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한 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만 있었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박기범이 소망나무를 제안하고 단식을
결심한 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깨우침이었어요.
나처럼 결단력 없는 소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게 만들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죠.
대학로 한 귀퉁이의 초라한 천막에 모인 사람들이 무심한 행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마음을 움직였어요.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그런데 이라크에서 노동자가 둘이나 죽고나니 오히려 파병찬성론자들은 더 강경하게 전투병파병을 주장하고 나섰고, 노무현대통령은 파병방침변경불가를 선언했어요.
그래서 박기범은 단식을 더 이어가겠다고 하는 거겠죠.
여기서 접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봐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박기범의 단식이 계속 되면 파병반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아니요.
절대로 박기범의 단식으로 이루어낼 수 없어요.
단지, 지율스님이 그러셨듯이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은 바꿀 수 있어요. 평화의 마음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 겁내고 망설이는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는 것,
다 같이 한 목소리로 평화와 파병반대를 외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닌가요?
그런데 그 걸 하기 위해 박기범의 단식이 더 이어져야 하는 건가요?
느티나무님이 말했듯이 작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이어가면 안 되나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박기범의 단식이 이어지는 것이 얼마나 큰 울림으로 다가갈까요?
기왕에 모인 어린이 문학판 사람들이, 도서연구회 식구들이, 화가들이, 동화작가들이 이어가는 것이 더 큰 울림을 갖지 않을까요?
박기범이 지금 할 일은 그런 게 아닐까요?
혼자 단식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모으는 거.
박기범이 혼자 밥 안 먹는 거 그만두고 그 대신 단식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심부름꾼이 되어 사람들을 모으고, 그 분들의 뒤치닥꺼리를 해주면 되잖아요.
그 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핵심은 더 오래, 마음 변치않고 평화운동을 해가는 거잖아요.
밥 굶는 거 대신, 기범이의 그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함께 동참하도록 이끄는 게 더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이제 혼자 굶는 거 그만 두고 사람들의 심부름꾼이 되어 더 멀리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걱정을 받는 자리에서 내려와 다른 사람들 몸 걱정하고, 그 마음에 고마워하면서 같이 파병을 막아내고, 평화운동을 지속해 가도록 해요.
바끼통 봉사자들,
프랭스, 시지프스, ㅅ꼬미님, 날자, 사과꽃.........
그리고 함께 참여했던 분들 모두.
며칠 전 결정났다는 그 온라인 회의 결과에 대해 다시 생각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