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안능지(具眼能知)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만이 능히 선악과 가치를 안다는 뜻이다.
具 : 갖출 구(八/6)
眼 : 눈 안(目/6)
能 : 능할 능(月/6)
知 : 알 지(矢/3)
요네하라 마리의 '교양노트'에 '사소해 보이는 것의 힘'이란 글이 있다.
건축가를 꿈꾸던 젊은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는 오랜 시간 고치고 다듬어 도면을 완성했다. 흡족했다. 목수를 찾아가 자랑스레 그 설계도를 내밀었다.
한참을 보던 늙은 목수가 조용히 말했다. '이건 기쁨과 행복의 마을이 아니라 슬픔과 불행의 마을이로군.' '그럴 리가요?' '확실히 애써서 만든 설계도일세. 도로와 건물의 위치, 소품의 배치도 완벽해. 하지만 자네가 간과한 게 있네. 그림자일세. 건물에 그림자가 어떻게 지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군. 햇빛을 받지 못하는 마을은 어두침침한 회색 마을이 되고 마네. 사람들은 우울해지지. 젊은이, 명심하게나. 그림자를 얕봐선 안 되네. 그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닐세.'
어떤 사람이 중국에서 그림을 사왔다. 낙락장송 아래 한 고사(高士: 뜻 높은 선비)가 고개를 들고 소나무를 올려다 보는 그림이었다. 솜씨가 기막혔다.
안견(安堅)이 보고 말했다. '고개를 들면 목덜미에 주름이 생겨야 하는데, 화가가 그것을 놓쳤다.' 그 후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림이 되었다.
신묘한 필치로 일컬어진 또 다른 그림이 있었다. 노인이 손주를 안고 밥을 먹이는 모습이었다.
성종께서 보시고 이렇게 말했다. '좋긴 하다만, 아이에게 밥을 떠먹일 때는 저도 몰래 자기 입이 벌어지는 법인데, 노인은 입을 꽉 다물고 있으니 화법을 크게 잃었다.' 그 후로는 버린 그림이 되었다.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온다. 그는 이렇게 부연한다. '그림이나 문장도 다를 게 없다. 한번 본의를 잃으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식자가 취하지 않는다. 안목 갖춘 자라야 이를 능히 알 수가 있다(具眼者能知之).'
의미는 늘 사소한 데 숨어 있다. 기교는 손의 일이나, 여기에 마음이 실리지 않으면 버린 물건이 되고 만다. 가짜일수록 그럴싸하다. 진짜는 사람의 눈을 놀라게 하는 법이 없다. 덤덤하고 질박하다.
꽉 다문 입에 손주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픈 할아버지의 마음이 달아나 버렸다. 목 뒤의 주름을 놓치는 바람에 소나무의 맑은 기상을 우러르는 선비의 마음이 흩어졌다.
젊은이! 명심하게. 사소해 보이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게. 그림자를 얕봐선 안 되네.
◼ 구안능지(具眼能知)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옳고 그름을 안다.
눈은 보는 것만이 아니고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사물의 가치와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은 저절로 생기지 않고 오랜 경험과 교육, 훈련에서 온다.
안목(眼目)은 그 구별하는 힘이고, 그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구안지사(具眼之士)다. 안목을 가진 사람(具眼)만이 능히 선악과 가치를 알 수 있다(能知)는 이 성어는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말이다.
미덕을 갖고 있어도 속으로 간직하고 좀처럼 드러내지 않아야 군자라는 말이 있다. 비단옷을 입고 기운 옷을 덧입는다는 금의상경(錦衣尙褧)이다. 반면 반문농부(班門弄斧)나 와부뇌명(瓦釜雷鳴)은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한 경우다.
조선 중기의 문신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은 '어우야담(於于野談)'이란 야담집을 남겨 설화문학의 대가로 꼽힌다. 왕실 귀인에서 천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뛰어난 문장으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여 귀중한 자료로 남았다.
이 책에 아무리 널리 알려지고 좋은 그림이라고 칭찬이 자자해도 전문가의 안목으로 제대로 평가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학자 정민 교수가 고금의 사자성어를 오늘의 세태에 비춰 교훈을 준 책 '조심(操心)'에 재미있게 소개한 일화를 요약해 보자.
어떤 사람이 중국에서 솜씨가 기막힌 낙락장송 그림을 사 왔다. 그 아래 선비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안견(安堅)이 목덜미에 주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조선 전기 산수화의 대가인 안견이 결점을 말하자 그림 좋다는 사람이 없어졌다.
노인이 손주를 안고 밥을 먹이는 신묘한 필치의 그림을 성종(成宗)이 보고 갸웃했다. 아이에 밥을 먹일 때 자신의 입도 저절로 벌어지는데 입을 꽉 다문 노인을 그렸으니 화법을 잃었다고 했다.
유몽인이 설명한다. "한번 본의를 잃으면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식자가 취하지 않는다(一失本意 雖錦章繡句 識者不取), 안목 갖춘 자라야 이를 능히 알 수 있다(惟具眼者能知之)."
많은 사람이 훌륭하다고 칭찬해도 사소한 흠집은 전문가의 눈을 벗어날 수 없다. 어떤 일이 옳다고 낸 의견에 이구동성으로 맞장구쳐도 잘못은 있을 수 있다. 반면 한 이야기에 옳은 지적이었음에도 엉뚱한 트집을 잡아 벌떼같이 동조하면서 풍파를 일으키는 일도 잦다.
인터넷이나 SNS로 의견을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요즘에는 찬성하지 않는 상대에게 무조건 악담을 퍼붓기도 한다. 어떤 잃을 말할 때 전후의 일을 잘 살펴 말하고, 반대 의견이 있어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 具(갖출 구)는 ❶회의문자로 두 손으로 물건을 바치는 모양의 글자와 貝(패; 물건이나 돈)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급(供給)하여 모자라지 않도록 하다, 갖추다, 갖추어짐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具자는 '갖추다'나 '구비하다', '온전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具자는 鼎(솥 정)자와 廾(받들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금문에 나온 具자를 보면 양손에 솥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솥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것이다. 여기에 廾자가 더해진 것은 솥을 양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준비가 완료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具자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는 의미에서 '갖추다'나 '구비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具(구)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기구(器具), 용구의 뜻을 나타냄 (2)시체(屍體)의 수효(數爻)를 세는 단위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갖추다, 갖추어지다 ②구비하다 ③온전하다, 족하다 ④모두 ⑤일일이 ⑥자세히, 상세히 ⑦함께, 다 같이 ⑧차림 ⑨그릇, 연장(어떠한 일을 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 ⑩설비, 준비 ⑪힘, 기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갖출 비(備), 갖출 해(該)이다. 용례로는 빠짐없이 차림이나 고루 갖추어 있음을 구비(具備), 실제로 나타냄 또는 나타난 그것을 구현(具現), 전체를 구비함을 구체(具體), 형상을 갖추어 가진 것을 구상(具象), 양친이 다 살아 계시어 경사스러움을 구경(具慶), 본전과 이자를 합함을 구리(具利), 격식에 맞음을 구격(具格), 구체적으로 말함을 구술(具述), 서류의 형식을 갖춤을 구문(具文), 충분히 갖추어 있음을 구족(具足), 갖추어서 빠짐이 없이 적음을 구록(具錄), 일에 쓰이는 여러 가지 연장을 도구(道具), 그릇이나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컬음을 기구(器具), 차에 관한 여러 가지 기물을 다구(茶具), 몸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기형인 상태를 불구(不具), 살림살이에 쓰는 온갖 기구를 자구(資具), 장난감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여러 가지 물건을 완구(玩具),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는 데 쓰는 기구나 연장을 공구(工具), 고기잡이에 쓰이는 제구를 어구(漁具), 무엇을 하거나 만드는데 쓰는 제구를 용구(用具), 몸을 단장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도구를 장구(裝具), 이부자리와 베개를 침구(寢具),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기록함을 개구(開具), 반찬을 갖추고 밥을 먹음을 이르는 말을 구선손반(具膳飱飯), 각 방면의 사람과 널리 사귀는 친구를 일컫는 말을 구색친구(具色親舊), 형체는 갖추었으나 보잘것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체이미(具體而微), 온갖 아름다운 자태가 다 갖추어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백태구비(百態具備) 등에 쓰인다.
▶️ 眼(눈 안, 눈 불거질 은)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눈목(目=罒; 눈, 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艮(간, 안)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眼자는 ‘눈’이나 ‘눈동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眼자는 目(눈 목)자와 艮(그칠 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艮자는 허리를 구부린 채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단순히 ‘보다’라는 뜻만을 전달하고 있다. 眼자는 눈을 강조해 그린 艮자에 目자를 결합한 것으로 ‘눈’이나 ‘눈동자’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目자도 눈을 그린 것이긴 하지만 주로 ‘보다’라는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眼자는 신체기관의 일부인 ‘눈’을 뜻하기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참고로 眼자와 유사한 글자로는 眠(잠잘 면)자가 있으니 혼동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眼(안, 은)은 ①눈, 눈동자 ②구멍 ③안광(眼光), 시력(視力) ④요점(要點) ⑤어린 싹 ⑥거품 ⑦기수사(基數詞; 수량을 셀 때 쓰는 수사), 양수사(量數詞; 기수사) ⑧보다, 만나다 그리고 ⓐ눈 불거지다(은) ⓑ눈 불거진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눈 목(目)이다. 용례로는 사물을 분별하는 견식을 안목(眼目),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범위를 안계(眼界), 눈을 보호하거나 시력을 돕기 위해 쓰는 기구를 안경(眼鏡), 눈의 안이나 마음속을 안중(眼中), 시력을 높이어 일컫는 말을 안력(眼力), 눈알로 척추동물의 시각 기관인 눈구멍 안에 박혀 있는 공 모양의 기관을 안구(眼球), 늙어서 시력이 나빠진 눈을 노안(老眼), 어떤 일을 눈여겨 보아 그 일을 성취할 기틀을 잡음을 착안(着眼), 먼눈이나 눈먼 사람을 맹안(盲眼), 핏발이 선 눈이나 어떤 일을 이루려고 애가 달아 기를 쓰고 있는 상태를 혈안(血眼),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사람됨이 교만하여 남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을 안하무인(眼下無人), 눈 속의 사람이라는 뜻으로 정든 사람이나 늘 생각하며 만나 보기를 원하는 사람을 안중지인(眼中之人), 눈은 높으나 손은 낮음이란 뜻으로 눈은 높으나 실력은 따라서 미치지 못한다는 안고수비(眼高手卑), 눈빛이 종이의 뒤까지 꿰뚫어 본다는 뜻으로 독서의 이해력이 날카롭고 깊음을 안광지배(眼光紙背) 등에 쓰인다.
▶️ 能(능할 능, 견딜 내)은 ❶회의문자로 곰(문자의 왼쪽 부분)과 짐승의 발바닥(문자의 오른쪽 부분)의 모습을 뜻하는 글자로 곰의 재능이 다양하다는 데서 능하다를 뜻한다. 月(월; 肉육)은 살, 마늘모(厶; 나, 사사롭다, 마늘 모양)部는 큰 머리의 모양에서 변한 것으로 머리가 큰 곰 같은 동물의 모습이다. 이 동물은 힘이 세고 고기 맛이 좋기 때문에 이 글자를 빌어 사람의 일이 충분히 된다는 뜻으로도 쓰고, 나중에 곰을 나타내기 위하여는 熊(웅)이란 글자를 따로 만들었다. ❷상형문자로 能자는 ‘능하다’나 ‘할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能자는 곰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能자는 본래 ‘곰’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능력’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곰을 그린 能자가 왜 ‘재능’이나 ‘능력’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일까? 곰은 재주가 뛰어나기에 재능을 뜻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신성함을 상징했던 곰은 여러모로 탁월한 능력을 갖췄던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能자가 이렇게 ‘재능’과 관련된 뜻으로 가차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灬(불 화)자가 더해진 熊(곰 웅)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能(능, 내)은 (1)재능(才能). 기능(機能) (2)능력(能力)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능하다 ②능히 할 수 있다 ③기량(技倆)을 보이다 ④재능(才能)이 있다 ⑤화목하게 지내다 ⑥~할 수 있다 ⑦응당 ~해야 한다 ⑧능력(能力) ⑨재능(才能) ⑩인재(人才) ⑪에너지(energy) ⑫곰(곰과의 포유류) 그리고 ⓐ견디다(=耐)(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을 감당하거나 해결해 낼 수 있는 힘을 능력(能力), 일정한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의 비율을 능률(能率), 제 힘으로 움직임을 능동(能動), 능하고 익숙함을 능숙(能熟), 잘 하는 일을 능사(能事), 익숙하고 솜씨 있음을 능란(能爛), 능하게 잘 하는 말을 능변(能辯), 대상을 포착하여 관찰하는 주관을 능관(能觀), 능히 오거나 가거나 함을 능통(能通), 뛰어난 작품을 능품(能品), 능하고 어진 이를 능인(能仁), 잘 쓴 글씨나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능필(能筆), 넉넉히 감당함을 능당(能當), 유능하다는 평판을 능성(能聲), 뛰어난 재능을 능재(能才), 할 수 있음이나 될 수 있음을 가능(可能), 어느 기관이 그 기관으로써 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능(機能), 기술적인 능력 또는 재능을 기능(技能), 재능이 없음을 무능(無能), 재주와 능력을 재능(才能), 두뇌의 작용으로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재능이 있음을 유능(有能), 능력이 없음을 불능(不能), 어떤 물건이 지닌 성질과 능력 또는 기능을 성능(性能), 온갖 것에 다 능통함을 만능(萬能), 큰 일이나 작은 일이나 임기응변으로 잘 처리해 냄을 능소능대(能小能大), 능히 보고도 생각하기 어렵다는 능견난사(能見難思), 능력을 개척하여 발전시킴을 능력개발(能力開發), 재능이 있는 자는 계책을 숨기고 남에게 알리지 않음을 능사익모(能士匿謀), 인간의 능력은 모든 사물에 다 능할 수 없다는 능불양공(能不兩工), 잘 해치우는 재간과 익숙한 솜씨를 능수능간(能手能幹) 등에 쓰인다.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를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