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리더]
[73]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스러움, 태어나는 것 아닌 사회가 만든 것'…
여성의 권익 위해 투쟁하다
▲ 여성의 권익을 위해 앞장선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 |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는 여성의 권익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 인물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늘 우등상을 탈 만큼 뛰어난 학생이었던 보부아르는 특히 철학과 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자신만의 신념을 세운 보부아르는 대학에 진학해 철학을 공부하기로 했어요. 당시는 여성이라면 모두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죠. 하지만 보부아르는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자 대학에 입학했어요.
대학에 들어가 철학을 공부한 시몬은 철학 교사가 되기 위해 교수 자격시험을 보기로 했어요. 당시에는 이 시험을 보는 여학생의 수 자체가 적기도 했지만, 여학생이 재수하지 않고 단번에 합격하는 일이 한 번도 없었죠.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시험을 준비한 보부아르는 생전 처음 본 교수 자격시험에 차석으로, 그것도 스물한 살이라는 최연소 나이로 합격했어요. 남성만이 우월하다고 여겼던 시대에 여성도 남성만큼 우수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거예요.
그는 원하는 교사가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한편 보부아르는 제자들과 모임을 만들어 지식을 공유하였는데, 남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당시 세상에서 여성이 좀 더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시몬의 사상은 그녀의 제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하지만 학부모들은 그런 사상을 용납할 수 없었고, 시몬이 자신의 딸에게 부도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학교에 항의했어요. 결국 시몬은 교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글쓰기에 매진하며 첫 번째 소설 '초대받은 여자'를 출간하죠. 완전한 자유를 탐구하고자 하는 주인공 내면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이 소설로 시몬은 작가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어요.
시몬은 여성의 신체, 여성과 관련된 역사, 신화, 일상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어 서양 문화에서 여자가 된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하였어요. 그리고 1949년, 그녀의 대표작인 '제2의 성'을 출간해요. 여자가 여성스러운 이유는 여성스럽게 태어나서가 아니라, 남성 중심인 사회가 여자를 지배하기 위해 순종, 사랑 등을 여성의 가치라고 여기도록 길들였다는 것이죠. '제2의 성'은 출간 첫 주에 2만 부 이상 팔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사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생각한 남녀평등은 여성과 남성의 성 대결이 아니에요. 오히려 남녀가 세상의 구별을 초월하여 진정한 우애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성을 종속적으로 생각하던 당시 상황에서는 시몬의 주장이 너무 급진적이었던 탓에, 많은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어쨌든 '제2의 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작가로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1954년 출간한 소설 '레 망다랭'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어요.
1970년대에 들어서며 여성 해방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됐어요. 시몬은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지성인임을 보여줬죠. 그리고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성 노동자 권익 보호 등을 위해 앞장서며, 여성의 삶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지 알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렇듯 그는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수많은 여성을 일깨웠답니다.
[1분 상식] 공쿠르상?
공쿠르상은 프랑스의 작가 '에드몽 공쿠르'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에요. 열 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아카데미 공쿠르'가 매년 연말에, 지난 1년 동안 발표된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산문을 뽑아 수여하는 상이죠.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공쿠르상의 상금은 10유로(약 1만3000원)입니다. 상금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이 상의 수상작으로 결정되면 평균 수십만부가 판매되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될 수 있죠. 공쿠르상을 받은 유명 작품으로는 말로의 '인간의 조건',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 등이 있어요.
박영진·후(who) 시리즈 위인전 편집인
헨델 음악 연속듣기,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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