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연중 제23주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원통 폐교 선교공동체 재가복지 팀은 매년 봄.가을에 전국에서 온 50-60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인제군 내 어르신들 300여명을 모시고 효도잔치를 하였습니다. 어느해 봄 효도잔치 때 일입니다. 전날에 가마솥 소머리국밥, 고기, 떡, 온갖 잔치 음식들을 준비해 놓고, 잔치 당일 아침에는 가마솥 밥을 합니다. 보통 쌀 한 가마니 정도가 필요합니다. 잔치 당일 양양 관상수도원 새벽 주일미사를 마치고, 속초를 거쳐 고성에 있는 요양원 주일미사를 위해 이동 중에 가마솥밥 담당 봉사자로부터 쌀이 없다고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당일 밥을 생각 안하고 남은 쌀 한 가마니로 떡을 다 해버린 모양입니다. 다행히 고성 요양원에서 쌀 한 가마니를 내어 주었습니다. 마치 준비해 놓은 듯이. 거진항 활어센터 단골집에서 준비해 놓은 오월에 한창인 보리숭어회를 찾아와서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푸짐한 잔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 검단 노래봉사단과 근처 사단 군악대의 흥겨운 춤과 노래로 잔치가 한창 무르익을 때, 인천의 한 성당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혼배미사 축하미로 받은 쌀이 많이 있는데, 필요하면 계속 보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다음날 그 성당 봉고 트럭으로 열두 가마니의 쌀을 싣고 왔습니다. '야훼 이레' 필요한 것은 주님께서 다 마련해 주십니다. 원통에서는 이렇게 흥겹게 십오년을 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심으로써,' 당신과 더불어 '때가 되어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음'을 보여주십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놀라운 기적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되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되는 기적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야훼 이레' 꼭 필요한 것은 주님께서 다 마련해 주시는 기적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보물을 찾아 나선 우리 4인방 외에도 15년 동안 참 많은 아이들과 남녀 수도자들과 형제 자매들이 우리 원통 폐교 공동체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온갖 아픈 사연들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공감(Compassion)과 연대(Solidarity)와 나눔(Sharing)으로 함께 살았습니다. 그중에는 세상에 태어난지 7일만에 한식구가 되어 4년 동안 함께 산 아이도 있었습니다. 안식년 일년을 꼬박 함께 산 교구 사제도 있었습니다. 베테랑 의사 친구도 있었습니다. 참 다양하고 모두 그리운 사람들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몇몇 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 함께 살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