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가 정말 춥다,까무러칠 정도로,,,
물론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요즘은 근래에 들어서 제일 추운 날 같다,,차갑고 시린 바람이 불때는 무디고 끄떡도 없을 것 같은 은행나무나 밤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들을 이끌고는 이리저리 몸을 바람에 맡긴 채 흐느적거린다,
특히 오늘,, 이틀전에 내린 눈들은 아직까지도 녹지 않은 채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온통 길들은 스케이트장이다,나는 게으른데다가 요즘은 반지의 제왕에 빠져서는 집에서 뒹굴뒹글거릴 뿐,,
가끔 몸이 뻐끈할때는 뜨끈한 커피나 한잔 타서는 내 방에 딸린 베란다로 나가서는 홀짝홀짝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명상에 빠지고는 한다,
내가 사는곳은 일산의 정발산 아래에 있는 고급주택단지이다,물론 우리집은,, 아니다(-_-),, 학교때문에 큰집에서 머물고 있다,내 방은 2층의 맨 꼭대기방인데,, 큰어머니께서 다 큰 내가 집안의 구석방을 갖게 된 게 불쌍한 지 다락방을 하나 더 주셨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비밀방을 가지게 된 것이다,가끔씩 먹을것을 싸가지고는 비밀의 방으로 와서는 오만가지 잡책들을 읽는다, 잡지서부터 간디의 명상책까지;;,,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오른 게 있었으니,, 어둡고 어딘가가 칙칙한 분위기의 비밀이 방에 새로운 분위기를 내기위해 이쁜 꽃화분 하나를 놓자는,, 그런 생각이었다,정말 오랜만에 나온 나는 무슨 남극탐험을 하는 것 같은 펭귄차림으로 뒤뚱뒤뚱 걸어나갔다,
춥기는 했지만 간간히 미끄러질 듯 말듯,, 그렇게 빙판위를 걷는것도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밖을 떠돌아다니는 신선한 산소를 듬뿍 들어마시니 머리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랄라라,]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꽃가게로 가기위해 신호등 하나를 만났다,
사거리였기때문에,, 신호가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다,너무 오래 기다린 나머지 나는 조금씩 심보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구르기도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주위를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면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 눈에 들어온 어느 할머니 둘,,
그 둘은 모르는 사이였지만 어딘가가 내가 보기에는 매우 흡사해보였다,한 할머니는 온통 몸에 모피를 둘렀고 손에는 보기힘든 피에르가르뎅뎅 -_- 같은 가죽장갑을 낀 채 고급스러워보이는 털모자를 머리에 푹 눌러쓰시고는 고상한 척 얼굴을 내민 체 서있었고,,
남은 그 할머니는 이 추위를 전혀 견딜 수 없어 보이는 너무 얇아 속살이 다 보이기까지 하는 일명 그 몸빼바지에다가 알록달록 수수한 것 같으면서도 얄랑해보이는 꽃무늬가 들어간 꼬짓꼬짓한 스웨터를 입으신 채 장갑없이 맨손으로 양손에 짐을 들고 계셨다,,
그 중 오른손에 들어있는 붕어빵 봉지가 내 눈에 픽업됬다,불룩한 붕어빵봉지,, 그건 할머니가 드실려고 사신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할머니가 드시기 위해 샀다면 그렇게 많이 사시지도 않을 것 같은 형으로 보이고,, 아마 손자에게 주기 위해 사신 것 같았다,,
그 두분 할머니는 약 20cm정도 거리를 둔 채 서있었다,어떻게 그렇게 내 가슴을 울리는 지,, 두 얼굴에는 모두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패여있었지만 그 흔적에는 남다른 인생들이 각기 새겨져있을거라는 생각이 내 머리 속 명치 끝까지 울려퍼졌다,, 신호등 앞에서,,
그러다가 드디어 초록불이 얼굴을 내밀었고 나는 다른사람들처럼 똑같이 그렇게 걸어갔다, 여전히 그 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리고 꽃가게에 들어갔다, 내가 나온 이유는 그거니까,,
허브를 샀는데 벤자민인가 먼가,, -_- 어쨋든 향기가 폴폴 나는 허브를 검정봉지에 싼 채 집으로 걸어오면서 내내 나는 그 둘을 생각햇다, 그 둘의 모습처럼 그들의 인생도 그랬을까,,?
내 생각이지만 그 모피두른 할머니 만만치 않게 얅은 천조각의 몸빼바지를 두른 그 할머니분도,, 어느 누구못치 않게 행복하시고 누구 못지 않은 삶을 걸어오셨을거라고,, 그리고 그 댓가로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손자에게 천원어치 통통한 붕어빵을 사줄 수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