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절 제석천과 목건련의 신통
1 어느 날, 부처님은 동쪽 동산에 있는 녹자모강당에 계셨다. 제석천은 부처님을 찾아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비구는 어떻게 해서 애욕을 없애고 해탈해서, 마음과 몸이 편안하고 청정한 행을 닦으며, 인간과 천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입니까? 이것을 간단히 설명해 주소서."
"제석이여, 비구들은 모든 법은 집착할 것이 못 된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래서 모든 법을 완전히 알고 있다. 따라서 괴로움이나 즐거움이나 또는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어떠한 감각을 받더라도, 모두를 덧없다 보아, 어떠한 세계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괴로워하거나 번민하는 일이 없이, 스스로 편안하고 고요한 열반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삶은 다했다. 깨끗한 행은 행해 마쳤다. 해야 할 일은 이루어 마쳤다. 이 밖에 다음 삶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제석이여, 간단히 말하면, 비구는 이렇게 해서, 탐욕을 없애고 해탈해서 편안하고 청정하매, 인간과 천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제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해, 부처님께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하늘로 돌아갔다.
2 그때 목건련은 부처님 곁에 앉아 이 문답을 듣고 생각했다. '제석은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기뻐한 것일까? 한번 시험해 보리라.' 하고, 곧 정사의 뜰에 그림자를 숨기고, 삼십삼천에 나타났다. 그때 제석은 오백 명의 악인樂人들에게 둘러싸여 연꽃 향기로운 동산에 앉아 있다가, 멀리 목건련이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맞이했다.
"존자여, 잘 오셨습니다. 자, 자리에 앉으십시오."
목건련이 준비된 높은 자리에 앉으니, 제석은 낮은 자리에 앉았다. 목건련이 물었다.
"교시가여, 네가 부처님에게 들은, 저 '탐욕을 없애고 해탈한다'는 가르치심을, 나는 들을 수 없겠는가?"
"존자여, 우리는 할 일이 많은 바쁜 몸이 되어, 자기를 위해서 삼십삼천을 위해서나,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나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가르침을 잘 듣고, 잘 알고, 잘 기억하고 있으므로, 그리 쉽게 잊어버리지는 않습니다.
존자여, 먼 옛날, 하늘과 아수라 사이에 전쟁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전쟁에서 이긴 기념으로 베잔타라는 궁전을 지었습니다. 이 궁전에는 만 채의 집이 있고, 집 한 채 한 채에는 각각 백 개씩의 칠 층 다락집이 있으며, 각각의 다락집에는 마흔아홉 명씩의 하늘아가씨가 있고, 한 사람의 하늘아가씨에게는 또 각각 마흔아홉 명씩의 시녀가 붙어 있었습니다. 존자는 이 베잔타 궁전을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목건련은 아무 말 없이 제석의 뜻을 따랐다. 그래서 제석은 비사문천을 데리고, 목건련을 인도해서 궁전으로 향했다. 궁전의 하늘아가씨와 시녀들은, 집을 떠나와 탐욕을 버린 거룩한 목건련의 모습을 보자, 모두 신부처럼 수줍고 부끄러워, 각기 제 방으로 도망쳐 갔다.
3 제석천은 비사문천과 함께 목건련에게 베잔타 궁전의 구석구석을 보이면서 말했다.
"존자여, 이 장엄을 보십시오. 이것은 모두 옛날 내가 쌓은 공덕에 의해서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들은 훌륭한 것을 보면, 언제나 '아아, 얼마나 훌륭한가! 마치 도리천과 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두 나의 전생의 공덕에 의한 것입니다."
목건련은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이 하늘은 자기의 영광에 미쳐, 방탕에 흐르고 있다. 한번 혼을 내주자.' 그리고 궁전 한 끝에 발가락을 얹으니 궁전은 우레처럼 울리면서, 금세 무너질 것 같았다. 제석을 비롯해, 비사문 및 도리천의 모든 신들은 놀라고 두려워 말했다.
"아아, 얼마나 위대한 신력인가? 겨우 발가락 하나를 부딪쳐 이렇게 큰 진동을 일으킨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목건련은 두려워 떨고 있는 제석천을 돌아보고, 조용히 앞서의 질문을 다시 했다.
"교시가여, 네가 부처님에게서 들은, 저 탐욕을 없애고, 해탈하는 가르침을 나는 들을 수 없겠는가?"
이에 제석은 할 수 없이, 자기의 물음과 부처님의 대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목건련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를 일어나 인간 세계로 돌아왔다.
하늘아가씨들은 제석을 둘러싸고 모두 놀라면서 물었다.
"주인이여, 당신과 여기 같이 있던 이가 부처님이십니까?"
"아니. 부처님이 아니다. 그는 일찍 나와 같이 공부하던 목건련이라는 스님이다."
"주인이여, 당신이 저와 같이 큰 위신력을 갖추신 분을 친구로 가졌다는 것은 행복이십니다. 제자로서 저러한 힘을 가졌다면, 그 스승이신 부처님은 과연 어떠한 분이실까요?"
목건련은 녹자모강당에 돌아와 이 이야기를 하고,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기뻐했다.
4 파타가 장자는 천상에 있다가, 하루 밤에는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을 기원정사로 찾아가 뵈었다. 광명은 숲뿐이 아니고 사위성 전체를 비추었다. 그는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부처님 앞에서 서고 싶지만, 일어나 설 수가 없습니다. 마치 젖이나 기름을 모래에 붓는 것처럼 가라앉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파타가여, 그러면 육신으로 변하는 것이 좋다."
그는 부처님 말씀대로 육신으로 변해 부처님께 예배하고 곁에 섰다. 부처님은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파타가여, 너는 지금 천상에 있어서도, 옛날 인간이었던 때와 그 모양이 같은가?"
"부처님이시여,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왕자의 부하 이교도와 이교도의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계시는 것처럼, 저도 천자 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천자들은 멀리서 법을 듣기 위해 저에게 모여 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인간으로 있을 때에, 세 가지 법에 싫증나는 일이 없이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 세 가지란, 부처님을 뵈옵는 것과, 바른 법을 듣는 것과, 스님들을 받드는 일입니다. 이 세 가지 일을 원대로 못하고, 죽음이 닥쳐와 할 수 없이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일로 말미아아 지금 무번천에 태어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