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나요?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기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삶의 가치를 추구하라는
그런 말들은 마음이 건강할 때는 그럭저럭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동기와 자극이 됩니다.
그러나 상실과 실패를 겪어 슬픔에 차 있을 때면
이런 생각들은 우울의 충실한 씨앗이 됩니다.
‘나는 아무 쓸모도 효용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구나.
내가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그런 자조적인 생각은
현실을 사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아주 대단히 쓸모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아기들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삶에 가치와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결과물을 내기 바라는 사회구조의 목소리이지,
개인의 안녕감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면,
나는 잉여인간으로, 깍두기로,
그저 재미있게 살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내 삶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있게, 다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내 하루하루에 책임을 지며 살면 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저의 빈 자리는 얼마든지 누군가 채울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반면, 누구도 채우지 못하는
저의 빈자리가 어디인지는 분명히 압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나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하루에 책임을 다하고,
나의 사람들에 집중할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가치를 두는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삶이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기 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집중하세요.
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삶의 가치는 이런 것입니다.
잠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평생을 추구하고 다다르려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가족이나 관계. 건강. 학문. 돈. 예술. 재미. 영성.
공동체. 사회적 책무. 기후나 자연. 그것이 무엇이든,
삶의 방향으로 삼고자 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후회 없이 하세요.
우리가 오로지 말해야 하는 삶의 가치는, 이런 것입니다,
사람의 쓸모가 아니라.
쓸모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실은 내 삶이 어떤 쓸모가 있었는지는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야 알게 될 것입니다.
‘아, 내가 그때 그 친구, 빛나는 여름날에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려고 이 생을 살았나보다.’
‘길을 잃었던 그 사람,
길 한 번 찾아주려고 내가 이 삶을 살았나보다.’
그렇게. 이 정도 삶의 쓸모라면, 더없이 충분하지 않나요?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