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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런 와인바
학생신분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 호화스런 장소로 들어서는 네사람....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로 향해 쏟아지는 여자들의
관심어린 시선들.... 추파를 던지는 의도적인 그녀들의 농염한 자태에 윤이 논개가 되어 뛰어들려 하지만, 곧 현준과 수혁의 손에 들려
준비된 룸안으로 끌려들어가 버리고 만다.
"힝.... 난 여기보다 조오기~가 더 좋은데~"
"그건 니생각이고, 앉아. 우리 오랫만에 모였는데 제대로 한잔해야지"
"하긴 ...뭐 의외긴 하지... 류수혁까지 반항안하고 순순히 따라나설거라고는 생각못했거든..."
"어떤 누구때문에 기나긴밤 잠못들까봐, 겁먹고 따라나온것 뿐이야"
"헉...그게 누군데...? 혹시 그방에 우렁각시라도 살고 있는고야? 그런고야? 하수현?"
"예? .... 아니 그게저...."
수현의 어깨를 두팔로 감싸안으려는 윤을 가까스로 피하는 수연... 그런 그녀를 향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윤이 맥주잔 가득 양주를 따뤄 건넨다.
콸콸콸....
꿀꺽.... 설마...저걸 다 마시려는건 아니겠지 .... 발렌타인 반병쯤은 고스란히 담긴 잔을 바라보는 수연....
그녀앞으로 어마무시한 술잔이 배달된다.
"이...이게 뭡니까?"
"어라? 뭐냐니? 너 원래 그렇게 마셨잖아. 것도 모자란다고 연거푸 세잔은 스트레이트로 부어대야
좀 마신거 같은 기분이라며"
"제...제가요? 이걸....스트레이트로....."
윤의 말에 어이상실하는 수연....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남자들의 시선에 못내 무거운 술잔을
두손으로 집어든다.
"고롷지 고롷지... 우리 수현이 쭈욱...마셔"
"기분 우울하고 힘들땐 이만한 약도 없어. "
후덜덜.... 하수현...너 대체 어떻게 이런 인간들이랑 어울린거냐? 이 순간 하늘에 있는 수현을 마냥 원망할수도 없는 수연....
못내 손에 들린 술잔을 서서히 입으로 가져간다.
'재밌군... 맥주 한캔만으로도 넉다운 되는 녀석이... 저걸 다먹을리 있어?'
"괜한 호기 부릴거 없어. 자신없으면 내려놔. 하수현"
"어라.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지? 남자끼리 흑기사 하기 있기 없기? 같은방 쓴다고 너무 챙긴다. 우리 수혁이가...
원샷은 기본, 추태는 사양인거 알지?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쭈우욱...쭈우욱...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할거야잉~"
수연이 마시기를 부추기는 윤... 자신을 향한 그들의 시선에 부흥이라도 하듯 피쳐잔 가득 출렁이는 황금빛 액체가
수연의 목안을 뜨겁게 적시며 타고 들어간다.
난.....나는 하수현이다.... 나는 하수현.... 수현이야....나는 하수연이 아닌.... 하수현이다....
숨조차 쉬지않고 술잔을 비워내는 수연의 모습에 감탄해 마지 않는 세사람.... 하지만 수연의 의식은 점점 아득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어질...어질.... 빙빙....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천장인지....
시간이 갈수록 조금은 의식이 돌아오는듯 풀린 눈을 비벼대는 수연....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타는듯한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베시시 웃고만다. 물잔이라 생각하고 손을 뻗어 마시는 수연.... 물맛인지 술맛인지도 구분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고는 두손으로 머릴 감싼다.
"후우...."
순식간에 룸밖에 여자들에게 갇힌체 들어오지 못하는 윤과 현준....마주 앉아 길게 소파에 기대앉은 수혁의 모습에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려 수연이 자신의 뺨을 두손으로 세게 두드린다.
"하아..."
"취했냐? 어째 과하다 했다"
"아닙니다.... 더...마실수 있슴니당... 히끅..... 생각보다 맛있는거 같습니다.... 술이란거.... 저한테
잘맞는거 같고....히끅.... 복잡한 생각... 아픈 기억따위.... 안해도 되고...."
"너...뭐라는 거냐? 지금... 혀꼬였거든...."
"멀쩡합니다...전....히끅...."
또다시 술잔을 집어들고는 입으로 가져가는 수현의 모습에 귀찮고 짜증난다는듯 수혁이 잔을 뺏어든다.
"그만 접고 일어나"
"예? 하지만...아직 술이....더 남아있습니다...전 ...이거 전부...다 마시고 갈겁니다....저는.... 하수현.....
수현이니까요...."
"작작하고 일어나. 한대 패줄까보다.... "
신경질적으로 수연의 팔을 잡아 일으키는 수혁....힘없이 수연이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며 이내 수혁의 품안으로
쓰러진다.
"야... 너 정신 똑바로 안차려? 나약한척 할거면... 내눈에 안보이는데 가서 하던가....너 자꾸 사람신경쓰이게...."
"......."
밀어내려는 수혁의 손을 두손으로 감싸쥐는 수연.... 그리고는 녀석의 이마가 수혁의 가슴팍위로 천천히
내려앉는다.
"야...임마, 저 정말...."
수연을 고스란히 품안에 안은체 목석처럼 굳어버린 수혁.... 생각같아선 당장이라도 내동댕이 치고싶은맘이 간절하지만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새근새근 숨소리마저 내는 수연의 모습에 어이없고 기막히고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하수현... 이렇게 힘든거냐? 널 주체하지도 못할만큼....'
하아....
밀어내려 녀석을 움켜쥐었던 손을 천천히 내리는 수혁.... 그의 손이 수연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수혁선배.... 제게 누나가 있는데 말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형에게 꼭 소개시켜주고 싶은데.... 안되겠습니까?
하필이면 왜 나냐? 윤이나 현준이도 있는데
선배니까.... 선배라면 적어도 우리 철부지 누나 외롭게 내버려 두진 않을거 같아서.... 조금은 푼수끼에 실수투성이
누나이긴 하지만... 누구보다 착하고 정많고... 사랑스런 사람이거든요... 우리 누나
그럼 더더욱 안되겠는데, 그렇게 좋은 사람 나같은 놈한테 들이밀지 말고, 더 나은놈으로 다시 알아봐
에이...그러지 말고...선배... 한번만 만나봐요. 분명...선배도 맘에 들어할거라니까
귀찮아. 꺼져)
틈만나면 번번히 자신의 누나를 들이밀던 녀석이였다. 가족의 죽음이...집안의 몰락이 녀석에겐 아마도
돌이킬수없을 만큼 치명적인 충격이 됐을것이다.
세상에 벌거숭이가 된체 홀로 남겨진 느낌.... 그 거지같고 엿같은 그 감정들을... 녀석도 그대로 느꼇으리라....
그때의 자신과도 너무도 닮은 녀석의 모습에 수혁역시 맘이 쓰이는건 어쩔수 없다.
"뭐냐? 두사람... 늬들 그새 뭐...그렇고 그런거야? "
"미친.... 이자식 완전히 뻗었어. 몸도. 맘도 온전치 못한 녀석을 이렇게 마셔대게 내버려 두면 어쩌자는거야?"
"주당 하수현이 고작 이정도에 인사불성이 되는게 어째더 놀랍다 난...."
현준이 다가와 수연을 수혁에게서 떼어내 소파에 기대 눕게 한다.
"괴로울거다. 이녀석..."
"그렇겠지. 하루아침에 모든걸 다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가족도. 집도 회사도.... 어느하나 남아
있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니까..."
"그래서... 그래서 너...설마 하수현에게 동지애라도 느끼는거야?"
".,...그럴지도..."
녀석의 술잔에 남겨진 술을 단숨에 비워내는 수혁... 윤이 빈잔을 체우자 그마저도 단숨에 집어 삼킨다.
"잔인하더라도 이녀석 운명이 그런거라면...어쩔수 없는 거겠지...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사람은
또 어떻게든 살아가는게... 세상의 순리니까"
"그말....지금 나한테 들으라는거 같다"
"하...하....눈치챘냐? 그러니까 너도 제대로 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걱정시키지 말고"
현준의 말에 잠시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이처럼 웅크려 잠든 수현의 뺨을 잡았다 놓길 반복하는 윤... 왠지모를 보들보들한 촉감이 윤을 장난스럽게
유혹한다.
"야들야들한게 하수현... 이자식 피부관리받나봐. 완죤 탱탱해"
"미친놈... 자는 녀석 건드리는 악취미라도 생겼냐?"
"전부터도 종종 생각했지만, 수현이 녀석 계집애였으면 분명히 이뻣을 거야. 그치?"
"넘치는 그 애정들...제발 한사람한테만 가지만 안되겠냐? 주위에 남아도는 여자애들로도 모자라 남자후배까지
한테 그딴 생각 한다는거... 최악이다. 최윤..."
"그러니까 내가 널 10년이란 시간동안 친구란 명목으로 남아있는거야.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여자나
남자나 공통적인거니까"
"헛소리 집어치우고. 이만 접자. 피곤해... 현준이는 그세 또 어디로 사라진거야?"
"현준이 오늘 FEEL충만한가봐. 저녀석 피아노 연주에 여자애들이 아주 뻑이갔다. 뻑이갔어"
윤의 손짓에 룸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수혁, 그랜드피아노에 앉아 연주하는 현준의 곁들이 여자들이 즐비하게
에워싸고 있다. 그의 현란한 피아노 선율에 녹아내리는 여심들.... 굳이 발벗고 나서지 않아 모를뿐이지. 여자를 휘두르는
재주만큼은 윤보다 현준이 오히려한수위일 것이다.
"끝나면 올라와. 위에 룸잡아 뒀는데 이녀석부터 올려다 놔야할것 같으니까"
"같이 올라갈까? 녀석 몸도 못가누는데..."
"현준이 저대로 두면, 꼼짝도 못하고 갇힐거다. 상황봐서 정리해줘"
귀차니즘이 물씬 묻어나는 표정으로 널부러진 수현을 어깨에 들춰매는 수혁, 조금씩 멀어져가는 두사람의 모습을
윤이 한참을 바라본다.
"천하의 류수혁이 수현일 챙기기까지 하고... 사람 오래살고 볼일이야. 그런데.... 이거좀... 이상하단 말야....
하수현....저자식.... 왠지 .... 신경쓰이잖아..."
수현의 뺨을 장난스레 만졌던 자신을 손을 내려다보는 윤.... 보들보들 하던 감촉이 생생히 남은듯 자신도 모르게
손을 털어내버리고 만다.
"최윤... 너...지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수현이는...."
"윤이오빠"
"어? 그래 간다. 이 오라버니까...큭큭..."
자신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해보이는 여인네들에게로 단숨에 향하는 윤... 양쪽으로 여인들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밤의
유흥을 즐긴다.
호텔객실안
쏴아아아....
귓가에 들려오는 샤워기부스 물소리... 온몸을 감싼 기분좋은 포근한 이불의 감촉... 코끝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머스크향기....
악몽같은 기억들은 그저 악몽일거라 수없이 되뇌이고는 수연이 천천히 눈을 뜬다.
눈을뜨면 언제나처럼... 부모님이 수현이가.... 늦잠에서 깬 자신을 향해 미소지어 주리라....
화려한 샹드리에가 내려진 낯선 방안... 그리고 방금 샤워를 끝낸듯 하체에 수건한장만 걸친체 나오는 수혁의 모습에
연신 젠장을 외치며 두눈을 질끈 감고 만다.
귓가에 맴도는 그의 발자국 소리, 머릴 말리는 헤어드라이어 소리... 코끝에 맴도는 부드러운 스킨향....
수현이 평소 즐겨쓰던 향이란걸 수연은 뚜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움에 복받쳐 작은 어깨가 떨려오는 수연... 천천히 눈을 뜨자 등을 돌리고선 수혁의 어깨에 선명히 새겨진 깊은
상처에 눈길이 멈춘다.
"술다 깻는거 아니까 그만 일어나. 설마... 남의몸이나 훔쳐보는 악취미가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야"
"히익... 아....아닙니다. 훔쳐보다니...마....말도 안됩니다...전...그저...."
마치 공이 튀어오르듯 침대위에서 몸을 일으키는 수연, 수혁이 자신을 향해 돌아서자 반라의 그의 모습에
냉큼 고갤 돌린다.
"그럼, 이제좀 씻는게 어때? 술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는데..."
"설마...제가 또.... 술마시고 추태라도...."
"추태란걸 알정도면 다행이고..."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는 수혁의 모습.... 얼굴이 거의 맞닿을 만큼의 거리에 다다르자 수연의 몸이 한껏 그에게서
멀어지려 뒤로 젖혀진다. 순간 그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고 느낀 수연.... 커다란 두팔이 수연의 곁으로 스치더니,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수혁의 셔츠가 그의 손에 들려져 그가 몸을 일으킨다.
순간의 긴장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수현... 그가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연의 얼굴이 금새 붉게 물든다.
"하수현.. 씩씩한척, 괜찮은척... 아무것도 아닌척 하는거... 마지막 남은 니 자존심을 위한거냐? 아님... 값싼 동정따윈
필요없다. 그러니까 그딴 부질없는 맘 갖지도 마라. 주위사람들한테 미리 바리게이트 치는거... 너의 본성인거냐? 밑바닥까지
떨어진 현재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방어.... 그런건가....?"
"자존심... 동정따위 애시당초 그딴맘 바란적 없습니다. 전... 지금의 전 그저 하수현... 그냥 저로써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려고 안간힘을 다쓰는것 뿐입니다. 아직은 제가 여기 남아 해야할일이 있을것 같아서...
이세상에 혼자 남은 이유가 제겐 분명이 있을거 같아서.... 그래서 한심하게도 이러고 있는겁니다. 숨쉬고 있다고
해서... 먹고 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고 있는게 아니란 말입니다. 전...적어도....."
못나게도 울컥하고마는 수연... 셔츠단추를 잠그던 그의 손길이 잠시 멈춘다.
"그러니까 차라리 힘들다고 악이라도 쓰란거다 이자식아..."
"......"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한 눈빛으로 스쳐지나는 수현의 팔을 붙드는 수혁... 밀려드는 자책감에
젖은 머릴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긴다.
"어디가 그꼴로....?"
"술냄새 난다면서요... 씻어야 겠습니다. "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곧장 욕실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수연... 그리고는 쓰러지듯 욕실 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흐흑... 참고 참았던 눈물이 봇물이 터지듯 주체할수 없어 터져버린다.
견딜수 없을만큼 서럽고...두렵고...슬프고...무섭다.... 하루하루 사는게 너무도 고통스러워 숨쉬는것 마저도 죄책감이
드는데.... 저사람... 그런 자신의 아픈부분을 너무도 잘알고 비수처럼 찔러댄다.
이대로 버텨도 되는걸까.... 정말... 너로 살아도 되는걸까.... 그래도 되는걸까? 수현아....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가슴에 붕대를 탄탄하게 되감는 수연, 안그래도 작은 가슴이라 늘 컴플렉스였는데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벗어둔 옷을 입고 가운까지 걸치는 수연... 하얀 김이 한껏 서린 안경렌즈를 닦아내고는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수현아...."
거울속 자신이 아닌 수현의 환영에 천천히 손을 뻗어보는 수연.... 다시 눈물이 왈칵나려는걸 애써 집어 삼킨다.
"하아... 안울어....더는 안울거야.... 그러니까 니가 날 지켜줘... 내가 잘할수 있게.... 꿋꿋하게 버텨낼수있게
내게 힘이되죠...수현아...."
쾅쾅쾅쾅...
객실문을 부술듯한 둔탁한 소리에 욕실을 나서는 수연... 문앞에 널부러진체 기다시피 들어서는 윤과 현준의 모습에 수혁이
나지막히 깊은 한숨을 내쉰다.
"미안... 윤이 녀석이 술이 좀 과해져서"
"우...우욱....욱~"
"이런... 젠장.... 화...화장실...."
"웁...."
결국 우려한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윤의 토사물이 고스란히 현준이 뒤집어 쓰고 , 만신창이가 된 현준을 버려둔체 윤이 별일
아닌듯 입술을 문지르며 안으로 들어선다.
"최윤.... 이 더러운 새끼....하아..."
욕실안으로 뛰어들어가는 현준과 침대위에 대자로 누워버리는 윤... 현준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욕실 밖으로 울려퍼진다.
"뭐해. 안자? 투베드라서 둘씩 자야 할것 같은데, 윤이 녀석보다 현준이 녀석옆이 편할거야. "
"제가...알아서 자겠습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아...거 자식 되게 뒤끝있네... 이리와"
눈깜짝할사이 수연의 팔을 당겨 자신의 곁에 눕히는 수혁, 냉큼 일어서려는 수연의 어깰 등뒤에서 감아당겨 눕힌다.
애써 달아나려 해보지만 힘에부치고 마는 수연... 그의 숨소리가 귓가에 닿이자 소스라치게 수연의 몸이 움츠러 든다.
"저....저기...."
"저기고, 여기고 그만 자자... 피곤해 죽을지경이니까...깨우면 ...죽는다. "
이순간 압박붕대의 존재에 내심 감사해하는 수연... 살아 처음으로 수현이 아닌 다른 남자의 품안에 있단 생각에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심장은 미친듯이 뛰어댄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의 숨결.... 익숙한 그의 스킨향기... 자신의 어깰 감싸안은 그의 단단한 팔....
자면 안돼.... 자지마.... 하수연.... 정신똑 바로 차리고... 제발... 잠들면 안돼....
밀려드는 졸음에 수연의 눈이 무겁게 내려앉더니 이내 깊은 잠속으로 빠져든다.
호텔스카이라운지
밤새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영문신문을 들여다보는 현준, 어젯밤 끔찍한 사고를 치고도 브런치를 맛있게 먹어대는 윤....
지독한 숙취에 시달려 아무것도 입에 댈수 조차 없는 수연이 고역스런 아침을 맞이한다.
"수혁인? 아직자는거야?"
"몰랐어? 수혁이 새벽녁에 먼저 갔는데..."
"암튼 의리없이 꼭 혼자 가버린다니까... 류수혁답다"
"그건 그렇고 오늘 안잊었지?"
"예? 무...무슨...."
"아서라. 수현인 특별 제외... 대신 응원은 꼭 해라"
"응원? 뭔소리야? 우리과 명예가 달린 일인데... 무슨일이 있어도. 꼭 참석해라. 하수현"
수현을 보며, 턱을 괸체 상큼한 미소를 날리는 윤... 사람 녹이는 그의 미소에 수연의 등뒤로 한기마저
느껴진다.
실내체육관
과단합 농구시합 경제학과 대 경영학과
어릴적부터 운동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수현과는 달리 수연은 숨쉬기 운동외엔 하는것도 할줄도 모르는 아이였다.
하물며 남자들과의 농구시합이라니.... 그저 이자릴 피하고 싶단 간절함에 한발두발 코트에서 달아나려하지만 이내
츈의 손에 붙들려 되돌아오고 만다.
"설마 우리 수현이 도망치는건 아니지?"
"에....아....하하... 그...그럴리가..."
"고롬...우리 수현이가 그럴리 없지. 어번 경영과 도인우학생회장까지 나왔다구. 2년전 차석으로 성.대입학 제국그룹 도회장의 장남
유일한 제국의 상속자...날때부터 금수저문 수재중의 수재라 할수 있지"
"그럼...수석은...누가...?"
"몰라 물어? 당연 류수혁이지. 수업일수가 모자라 문제지. 그녀석 레포트며 논문이며 과교수님들도 인정한 베스트오브베스트
라구..."
"하아...그...그럴리가..."
"뭐야? 그표정은.... 한때 하수현이 가장 존경해 마지않던 선배역시도 류수혁이였지 아마.... 설마 그맘이 변한거야? 우리
수혁이 서운하겠다. 룸메이트한테 까이기나 하고..."
도무지 그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들리는 수연... 어느사이엔가 현준이 다가와 수연에게 패스해 건넨다. 얼떨결에 받아내고는
멍하니 선 수연, 윤과 현준이 수연의 양어깨에 팔을 두른체 그녀를 코트로 인도한다.
"자자...가자. 한판 제대로 붙어봐야지"
"예? 서...설마...저....저를...."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하수현의 환상적인 드리블실력 제대로 보여줘야지. 안그래?"
"제...제가...어떻게...."
"왜이래? 걱정되게.,... 수현이 정말 아프구나?"
"예....아...그...그러고 보니 배가...좀....아이코...배야...."
"화장실갈까? 우리 수현이?"
"그...그배가...아닌데...저기...."
"엄살 떨지말고 가자 얼른..."
"강현준. 하수현 화이링~"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송아지 마냥 질질 끌려가는 수연... 그런 그들을 향해 도인우가 성큼성큼 다가와선다.
"오랜만이다. 하수현"
"........."
"사고소식 들었다... 회사소식도.... 사고...너라고 생각했어... 그럼... 사고당한건... 너의 쌍둥이 누나인건가?"
도인우의 말에 표정이 굳어지는 수연.... 그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 와닿자 자신도 모르게 한발자국 물러선다.
"개인적으로 너희 누나와는 잘해보고픈 의향도 있었는데...조금은 아쉽군... 일이 이렇게 된거...장례식때
연락이라도 해주었으면 문상이라도 갔을텐데... 지금이라도 심심한 위로 받아주길 바란다. 하수현"
"심심한 위로? 그것도 위로라고 할수 있는거냐? 학생회장씩이나 되는 놈이..."
인우의 어깨에 정확히 내리꽃히는 농구공... 언제 온건지 수혁이 그들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선다.
"류수혁.... 니가 여긴 왠일이야? 이런자리 니가 오는거... 너답지 않잖아 안그래?"
"나답지 않다라.... 그럼 종종 이런 자리 와야겠다. 그래야 너의 그똥씹은 표정을 내가 보게 될테니까"
팽팽하게 날이선 두사람 사이로 차가운 냉기류가 형성되고, 모두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한다.
"야아... 이번경기 제대로 겠는데... 학생회장 도인우와 류수혁의 경기라... "
"기대된다 기대되"
"아하... 한가지 더 말해주는걸 잊었어. 남경그룹 하수현... 니 아버님 회사 말야.... 그거 우리 그룹에서
인수하기로 했다. 그것도 아주 말도 안되는 헐값에... 한때 명성을 떨치던 대 남경그룹이 그렇게 허술한 회사란걸
그 누가 알았겠어? "
"너... 그입안닥쳐?"
수혁의 두손이 인우의 멱살을 움켜쥐고 모두의 시선에 수연이 수혁을 만류한다.
"그만....그만하십시요...제발...."
"뭘 그만해? 너 못들었어? 화도 안나? 이자식 일부러 너한테 이러는거 잖아....몰라그래?"
"압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그게.... 사실이니까....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으니까....어쩔수...
없는거잖아요.... 더는...."
"............"
"류수혁... 보는눈이 제법 많아. 그만 하자"
인우의 깐죽스러움에 치밀어오르는 화를 애써 누르는 수혁... 현준의 만류에 겨우 인우에게서 수혁을
떼어 놓는다.
"재밌겠군... 오늘 이경기... "
"그래, 니 원대로 재밌게 해줄게... 그러니까 맘 단단히 먹어. 이새끼야"
피식....
비웃는듯한 인수의 어깰 스치듯 지나가는 수혁... 차가운 그의 시선에 수연의 가슴이 쥐어짜듯 저려온다.
"출전할 선수들은 앞으로...."
호르라기 소리에 농구코트위로 모여드는 건장한 남학생들....
오랫만의 과친선경기에 농구장 주위로 수많은 학생들이 떼를 지어 모여든다.
첫댓글 즐감해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잘보았어요~
쭈욱 달리세요 으샤으샤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