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8월 20일 발사돼 지구에서 두 번째로
멀리 날아간 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영원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조만간 벗어나게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2년 8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태양계의 ‘국경’인 태양권계면(Heliopause)을 넘어 날아간 보이저 1호에 이어 두 번째다. 41년간 약 178억㎞를 항해한 보이저 2호는 현재도 시속 6만 2700㎞의 엄청난 속도로 태양계와의 ‘이별’에 다가가고 있다.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날 경우, 보이저가 탑재하고 있는 자기장의 값이 일정하게 고정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태양풍에 실려 오는 자기장은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태양계 내에서는 자기장 값이 주기적으로 요동치게 된다. 그러나
태양풍의 영향을 벗어난 성간우주에서는 자기장 값이 더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어로 ‘여행자’를 의미하는 보이저와 이별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보이저 형제’는
인류가 만든 구조물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물체다. 이 때문에 한 걸음 지구에서 멀어질 때마다
역사가 새로 쓰이게 된다. 지금도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보이저 1호와 2호의 위치와 이들이 받는 우주방사선의 양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19일 오후 7시 24분 기준(한국시각) 보이저 1호와 2호는 각각 지구로부터 약
216억 4900만㎞와 178억9000만㎞ 떨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보이저는 우주 탐사 역사의 획을 긋는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책임연구원은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토성과 목성·해왕성과 천왕성 등 외행성에 대한 지식은 보이저 계획으로 인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보이저 1호는 최초로 토성의 고리를 고화질로 촬영해 그 성분이 수많은 얼음 알갱이라는 것을 밝혀냈으며,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서
활화산을 목격했다. 또 보이저 2호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천왕성과
해왕성을 근접 촬영한 탐사선이기도 하다. 인류는 이 보이저 덕택에 망원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었던 외행성들의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보이저는 어떻게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항해할 수 있을까. 그 원동은 두 가지다. 최기혁 책임연구원은 “보이저호는 자체적으로 3대의 플루토늄 원자력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지만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중력”이라고
설명했다. 당시로써는 최신 기술인 ‘스윙바이(Swingby)’ 기술을 이용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이라고도 부르는 스윙바이는 탐사선이 큰 행성의 궤도를 지나며 중력에
끌려들어 가다가, 바깥으로 튕겨 나가듯 속력을 얻는 것을 말한다. 마치
새총을 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 ‘슬링 숏’이라고도
한다.
중력을 이용하는 만큼, 보이저는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 효율적으로 탐사해나갈 수 있었는데
이 덕분에 현재도 총알보다 약 18배 빠른 초속 17㎞의
속도로 비행 중이다. 또 1977년은 175년 만에 한 번 목성ㆍ토성ㆍ천왕성ㆍ해왕성ㆍ명왕성이 일직선 상에 정렬되는 시기여서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최단거리로 외행성 탐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칼 세이건의 제안에 따라 지금도 보이저 1호와 2호는
만에 하나 외계 생명체를 조우할 때를 대비해 ‘지구의 소리’를
담은 금제 음반을 싣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어를 비롯한 55개국 언어로 된 인사말과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 베토벤 교향곡 5번, 기차 경적 등이 실렸다.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한다면 이는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는 세이건의 말처럼 수많은 가능성을 담은
성간우주로 보이저 2호가 진입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태양권은 태양의 11년 활동 주기에 따라 줄어들거나 확대될 수 있어 정확한 시기를
점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보이저 1호의 경우 2012년 5월 지금의 보이저 2호처럼
우주방사선 측정량이 늘어나고 3개월 뒤 태양권계면을 넘어 성간우주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