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공’ vs ‘어공’ vs ‘순공’
‘늘공’은 늘 공무원이라고 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퇴직까지 가는 직업공무원을 말하고,
‘어공’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서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을 말하는데
정권이 교체되면 파리 목숨이 된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들은 늘공(직업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공무원들이 온갖 규제를 무기로 나랏일을 움켜진 탓에 적폐가 쌓인다는 얘기이다.
반면 늘공들은 어공들이 문제라고 되받는다.
정책 결정 권한은 어공들 차지인 청와대나 입법부인 국회로 넘어갔고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어공들이 위에서 내려보내는 정치적 메시지 해석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어공들이 과도한 충성 경쟁이라도 하면 더 피곤해진다고 항변한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인 기획재정부의 관료들은 "직업공무원들은 영혼이 없어야 한다는 걸
잘 알지 않냐"며 "지금 정부 시스템에서 (늘공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늘공들과 달리 원 소속 부처가 없는 어공들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어공들은 어차피 정권이 교체되면 다음 정권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기 때문에 늘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어공과 늘공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문제는 비선 실세에 줄 선 ‘순공’(최순실 공무원)이라고 지적한다.
정권마다 등장하는 '순공들' 앞에서 어공과 늘공의 경계는 없다. 똑같이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로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어서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최순실 사태를 지켜 보면 어공과 늘공의 일을 가로 막는 건 순공이 아닐까?
비선 실세의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그들은 움직였다.
어공이든 늘공이든 순공 앞에선 무력감과 자괴감이 컸고,
그만큼 국정은 무너져 내렸고 비례해서 국민들의 한숨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