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꼼장어 / 혜관(慧觀) 이상태
혀부터 먼저 깨물었다.
생선상자에 신문지 깔고 앉아
오금이 저려 발가락 자꾸 꼬무락거렸다.
하동댁 옹이 진 무릎을 세우고
몸통 날것으로 잘라낸 바다냄새
부려먹을 수 없는 갈비뼈 주물러 주었다.
헐한 품삯에 사선으로 비켜가던 바람
유일한 재산인 육신을 너는 불태워 보았는가.
개펄 껍질을 벗겨 내고 의자 하나 얻었으나
밤마다 진땀 흘리는 잠꼬대에 발을 내둘렀다.
연안을 매립하여 회센터 새로 들어선 자갈치
그늘진 모서리에 낯선 포장을 걸쳐놓고
제 살을 짓이겨 반죽하고 있었다.
지느러미 걷어 올리면 심줄이 오그라드는데
십구공탄에 불을 붙였으니 어찌하랴.
어딘가 붉은 속 내장 유순하게 내놓고
양파 뒤적이며 닦달하는 젓가락으로
콧노래 질긴 닻줄 너머로 집어 올렸다.
입술 벌겋도록 성파문학 뒤풀이 음보를 씹고
입맛 얼큰한 수평선 경계를 넘어가는데
영도다리 건너 바라다보면 산수경석 아닌가.
서로 부딪히는 술잔에 복사꽃 피어나거든
불을 붙여 달라던 바다의 속울음 비로소
능청스러운 파도는 하늘에서 출렁거렸다.
울산문학08 봄호
약력/혜관(慧觀) 이상태 : 울산대학교 대학원.「현대시조」신인상.「시와비평」신인상. 「울산시조」, 「문학세계」, 한국문인협회원.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울산문학연구회장. 시와비평문학회장. 「두레문학」발행인. 시집「사랑 갈무리」 「바다가 그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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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자갈치 꼼장어-울산문학08 봄호
이상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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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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