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과 사법개혁에 관하여] (3)
* 이어갑니다.
3. 법원행정처를 없애는 방안은? 없애면 그 대안은?
네. 저는 **법원행정처 폐지는 가능하고, 오히려 핵심은 “없애느냐”보다 “무엇으로 대체하느냐”**라고 봅니다.
현재도 실제 정치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와 법원사무처로의 전환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8월 21일 여당 법사위 간사가 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사무처로 바꿔 집행 업무 중심으로 축소하자고 주장했습니다. �
동아일보 +1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핵심은 '행정처 폐지'가 아니라 '사법행정 권력의 분리'
현재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대법원장이 재판의 최고 책임자이면서 동시에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법관의
인사
보직
승진
예산
사법정책
법원 운영
에 대법원장과 그 보좌조직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실제로 과거 개혁안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총괄권을 없애고 합의제 사법행정기구를 두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
연합뉴스 +1
제가 생각하는 구조는 이렇습니다.
① 법원행정처 폐지
↓
②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
③ '법원사무처' 설치
이렇게 결정과 집행을 분리하는 겁니다.
사법행정위원회는 누가 구성하느냐
여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저라면 법관만으로 구성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5명이라면
법관 5
변호사 2
법학교수·법학자 2
시민대표 3
행정·예산 전문가 2
국회 추천 1
등으로 구성하고,
대법원장은 위원장이 아니라 위원 중 한 명으로 두겠습니다.
과거 실제 발의안도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합의제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상했습니다. 2020년 박주민 의원안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위원회의 집행기구로 사무처를 두며, 비법관위원을 국회가 선출하는 구조까지 제시했습니다. 다만 해당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
국민참여입법센터
그리고 법원사무처는 '행정부처'처럼 만들면 안 됩니다
이것도 중요합니다.
위원회가 결정하고,
법원사무처는 결정된 것을 집행하는 조직으로 한정합니다.
즉,
위원회 = 결정
사무처 = 집행
법원 = 재판
이렇게 세 영역을 분리하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 법원행정처가 가지고 있는 결정권과 집행권이 한 조직에 집중되는 문제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관 인사'를 떼어내야 합니다
저는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관이 누구에게 잘 보여야 승진하고 좋은 보직을 받는가?
이것이 법원 내부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법관 인사는 별도의 독립적 법관인사위원회가 맡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인사기준과 평가자료도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그러면
“대법원장에게 잘 보여야 한다.”
라는 조직문화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법원행정처장의 권력도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한 노경필 처장 개인의 문제도 사실 이 구조와 연결됩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노경필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도 동일한 권력구조라면 제2의 노경필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보는 겁니다.
“노경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노경필이라는 자리가 갖는 힘을 없애야 한다.”
이게 훨씬 근본적입니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우리가 이야기했던 **'서초동에서 법원을 지방으로 옮기자'**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그린다면,
대법원 → 재판기관
사법행정위원회 → 사법행정의 민주적 결정기관
법원사무처 → 행정 집행기관
그리고 이들을 공간적으로도 분산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
권한
인사
예산
공간
정보
가 한곳에 집중되지 않습니다.
이게 진짜 개혁입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답은 **“법원행정처 폐지 + 사법행정위원회 + 법원사무처 + 독립적 법관인사위원회 + 공간적 분산”**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나입니다.
재판의 독립은 강화하고, 사법행정의 독점은 약화시키는 것.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사법부는 계속 **“우리의 독립을 침해한다”**고 반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둘을 정확하게 분리하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지 않고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집중된 권력을 상당히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논의에서도 폐지론의 핵심은 바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자”**는 것이고, 반대쪽에서는 사법행정위원회가 정치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사법행정위원회를 누가 임명해야 정치적 장악도, 법관 독점도 피할 수 있는가?”**입니다.
저는 여기에 꽤 재미있는 해법이 있다고 봅니다. 국회·법관·대통령 어느 한쪽도 과반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4. 권력분립 혹은 권한분리는 지금의 조희대 대법원장의 몽니부리기처럼 자칫 머리를 여러개 두어 괴물을 탄생시킬 여지가 생김.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원활하게 모두가 함께 작동해야 기계 전체가 움직이는데 하나가 모두를 멈추게 만들 위험이 있다. 톱니 하나만 고장나도(통제에서 벗어나도) 기계(시스템) 전체를 멈추게 하는 걸 방지하려면 시스템만 바꿔서는 안 되고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맞습니다. 저는 지금 말씀하신 “톱니바퀴” 비유가 앞서 제가 제안했던 권한분리론의 약점을 정확히 찌른다고 봅니다.
권력을 나누는 것만으로 민주적인 시스템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권한을 가진 주체들이 공동의 목적과 규칙을 인정하고 협력할 의식이 없다면, 권력분립은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서로 버티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도 듣고 판단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 상황입니다. �
서울신문
그래서 문제를 두 층으로 봐야 합니다
1층은 구조입니다.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2층은 의식입니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내 권한은 나의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의 개혁 논의가 지나치게 1층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든다고 합시다.
그 위원회가
“우리가 국민을 대표한다.”
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됩니까?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됩니다.
대법원장이 하나의 머리였다면 이번에는 여러 개의 머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히드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표현대로 **“머리를 여러 개 가진 괴물”**이 될 가능성이 실제로 있습니다.
톱니바퀴의 핵심은 '분리'가 아니라 '연결'입니다
기계의 톱니는 각각 독립되어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움직입니다.
A가 B를 통제하고
B가 C를 통제하고
C가 A를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 아닙니다.
오히려
각자가 자기 역할을 하되 전체 시스템의 목적을 공유한다.
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대법원장, 대법관, 법관, 사법행정기구, 법원 직원, 국회, 행정부, 국민이 모두 “내 권한”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시스템이 멈춥니다.
반대로
“나는 전체 시스템의 한 부분을 맡고 있다.”
라는 의식이 있으면 권한이 달라도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권력의식'의 문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권한을
권리(right)
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책임(responsibility)
으로 생각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태를 둘러싼 현재 논쟁도 결국 이 지점으로 수렴합니다.
“헌법이 나에게 이 권한을 줬다.”
여기서 끝나면 권리의식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적 공직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헌법이 나에게 이 권한을 준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전체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이 두 번째 질문이 빠지면 합법적인 독단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의식의 대전환'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그것을 막연한 도덕교육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관 여러분, 국민을 사랑하십시오.”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의식을 바꾸려면 그 의식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즉,
좋은 의식 → 좋은 제도
만이 아니라
좋은 제도 → 좋은 행동 → 반복된 행동 → 새로운 조직문화 → 새로운 의식
이라는 역방향도 필요합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렇게 바꾸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권한분립
↓
상호의존
↓
공동책임
↓
상호검증
↓
협력
이 다섯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권한만 분리하면 분열이고,
권한을 분리하면서 서로를 검증하면 견제이고,
검증하면서도 공동의 목적을 인정하면 협력이 됩니다.
그러면 법원행정처 폐지도 조금 다르게 설계해야 합니다
현재 제기되는 법원행정처 폐지론은 사법행정위원회가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법원사무처가 집행하는 형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
서울Eye
저는 여기에 “결정권의 분산”만 넣으면 부족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넣어야 합니다.
① 권한은 분산한다.
한 사람이 전체를 좌우할 수 없게 한다.
② 책임은 연결한다.
어떤 결정이든 최종적으로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명확해야 한다.
③ 의사결정은 공동체적으로 한다.
각 기관이 자기 권한만 주장하지 못하도록 전체 사법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함께 평가하게 한다.
그러면 어느 한 톱니가 멈춰도 다른 톱니가 그것을 감지하고 복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저는 아주 중요한 원칙 하나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거부권은 책임과 함께 줘야 한다.”
이게 톱니바퀴 문제의 핵심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는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에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으니 시스템을 멈추겠다.”
까지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거부권에는 반드시 대체절차가 붙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관이 어떤 결정을 거부하면
→ 재심의
→ 합의기구
→ 일정 기간 후 자동 재논의
→ 제3의 조정절차
→ 최종 결정
등의 우회로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톱니 하나가 고장 나도 기계 전체가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점에서 저는 우리가 처음 이야기했던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자”**는 생각과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고, 의식만 바꾸려 해도 부족합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환경 → 행동 → 의식 → 다시 환경
의 선순환입니다.
그리고 사법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법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부로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게 제가 보기에는 아주 중요한 차이입니다.
성인군자를 전제로 하는 제도는 실패합니다.
악인을 전제로 하는 제도도 경직됩니다.
불완전한 인간을 전제로 하되, 서로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도록 만드는 제도.
아마 이것이 말씀하신 “의식의 대전환”과 “시스템의 대전환”을 동시에 이루는 방향일 겁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것이야말로 법관에게 가장 필요한 새로운 의식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법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법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한 톱니일 뿐이다.”
그런데 동시에,
“내 톱니가 망가지면 전체가 멈출 수 있으므로, 내 역할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두 문장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
저는 사법개혁의 핵심이 바로 그 두 문장의 균형에 있다고 봅니다.
K / 2026.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