추풍에 잎 지는 소리야 낸들 어찌 하리오.
[출처] Naver 블로그 / 작성자 jongrodk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