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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정비석 장편소설 ‘산유화’
소설책 한 권을 읽었다.
2023년 4월 5일 수요일인 어젯밤의 일로, 정비석 장편소설 ‘산유화’가 바로 그 책이다.
그동안 꽤 많은 책을 읽기는 했지만, 소설책을 읽은 것은 참으로 모처럼 만의 일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은, 내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남명희 친구가 8년 전으로 거슬러 2015년 제 12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소설부문 은상을 받으면서 등단할 때 쓴 단편소설 ‘자밀’이었다.
내가 그 소설을 읽었을 때가 2021년 7월이었으니, 그때로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산유화’ 그 소설을 읽은 것이다.
내가 그 책을 읽게 된 것은, 내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우리가 ‘색소폰 달인’이라고 하는 천송길 친구로 비롯된 것이다.
지난달인 3월 22일 수요일의 일이다.
고향 친구 몇이 어울려 우리 고향땅 문경의 명승지인 문경새재 옛 과것길을 걸었고, 그 중턱쯤인 영남대로 제 2관 ‘조곡관’(鳥谷關)까지 올랐었다.
그동안 그 과것길을 숱하게 올랐지만, 천송길 친구와의 동행은 생전 처음이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참 많이 했다.
그 중 하나가 옛날 가수 송민도가 부른 ‘여옥의 노래’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먼저 꺼낸 이야기였다.
이랬다.
“신영균 고은아가 나오는 ‘산유화’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여옥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지. 반세기 쯤 전에 그 영화를 본 것 같은데, 그때부터 내 그 노래에 푹 빠져 버렸어. 그래서 툭하면 그 노래를 부르곤 해. 10여 년 전에 내 생전 처음으로 서울에서 반 천리 길인 우리 고향땅 문경으로 닷새 만에 걸어올 때도, 여기 문경새재를 넘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었지.”
내 딴에는 그 노래에 대해 뭐 좀 안다고 자랑스럽게 한 말이었다.
그러나 내 그 말은 곧 부끄럽게 되고 말았다.
천송길 친구가 응대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랬다.
“참 좋은 노래지. 그러나 나는 그 영화는 안 봤어. 그래도 책은 읽었지. 그때가 고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할 때였는데, 그때로 유명한 문인이었던 정비석이 쓴 ‘산유화’라는 소설이 그 영화의 원작이었거든. 그 소설에는 소월의 시가 거의 전부 인용되고 있어. ‘금잔디’라는 시도 그 중 하나야.”
나는 영화에 빠져 있을 때, 그 친구는 문학을 좋아하는 학창시절을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 천송길 친구는 ‘금잔디’라는 그 시를 이렇게 줄줄 외고 있었다.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
나도 그 시를 중학교 아니면 고등학교 시절에 접했던 기억은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천송길 친구는 그 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경이로운 기억력이었다.
“나도 그 책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내 그렇게 다짐하면서, ‘여옥의 노래’로 비롯된 이야기를 거기서 끝냈다.
그리고 곧바로 핸드폰에서 Daum사이트 검색에 들어갔다.
새 책은 없었고, 중고서점 알라딘에 딱 2권만 매물로 나와 있었다.
한 권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1993년 7월에 가리온출판사에서 값 4,500원에 펴낸 책으로 판매가가 2만원이었고, 다른 한 권은 67년 전으로 거슬러 1956년 12월에 월간 여성종합잡지인 ‘여원’(女苑)을 펴내던 여원사에서 정가 500원에 펴낸 초판으로 판매가가 20만원이었다.
주저할 수가 없었다.
그 중고판까지 후딱 팔려나갈까 싶어서였다.
20만원짜리 여원사의 초판은 금액이 부담스러워서 제쳐놓고, 2만원짜리 가리온출판사의 책을 즉시로 주문하고 배송비까지 부담해서 23,300원을 계산했다.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준 천송길 친구에 대한 작은 보답의 마옴도 보탰다.
2023년 4월 5일 수요일인 어제로, 내 그 책을 우편으로 받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어서 곧바로 책을 펼쳤다.
‘연인들의 영원한 주제-사랑’
책 표지에 그렇게 슬로건이 적혀 있었고, 그 옆에 다음과 같은 설명문을 붙여놓고 있었다.
‘언어의 연금술사, 김소월의 사랑 시편(詩篇)에 적어 보내는 연인들의 메시지. 속태움과 그리움의 여심(女心). 영원히 끝나지 않을 사랑의 음률’
표지를 넘겼다.
그 뒷장에는 생전의 작가 사진과 함께 작가의 어록 중에서 뽑았다는 글 한 편을 싣고 있었다.
다음은 그 글이다.
‘사회 풍조와 염량세태(炎涼世態)는 끊임없이 변천하여도 젊은 남녀 간에 오고 가는 사랑의 심리는 그다지 변하는 것이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이 오늘날에도 청춘남녀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그로 미루어보면 인간의 애정심리야말로 가장 원형적(原形的)이고도 영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그 어록만으로도 그가 소설에 담아낼 불같은 사랑의 이야기가 짚어지고 있었다.
또 장을 넘겼다.
차례였다.
곧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일반의 소설과는 달리 이 소설은 그렇게 차례를 두어 이야기를 구분 짓고 있었다.
다음은 그 구분된 차례다.
푸른 전당/ 울밑에 선 봉선화/생각하는 갈대/외로운 사슴처럼/운명의 손길/외나무다리에서/사랑의 투어/황혼과 더불어/말 못하는 고백/절로 피는 꽃/독을 뿜는 화살/피어린 상처/사탄의 미소/절망과의 대결/장미와 가시/꿈은 아니건만/어두운 세월/지옥에의 유혹/가장의 여인/장미 병들다/밤을 새워가며/회오와 맹세/사의 선언/애수를 먹으며/그리움과 더불어/산장 생활/현실주의자/그리운 한마디/놀라운 사실/떠나려는 심사/거룩한 새벽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차례로 소설의 줄거리가 그려지지를 않았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그 차례만 봐도 이야기의 줄거리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9월 5일은 Y여자대학의 새학기 공부가 시작되는 날이다.
기나긴 여름방학이 다 가고 이날이 오자, 뿔뿔이 흩어졌던 사십 여명의 영문과 졸업반 학생들은, 그들 자신에 의하여 ‘푸른 전당’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정다운 교실로 모두 모여들었다.
오십여 일 간이나 굴레 벗은 말처럼 산으로 바다로 마음껏 자유를 누리다가, 이제 또다시 푸른 전당으로 모여든 사십 여명의 젊은 처녀들! 햇볕에 그으른 얼굴이 기운에 넘쳐 보이는 사십여 명의 젊은이들을 교실 하나에 수용하기에는 푸른 전당은 너무나 좁아 보였다. 무리무리 모여 앉아, 방학 동안의 싱싱한 추억담을 꽃피우느라고 이날의 푸른 전당은 아침부터 웃음의 낙원을 이루었다. 근심과 걱정을 모르고, 오직 행복과 희망 속에서 거침없이 자라나는 인생의 꽃송이들이었다.
어느덧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이야기에 흥이 겨운 여학생들은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무리무리 둘러앉은 채 정신없이 떠들어대다가 문득 깨닫고 보니, 교단 위에는 어느새 하얀 양복에 하늘빛의 서늘한 넥타이를 맨 젊은 불어 선생님이 서 있었다.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고 얼굴이 청초해서 어딘지 모르게 고상한 기품이 느껴지지만, 나이는 이제 겨우 서른 고개를 하나 둘쯤 넘었을까 말까, 대학 교수라기에는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 선생이었다. 제멋대로 떠들어대고 있던 학생들은 교단 위의 선생님을 발견하자 모두들 호들갑을 떤다.//
그 선생님이 바로 소설의 주인공인 양명환 선생이다.
그 양 선생을 사이에 두고, 두 여학생이 다투는 삼각관계의 사랑싸움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부자이면서 발랄한 성격의 장명숙과, 창가에 앉아 그 창밖의 푸른 하늘을 내다보기를 좋아하는 내성적 성격의 한여옥, 그 둘이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여옥은 진정한 마음으로 양 선생을 사랑하지만, 명숙은 질투에 불타는 마음에서 육체적으로 다가간다.
어느 날 양 선생의 하숙집을 찾은 명숙이, 그 문간에서 우연히 여옥이 양 선생에게 전하려는 편지를 발견하고, 둘 사이를 이간질 하는 모략의 편지를 띄워 보낸다.
양 선생에게 띄워 보내는 여옥 명의의 편지에는 여옥이 따로 결혼할 남자가 있다면서 결별을 알리는 내용을 담았고, 여옥에게 띄워 보내는 양 선생 명의의 편지에는 이미 결혼할 남자가 있는 여옥은 사랑할 수 없다면서 역시 결별을 알리는 내용을 담았다.
결국 그 두 통의 편지는 양 선생과 여옥 그 둘을 파탄에 이르게 해서, 양 선생은 허구한 날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하다가 끝내 폐병에 걸려 서산의 휴양소로 들어가게 되고, 여옥은 그동안 가난한 자기네 집안을 경제적으로 도우고 여옥의 대학 학비까지 지원해준 허태순이라는 이혼남과 결혼을 서두르게 되는 지경이 이른다.
그러나 작가는 진정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양 선생과 여옥 그 둘을 그대로 갈라서게 하지 않았다.
소설의 막판에 가서 명숙의 그 모략 편지의 진실을 밝혀지게 하고, 허태순과의 결혼을 딱 하루 앞둔 날에, 여옥이 부모님과 허태순에게 각각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양 선생을 찾아가게 한다.
다음은 그 끝대목이다.
여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등을 켰다. 그리고,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어머님, 아버님!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주세요. 저는, 남을 속이고 저를 속이는 이 불행한 결혼을 면하기 위해 이 밤으로 집을 나가옵니다. 저는 이제 제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아가오니, 저의 행복이 길을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막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랜 동안의 고민에서 이제야 참된 해방을 맞이한 것 같은 기쁨으로 집을 떠나옵니다. 부디 건강하시옵기를 비오며 이만 아뢰옵니다. 여식 여옥 올림
부모에게 드리는 편지를 쓰고 나서는, 다시 종이를 꺼내어, 이번에는 허태순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허 선생님,
저는 오랜 동안 선생님을 속여왔습니다. 제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서, 부모님의 권고와 선생님께 대한 조그만 의리를 생각해서 내일 결혼까지 할 결심이었사오나, 남을 속이고 나를 속여서 결혼한다는 것을 일평생을 두고 고통스러운 일이옵기에, 저는 결혼식을 몇시간 앞둔 이 시간에, 제 양심의 명령대로 결혼을 거부하고 집을 나가옵니다. 선생님은 무척 노여워하시겠사오나, 그러나 먼 장래를 생각하오면 오늘의 사소한 불상사는 오히려 선생님을 위해서도 크게 다해한 일이 아닐까 하옵니다. 너무 책망치 마시옵고, 부디l 좋은 부인을 맞으셔서 길이 행복스럽게 지내옵소서. 새벽 네 시에, 한여옥 올림
여옥은 편지를 다 쓰고 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방 저방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아직도 요란스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여옥은 봄 외투를 꺼내 입ㅁ고, 용감히 방문을 나섰다.
일단 결심하고 나니 이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제 앞으로 걸어갈 길은 오직 하나뿐, 양명환 선생을 만나기 위해 서산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
기차는 새벽 공기를 뚫고 남으로 남으로 대지를 달린다.
‘양 선생님 여옥이는 이제 정말 용감해졌습니다. 이것도 선생님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덕택이에요. 선생님을 찾아가는 여옥을 선생님은 반갑게 환영해주세요!’
여옥은 달리는 기차 위에서 맘속으로 그런 소리를 외쳐 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 먼동이 떠오르는 하늘가에 양명환 선생의 그리운 모습이 아련히 떠올라보였다.
여옥으로서는 생전 처음 맞이하는 거룩한 승리의 새벽이었다.//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에도 새벽이었다.
그 덮은 책의 뒷장에 소월의 시 한 수가 적혀 있었다.
‘산유화’ 그 시였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첫댓글 산유화도 그렇고,
여옥의 노래도 그렇고,
그리하여 그렇게 되었구만...
따로 안 읽어도 읽은 것으로 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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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장편소설
'탐닉'을 읽는 중인데
산유화 같은
순정연애소설이 아니라
이혼녀의 끝없는 에로와 욕정을 그린 소설인데,
노벨 수상작다운 작가의 필치가
유치하지 않게 잘 썼다는 생각에
나도 이를 다 읽고 독후감 간단히 올려 볼 작정.
지난 3.22. 송길이를 만나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바.
고등학교 시절에 정독한 소설 한 권이 통째
송길이 친구 머릿속에 들앉았다는 생각!
산유화!
아마 영화로는 봤는듯.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
쏭~기리 는
이름에 자기 사주팔자가 나와있어~^^
발음그데로 천가지
Song~을 기리는게
기넘의 팔짜래!^^
농담같지만~
일천천(천가지)
소나무 송(소나무~
악보콩나무비유)
길할길~(좋다)뜻을
풀어보면
평생 일천가지~음악을 연주해야 천명을
하고 또 지몸도 펀타는
~연주생활 뿐만
아닌 예능인 천재에다
천문 지리학 박사팔자!
흐흐
쏭기리한데 칭찬!^^
받겟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