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절 일곱 갈래의 아내와 효성
1 어느 날 부처님이 외로운 이 돕는 장자의 집에 갔더니, 온집안이 왁자지껄하면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부처님은 자리에 앉으시고 장자에게 그 까닭을 물으시니 장자는 여쭈었다.
"제 맏아들의 아내인 선생이라는 제 며느리는, 그 친정의 부富와 권세를 등대고,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 남편도 섬기지 않으며, 부처님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소동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선생을 불러오게 하여 말씀하셨다.
"선생이여, 세상에는 일곱 갈래의 아내가 있다. 사람을 죽이는 따위의 아내, 도둑과 같은 아내, 주인과 같은 아내, 어머니와 같은 아내, 누이동생과 같은 아내, 친구와 같은 아내, 종과 같은 아내다. 선생이여, 그대는 이 일곱 갈래 아내의 어느 것에 속하는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부처님의 그 간단한 말씀의 뜻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이여, 그러면 잘 들어라. 더러운 마음을 가져 남편에 대해서 사랑이 없고, 남의 남자를 마음에 두어 내 남편을 천대할 뿐 아니라, 남을 부려 남편을 죽이게 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따위의 아내다. 또 남편의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의 재산을 몰래 빼어내려 하는 아내는 도둑과 같은 아내다. 또 일하기를 싫어하고 게으르며 음식에 욕심만 내고, 거친 말로 남편을 학대하려는 아내는 주인과 같은 아내다. 또 항상 남편을 사랑하고, 어머니가 자식에 대해서와 같이 남편을 보호하며, 남편이 얻은 재산을 중하게 지키는 아내는 어머니와 같은 아내다. 또 남편을 섬기기에 정성을 다하고 헝제와 자매와 같은 마음과 정이 있으며, 거짓 없는 마음으로 남편을 섬기는 아내는 누이동생과 같은 아내다. 또 남편을 보고 기뻐해서 마치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하고, 정숙하고 바른 행실로 남편을 존경하는 아내는 친구와 같은 아내다. 또 남편에게 욕설을 듣고 매를 맞아도 딴마음 없이 참으며, 원한을 품지 않고, 남편을 섬기는 것은 종과 같은 아내다.
이 사람을 죽이는 아내, 도둑과 같은 아내, 주인과 같은 아내는 행실이 나쁘고 말이 거칠며 공경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죽은 뒤에는 좋은 갚음이 있을 수 없다. 어머니와 같은 아내, 누이동생과 같은 아내, 친구와 같은 아내, 종과 같은 아내는 행실이 아름답고, 몸을 잘 제어해 머무르므로, 죽은 뒤에는 좋은 갚음을 얻는다.
선생이여, 그대는 이 일곱 갈래 아내의 어느 것에 속해 있는가?"
이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선생은 그 교만한 마음이 꺾이고, 깊이 뉘우침이 있어, 지금부터는 한평생, 종과 같은 아내가 되겠다고, 부처님 앞에서 맹세했다.
2 사위성에 신앙심이 두터운 한 청년이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섬기면서, 앞날이 멀지 않은 그 어머니를 어떻게든지 편안하게 하기 위해, 무엇 하나 자유롭지 않은 일이 없도록 받들었다. 어머니 또한 어머니대로, 아들이 장성했지마는 장가도 들지 않고 자기를 받들고 있는 것이 너무 민망스러웠다. 그래서 장가들기를 권해 보았으나 듣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스스로 나가서 색싯감을 구해서 장가를 보냈다. 청년은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기뻐하고 또 감격해, 온 집안이 화목해서, 가끔 절에 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었다. 그런데 그 며느리는 갑자기 마음이 변해, 시어머니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남편에게 권해 시어머니와 따로 살기를 꾀했다. 그러자 그 집안에는, 즐거운 소리는 끊어지고 다투는 부르짖음이 일어나, 번뇌의 더러운 바람ㄱ이 불어 닥쳤다. 그러나 청년은 끊임없이 부처님의 힘을 믿고 참고 견디어, 드디어는 그 아내의 마음도풀렸다.
그 며느리는 정성스럽게 시어머니를 섬기게 되고, 온 집안에는 평화와 기쁨이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청년은 어느 날 부처님에게 나아가 법을 듣고, 어머니를 정성스럽게 섬기느냐는 부처님의 물음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일을 대강 여쭈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써, 그 효자 청년을 격려해 주셨다.
3 "젊은이여, 옛날 너와 같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를 극진하게 섬기는 효자가 있었다. 어머니가 그 같은 지체의 처녀를 데려와 며느리로 삼았더니, 처음에는 가정이 원만했다. 그러나 여자끼리 시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방해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어머니를 몰아낼 꾀를 썼다. 효성이 지극한 그 아들까지도 아내의 꼬임에 마음이 끌려, 얼마 동안 어머니를 따로 두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울면서 울면서 친척집에 몸을 붙여, 삯일로써 겨우 그날그날을 살아 나갔다. 시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곧, 그 아내는 아기를 배어, 달이 차서 아기를 낳았다. 아내는 그 남편이나 근처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걸 보아도 그분이 나쁘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그분이 집에 있을 동안에는 아기를 가지고 싶었으나 가지지 못해 쓸쓸했더니, 그분이 떠나자 곧 이런 좋은 아들이 나지 않아요?'
그러나 쓸쓸하고 하염없이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는 그 어머니는, 이말을 사람들에게서 전해 듣고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이 세상에 바른 것은 다죽고 마는 것이다. 제 어미를 쫓아내야, 화목하게 훌륭하게 살 수 있고, 또 자식까지 낳아서 풍성하게 된다면, 세상에 정의는 죽은 거나 같은 것, 자, 바른 일의 장사를 지내자'고 그 어머니는 정신이 돈 듯, 냄비와 국자와 쌀을 가지고 묘지로 갔다. 거기서 흰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가 머리를 흩트린 채 쌀을 일기 시작했다. 마침 그때 제석천은 인간 세계를 두루 살펴보다가, 이 광경을 발견하고 가엾이 여겨, 바라문으로 모양을 변해, 그 여자 앞에 나타나서 말했다.
'너는 그런 짓을 하기 전에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누가 누구에게 법이 죽었다고 하던가? 힘이 센 이천 개의 눈을 가진, 바른 법인 나는 죽지 않고 살아 있지 않는가?'
'아닙니다. 확실히 법은 죽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 잘 산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곧 아기 없는 집의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쫓아낸 뒤 아기를 낳고 그 집 주인을 따돌려 즐겁게 산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여자여, 법인 나는 이렇게 끄덕없이 살아 있다. 나는 너를 위해 이 세계에 온 것이다. 그렇다면 너의 그 나쁜 며느리도 손자도, 이 불로써 함께 태워죽이자.'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놀랐다. 무엇보다 손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신이여, 아무쪼록 저 며느리와 손자와 내가 사이좋게 지내도록 도와주소서.'
'여자여, 네가 못 견디게 구박을 받더라도, 너 자신이 바른 법을 버리지 않는다면, 너는 저 사랑스러운 손자와 그리고 며느리와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염려하지 말라. 네 아들도 며느리도, 내 힘으로써 정신이 돌아와, 아마 너를 맞으러 여기 올 것이다. 부지런히 힘써 착함을 닦아라.'
제석천은 이내 형체를 감추어 하늘로 돌아갔다. 과연, 아들과 며느리는 어머니를 찾아 묘지로 왔다. 지금까지의 죄를 뉘우쳐 사죄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세월을 보냈다.
젊은이여, 스스로 법을 버리지 않는 자에게는, 법은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이다. 어머니를 알뜰히 받들어 온 집안이 화목하게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