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문 (Paper Moon)
1973년 미국영화
감독 : 피터 보그다노비치
원작 : 조 데이비드 브라운
제작 : 피터 보그다노비치, 프란시스 코폴라
윌리암 프리드킨, 프랭크 마샬
출연 : 라이언 오닐, 테이텀 오닐, 매들린 칸
조 힐러맨, P. J. 존슨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테이텀 오닐)
작년에 세상을 떠난 스타 중에서 '러브 스토리'로 알려진 라이언 오닐이 있었습니다. 2023년 12월 8일,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29세에 출연한 '러브 스토리'의 대 히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연애 대소동' '페이퍼 문' '배리 린든' 등 수작들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70년대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핸섬한 외모와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죠.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개봉작이 거의 없었습니다. 70년대 들어서 외화수입 규제로 1년간 개봉하는 외국영화 편수가 확 줄어들었고 더구나 80년대 들어서 출연한 영화들이 연거푸 죽을 쑤면서 빠르게 전성기가 지나갔습니다.
저도 많은 영화를 통해 접한 배우는 아니지만 오늘은 그가 출연한 영화 중 크게 호평을 받은 영하 한 편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바로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페이퍼 문' 입니다.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 역시 라이언 오닐과 약간 동병상련 같은 존재입니다. 그 역시 '타겟'으로 데뷔하면서 호평을 받았고 이어 '라스트 픽쳐 쇼' '연애 대소동' '페이퍼 문' 등이 연달아 호평을 받으며 70년대 가장 기대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떠올랐지만 이후 영화들이 그저 그래서 빠르게 잊혀졌습니다. 둘 모두 초기에 수작들을 남겼지만 전성기가 오래 가지 못하고 40대 이후에 빠르게 잊혀진 공통점이 있지요.
''페이퍼 문'은 대부분의 영화가 칼라로 제작되던 70년대의 영화였지만 흑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금주법과 경제 대공황 시절인 1930년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흑백화면이 어울렸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루게 된 9살 소녀 애디(테이텀 오닐), 그곳에 낯선 남자 모즈(라이언 오닐)가 나타납니다. 어머니의 지인이었다는 모즈는 곧바로 떠나려는데 목적지가 애디의 유일한 친척인 이모집과 같다는 이유로 둘은 동행을 하게 됩니다. 모즈는 사기꾼이었고 최근 과부가 된 여자의 집에 방문하여 죽은 남편이 성경책을 주문했다고 속여서 비싼 성격책을 파는 행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즈의 사기극에 애디가 능청스럽게 가담하면서 둘은 2인조 사기단이 되지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디는 모즈가 자기 아버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9세 소년과 30대 남자가 서로 동행하면서 사기극을 벌이는 로드무비 형식입니다. 둘의 사기극이 잘 통하여 한 때 600달러가 넘는 돈을 모으고 그럴싸한 자동차까지 장만하며 둘의 여정은 계속되지만 결국 보안관의 형제에게 밀주판매 사기를 벌이려다 걸려 덜미를 잡히고 빈털털이가 됩니다. 무일푼이 된 모즈는 어쩔 수 없이 애디를 이모집에 데려다 주지만 어느덧 모즈에게 정이 든 에디는 이모집을 나와 다시 모즈와 합류합니다.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을 각색했고 제목은 피터 보그다노비치가 바꾸었는데 바꾼 제목을 꽤 마음에 들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출연당시 10세였던 테이텀 오닐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라이언 오닐의 실제 딸인 테이텀 오닐은 이 영화에서 친부와 함께 공연하면서 영화 데뷔를 했는데 데뷔작으로 대뜸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은 것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주연 비중이라서 주연상 후보에 올라야 마땅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조연상으로 돌린 것입니다. 아카데미상 부문에서 조연과 주연의 기준이 모호해서 논란이 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테이텀 오닐은 역대 최연소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 히트작 '엑소시스트'의 린다 블레어와의 경쟁에서 이긴 것입니다. 두 소녀배우 모두 사실 주연이었고 주연상 후보에 올랐어야 마땅한데 그랬다면 주연상을 수상한 글렌다 잭슨과 좋은 승부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라이언 오닐, 피터 보그다노비치 모두에게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히기도 하는데 수작이었음에도 흑백영화라서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라이언 오닐의 다른 수작 '배리 린든'은 너무 긴 영화여서 수입이 어려웠지만, '드라이브'라는 작품은 무난한 오락물인데 미개봉 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피터 보그다노비치 역시 데뷔작 '타겟'이 수작이었지만 총기난사 소재였다는 점, 그리고 '라스트 픽쳐 쇼'는 흑백영화였고 심한 노출장면, 상업성 결여 등으로 개봉을 못했습니다. 두 배우, 감독의 대표작이 될만한 영화들이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 개봉이 안된 것입니다. 대신 두 사람이 배우와 감독으로 만난 '연애대소동'만 국내에 개봉이 되었습니다.
'페이퍼 문'은 기발한 사기극을 벌이는 재미난 내용으로 특히 보이시한 매력을 선보인 테이텀 오닐의 연기가 좋아서 썩 볼만한 내용이지만 그것만으로 고평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20세기에서 어두웠던 시절, 금주법과 경제 대공황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했던 30년대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에게는 좀 더 각별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평단에서 꽤 호평을 받았고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어둡지 않고 경쾌한 연출로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1967년부터 등장한 새로운 경향의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맥을 이어간 작품이라고 볼 수 있지요.
라이언 오닐이 출연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러브 스토리' 이고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은 '페이퍼 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평론가 로저 에버트와 레너드 말틴 모두에게 별 네개 만점을 받았고 IMDB 평점에서도 무려 8.1 점입니다. 70년대 국내 미개봉 걸작 중 한 편이지요. 전성기는 짧았지만 라이언 오닐은 '러브 스토리 '페이퍼 문' '연애 대소동' '배리 린든' 등을 기억될만한 의미있는 작품 몇 편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ps1 : 폴 뉴만과 그의 딸 넬 팟츠가 주연을 물망에 올랐다고 합니다. 폴 뉴만은 능청스럽게 잘 연기했겠지만 넬 팟츠는 너무 착한 외모라서 테이텀 오닐이 훨씬 어울렸다고 생각되네요.
ps2 : 테이텀 오닐은 배우로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데뷔작인 이 영화가 자신의 최고작이 되었고 이후 아역배우로도 성인배우로도 두드러지지 못했습니다. 국내에는 '써튼 퓨리' 같은 수준이 낮은 영화 정도가 개봉되었죠.
ps3 : 포스터에는 둘이 같이 종이달에 앉아있는 모습이지만 실제 영화속에서는 테이텀 오닐만 혼자 앉아서 사진을 찍습니다.
ps4 : 제작자 목록이 후덜덜한 거물들 입니다
[출처] 페이퍼 문 (Paper Moon, 73년) 라이언 오닐을 기리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