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 사울왕과 상남자 다윗
이스라엘의 초대왕 사울과 2대왕 다윗 사이의 복잡 미묘한 애증관계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사무엘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합니다. 사무엘은 주님의 명에 따라 인물이 출중하고 다재다능한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추대하고 그의 머리 위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울이 얼마나 잘 생겼으면 사무엘은 백성들 앞에서 이렇게 칭찬했습니다. “주님께서 뽑으신 이를 보았소? 온 백성 가운데 이만한 인물은 없소.”(사무엘기 상권 10장 24절) 아마도 사울은 요즘으로 치면 185cm의 꽃미남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주어진 부담스런 직책 앞에 사울은 꽤나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간택된 후 얼마나 적응하기가 힘들었으면 대중 앞에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짐짝 사이로 자신의 몸을 숨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사울왕은 점차 백성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사들과 의기투합한 뒤 전쟁터로 나가 큰 승리를 거둡니다. 용맹한 사울왕의 군사들이 암몬족을 초토화시키자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크게 기뻐했습니다.
사울왕은 승승장구하며 자신의 왕권을 굳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울왕의 권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던 사울왕은 무리수를 두게 되게 되면서 백성들의 신임도 잃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들 요나탄 그리고 아들 못지않은 다윗과도 등을 돌리게 되고 결국 허망하게 권좌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되고 기름부음까지 받아 이스라엘의 초대왕 자리까지 오른 사울왕의 몰락의 배경을 눈여겨봐야겠습니다. 그는 왕권 역시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며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망각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왕이지만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가 왕이 될 수 있음을 잊어버렸습니다. 왕권에 대한 사울왕의 과도한 집착이 몰락의 큰 원인이었습니다. 집착은 또 다른 두려움을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사울왕은 임기 내내 이 족속 저 부족과의 전투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왕권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가장 측근인 아들 요나탄과의 갈등 상황까지 초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울왕은 질투의 화신이었습니다. 떠오르는 샛별 다윗을 향한 시기심은 하늘을 찔러 암살계획까지 세웠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다윗이 필리스티아 사람들을 완전 정복하고 금의환향하자 이스라엘의 수많은 여인들이 손북을 치고 환성을 올렸습니다. 악기에 맞춰 춤까지 추면서 이런 가사말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사무엘기 상권 18장 7절)
마침내 주님께서 사울을 왕으로 삼은 것을 후회하십니다. 그리고 또 다른 왕으로 다윗을 선택하시고 그에게 기름을 붇도록 명령하십니다. 사울왕이 초심을 잃어버린 결과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힘이 커져가자 하느님 두려운 줄 몰랐습니다. 자신의 힘을 믿고 하느님 앞에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위기 앞에 하느님을 찾지 않고 인간을 찾았습니다. 주님의 뜻을 찾지 않고 자신의 뜻을 찾았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명하지 않은 결과가 비참한 쇠락이었습니다.
다윗을 암살하기로 계획한 사울왕은 증오의 칼을 품고 집요하게 다윗의 뒤를 쫒기 시작합니다. 서로 쫒고 쫒기는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울왕과 다윗은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참으로 특별한 애증관계입니다. 사울왕의 시기질투로 인해 다윗은 야반도주를 밥 먹듯이 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망명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생사를 넘나드는 절박한 순간에도 사울왕을 향한 다윗의 마음은 일편단심입니다. 사울왕을 향한 다윗의 첫 마디는 항상 이랬습니다. “저의 주군이신 임금님!”
드디어 기회가 왔으니 사울을 치라는 신하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다윗은 늘 이렇게 그들을 타이르며 주군을 살려줬습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인 나의 주군에게 손을 대는 그런 짓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어쨌든 그분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가 아니시냐?”(사무엘기 상권 24장 7절)
마침내 사울왕은 필리스티아인들과의 한판 싸움에서 대패합니다. 전세가 완전히 기울었음을 알게 된 사울은 호위병에게 명령합니다. “칼을 뽑아 나를 찔러라. 그렇지 않으면 할례 받지 않은 저자들이 와서 나를 찌르고 희롱할 것이다.”(사무엘기 상권 31잘 4절)
그러나 호위병 역시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찌르지 못합니다. 그러자 사울왕은 자신의 칼을 바닥에 꽂았습니다. 사울왕은 그 칼 위로 엎어지며 자결을 합니다. 한때 주님으로부터 간택받았고 거룩하게 기름부음받은 사울왕이 더없이 비참하게 몰락하는 과정을 묵상하며 인생만사 새옹지마임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우리네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원을 망각하지 않는 겸손의 덕임을 되새깁니다.
집요하게도 뒤꽁무니를 쫒으며 자신의의 인생에 고춧가루를 뿌리던 사울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보여준 태도는 정말 ‘상남자’답습니다. 사울왕과 요나탄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다윗은 애통한 마음에 입고 있던 옷을 잡아 찢었습니다. 하루 내내 울며 단식했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활의 노래’라는 애가(哀歌)를 지어 불렀습니다.
사울왕과는 달리 다윗은 언제나 자신의 뜻보다는 주님의 뜻을 찾았습니다. 그는 주님의 뜻을 찾기 위해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사울왕의 끝도 없는 추적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상황 속에서도 다윗은 늘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천적 같은 사울왕을 언제나 용서했고 살려주었습니다. 그 결과가 이스라엘 역사에 길이 남을 성왕(聖王) 다윗이었습니다.
첫댓글 아멘
주님의 뜻을 헤아리기 위하여 새벽에 주님앞에 무릅을 꿇었던 다윗왕처럼 저도 주님앞에 주님의 뜻을 찾아 무릎 꿇겠습니다
신부님 글 감사드립니다. ^^
질투.....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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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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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기를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신부님의 오늘 강론 재미있게 묵상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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