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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실내체육관 농구코트
호각소리와 함께 농구공이 하늘높이 던져지고, 수혁과 인우가 선공을 잡기위해 뛰어 오른다. 인우의 손이 공에 거의 닿을 찰나
보기 좋게 낚아 체는 수혁, 눈 깜짝할 사이 수혁의 손에서 현준에게로 공이 패스된다.
"와우. 나이스패스... 역시 류수혁이야. 저새끼가 내 베프라구. 푸하하하...."
여자들에게 둘러싸인체 경기관람을 하는 윤, 코트 가장자리에 우두커니 선체 갈팡질팡하는 수연의 모습에 시선이 멈춘다.
"뭐하는거야? 하수현... 농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젤먼저 달려나가던 녀석이...?"
투퉁..... 어느사이엔가 수연의 손에 농구공이 패스되고, 멍한 표정으로 선 수연을 향해 수혁과 상대편 남자들이
달려들듯 뛰어온다.
"하수현...너 정신 안차려? 어서 패스안해?"
"예? .... 패....패스...."
수혁을 향해 농구공을 던지려던 찰나, 상대편 남학생이 수연의 어깰 일부러 밀어 젖히고, 맥없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수연의 모습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스친다. 과별 친선경기라 웬만한 몸싸움 정도는 봐주는 심판은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하아... 너.... 대체 정신을 엊다 갖다가 팔아먹은거야? 정신안차려?"
"죄송...합니다"
"그따위로 할거면, 집어치워"
"그만해. 괜찮냐? 일어날수 있겠어?"
윽박지르는 수혁과는 달리 자신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주는 현준... 수연이 애써 스스로 몸을 일으킨다.
" 농구란거.... 저공.... 저공만 뺏어내면 되는 겁니까?"
"뭐? 뭐야? 하수현... 너 정말 어디 아프기라도 해? 야 정신차려"
"해...보겠습니다...저.... 꼭 해보일겁니다...선배."
작은 두주먹을 불끈 지고는 결연한 눈빛으로 공을 향해 튀어나가는 수연... 그저 공만 쫓아 이리저리 헤매 다니는 모습이
이젠 안쓰러움 마저 불러 일으킨다.
온몸이 땀에 젖고, 건장한 남학생들에게 치여 번번히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면서도 결코 포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수연....
그런 수연의 어깰 수혁이 잡아 세운다.
"너, 그만해.... 자학이라도 하려는거냐? 이젠...."
"아니....하아... 저....할수 있습니다.... 저공...제가 기필코 넣어 보이겠습니다. 그러니까... 막지 마십시요"
"미련한 새끼... 이게 무작정 뛰어다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하아....하아....할수...있습니다...전....할수 있다구요..."
가쁜숨을 연신 몰아내쉬며, 수혁의 손을 뿌리치고 내달리는 수연.... 넘어질때 생긴 상처인지 무릎이며 팔꿈치며
수연의 온몸은 망신창이가 되버리고 만다.
"왜저렇게까지 하는거야 대체....? 뭘 위해서....?"
마냥 공만을 향해 달려드는 수연의 모습, 넘어지고부딛치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도 달리고 또 내달리는 모습이
보는이들에게 안쓰러움마저 들게 한다.
23대 25. 경영학과가 조금은 앞선 상태
"하아...어떻게 된거야? 하수현.... 하아...벌써 지치기라도 하는 거냐? 고작 이정도에?"
비아냥대며 수연을 자꾸만 코너로 몰아붙이는 도인우,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는 수연의 눈빛에서 인우는 잠시
수연을 떠올리다 손에서 공을 놓치고 만다.
.....?
순간 공에서 눈을 떼지 않던 수연이 공을 낚아체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인우를 따돌리고 골대를 향해
달려나간다.
'할수...있어... 난 할수 있다구....난 하수현....하수현이니까.... 제발....도와줘....수현아....제발.....'
어느세 농구골대앞으로 다달은 수연... 뒤늦게 인수와 경영과 아이들이 달려오지만, 수연이 던진 농구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를 향해 날아오른다.
"제발....들어가줘....제발..."
탕...빙그르르.....
골대에 맞고는 들어갈듯 홀주위를 맴도는 공.... 모두가 숨죽이는 가운데, 공이 홀안으로 쏙 들어간다.
"삐익...."
경기종료 호루라기소리가 들려오고, 단 1점차로 경제학과 승리로 끝이난다.
와아.....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수연을 향해 달려오는 학생들 , 서있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수연을 들어올려 행가래를 친다.
"결국...해낸건가 ...? "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피식 웃고있는 수혁... 그런 수혁의 곁으로 현준이 다가와 선다.
"내눈에만 이상한거 아니지 저자식.... 농구 처음 해보는것 처럼 버벅 거리기나 하고"
"어쨋든 해냈잖아. 고집스럽게도...."
"지금 그건....칭찬? 류수혁.... 왜이래? 낯설게....?"
"그런가? 기특해서 그런다. ....저자식..."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현준... 여간해선 표정변화조차도 거의 없는 수혁이기에 지금이순간
그를 웃게하는 하수현이 더 대단해 지는 순간이다.
수도가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을 씻어내는 수연, 심한 갈증에 흐르는 물을 연신 손에 받아 마신다.
"다들 샤워하러들 갔는데 여기서 뭐하는 거냐?"
어느 사이엔가 수연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씻는 수혁, 이유없이 당황하는 수연을 향해 자신의 어깨에 들려져 있던 수건을
그녀의 얼굴에 던져 씌운다.
"고....고맙습니다"
"잘했어...."
"?"
"오늘...잘했다고... 마지막골... 해냈잖아"
그의 칭찬담긴 말에 얼굴을 붉히는 수연.... 그런 수연을 향해 수혁이 장난스레 물줄기를 손으로 막아 수연을 향해 물을 뿌린다.
"풉...."
"이게 재밌습니까? 이게 재밌냐구요?"
"풉...흠.... 고의는 아니였다. 좀 시원해졌냐?"
"우씨... 다 젖었어.... 웃지 마십시요"
수혁의 장난에 똑같이 되갚는 수연, 순식간에 물에빠진 생쥐꼴이 되버리고 마는 두사람... 깔깔대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두사람의 모습을 한동안 윤과 현준이 멀찌감치 서서 지켜본다.
"뭐하는 거냐? 쟤네들...."
"그러게.... 그치만 놀거면 제대로 같이 놀아야지. 안그래? 야, 나도 끼워줘라"
"나도나도...."
손에 들린 음료수를 아무렇게나 내던지고는 수도가로 달려가는 두사람... 네사람의 물장난은 꽤 오랫동안 계속된다.
"저 네사람....정말 그림이지 않니?"
"그러게....나도 저기 끼여봤으면...."
"수혁선배...정말 카리스마 짱인데다 웃으니까 너무 귀여워~"
"난 윤선배..."
"난 현준선배.... 그리고 수현이도 짱 귀여워. 완젼 미소년 아니니?"
"학교다닐맛이 난다. 맛이나...꺄악...."
네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심가득한 여인네들의 시선들....네사람의 웃음소리가 멈출줄 모른다.
학과 게시판
알바 자리라도 알아보려고 게시판을 살피는 수연, 수현의 몫으로 남겨진 돈을 꺼내쓸 용기가 아직은 나지 않아 어떻게든
생활비정도는 벌어볼 요량으로 난생처음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하수현, 지금 여기서 뭐해? 강의 안들어가?"
"최윤선배...."
"형이라고 하라니까 ... 자꾸 거리두면 나 삐진다. 흥..."
"에?....아.... 형....그게 저.... 알바자리가 필요해서...."
"알바? 뭐 그런거라면 나도 소개시켜줄수 있는데.... 당장 소개해줘?"
"예? 당...당장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따라와따라와..."
다짜고짜 수연의 손을 잡아 이끄는 윤.... 학교근처 제법 고급스런 커피전문점 안으로 두사람이 들어선다.
"여긴...어딥니까?"
"단골 커피전문점... 여기 꽤 괜찮아. 페이도 꽤 괜찮고, 시간도 편하게 쓸수있고...뭣보다 가장 중요한건 여기 사장누나가
꽤 미인이라는 거야"
윤의 말에 애써 웃어 보이는 수연, 두사람을 향해 다가오는 하이힐 구두굽소리에 조금은 긴장한다.
또각또각....
"이시간에 왠일이야? 날 다 보자고 하고?"
"왠일이긴? 누나 보고싶어서 왔지...에이 알면서... "
눈웃음을 아낌없이 날리는 윤의곁으로 미모의 여사장이 자리잡고, 마주앉는 수현을 보고는 환하게 웃어보인다.
"누구? 친구? 동생?"
"내가 가장 아끼는 과후배... 하수현, 이친구 여기서 일할수 있을까 해서..."
"이쁘게 생겼네...여자라고 해도 믿겠어....어머 미안해요. 내가 속마음을 감추질 못해서"
여사장의 예리한 시선에 수연이 뜨끔하지만, 애써 태연한척 하려 애쓴다.
"이친구 소심한 A형이다 누나...그러다 삐지면 누나 봉 놓치는 거라구"
"미안....난 그저 잘생겼단 뜻이였는데...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난 페이에 인색한 편은 아니예요. 시간당 만원, 고정고객이 꾸
준히 는다면, 좀더 플러스 될거예요. 주말이든 휴일에 일하면 1.5배 ...어때요? 내일부터 일해줄수 있어요?"
"암튼...누나 화끈해서 좋다니까. 아니... 혹시 이녀석한테 흑심이라도 생긴거 아냐?"
"꽃미남에 약한건 여자들의 본성이거든... "
윤의 농담섞인 말에 예쁘게 웃어보이는 여사장, 그의 말대로 여자인 수연이 봐도 그녀는 눈부실만큼 매력적인
여자임엔 분명했다.
유리문을 나서는 윤과 수연을 한동안 바라보는 여사장, 자신을 바라보는 수현의 눈빛을 떠올리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다.
교내식당
"나가서 먹자니까. 내가 산다구우~"
"귀찮아. 한끼 떼우기만 하면되는데 뭐하러 나가냐?"
연신 졸졸 따라다니며, 매달리는 윤이 귀찮아 떼어 놓고만 싶은 수혁, 식판에 담긴 음식을 테이블이 내려놓고
앉자 마자 윤이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식판을 멀찌감치 밀어놓는다.
"이것봐. 순 풀떼기 뿐이잖아. 우리가 염소냐? 풀이나 뜯게..."
"하아...그자식 되게 말많네. 혼자 나가서 쳐먹어"
"음매~음매~수혁이가 나 구박해~ 음매"
"못말린다. 너란놈...."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고는 눈길을 돌리는 수혁... 창가모퉁이 테이블에서 혼자 밥을 먹고있는 수현의 모습에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하수....현....어?"
하지만, 체 다 먹지도 못한 식판을 가지고 일어나 더니 뭔가에 쫓기듯 밖으로 뛰어나가는 수현의 모습에
수혁의 시선이 그뒤를 쫓는다.
"뭐야? 수현이잖아. 저녀석 되게 열심히네 하루도 안빠지고"
방금까지 수현이 앉아있던 자리에 수혁과 윤이 마주 앉는다.
"요즘 꽤나 분주하던데, 넌 뭔가 아는거야? 그녀석 뭐하고 다니는지?"
"너 몰랐어? 수현이가 말안해? 학교앞 커피전문점에 알바자리 구해줬는데 내가..."
"알바?"
"그럼, 밥먹고, 수현이 보러 커피매장놀러갈까?"
"시러"
"그럼...나혼자가지뭐.... 수현이한테 꽁짜커피달라고 졸라야쥐~"
"나도 같이가"
불쑥 나타나 끼어드는 현준, 윤의 곁에 식판을 내려놓고는 자리잡는다.
"넌 또왜 여기서 밥먹어?"
"매번 나가서 사먹는거 귀찮아. 차도 안가져왔고... 안먹어? 내가 대신 먹어줘?"
"아니....먹어. 먹는다고..."
시끌시끌...
오랫만에 교내식당에 나타난 세사람 덕분에 교내식당안이 여학생들로 북적인다.
"하이, 오라버니"
은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인우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왠일이야? 학교까지.... 할말있으면 전화를 하던지 아님 집에서..."
"오빠 보고싶어 온건데 이러기야? 그리고 짜잔...."
일식집에서 방금 공수해온 도시락을 내미는 은아, 그런 은아의 속보이는 행동에 인우가 고개를 젓는다.
북적북적시끌시끌....
"여기 원래 이래? 왜이렇게 시끄러워? 여기 연예인이라도 있어?"
두리번 거리는 은아의 눈에 수혁, 최윤, 현준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세사람을 위한 조명판이라도 비치는듯 유난히
눈에 띄는 미남자들.... 은아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회심의 미소가 번진다.
"누구야? 저사람들....?"
"성균관 경제학과 문제생들 류수혁, 최윤, 강윤재... 하나같이 집안 경제력도 머리도 좋은 녀석들이지만
가까이 하고싶지않은 녀석들이야. 그러니까 관심꺼...."
"멋지다...저 오빠들....나 이학교에 다니고 싶어.... "
"오빠?.... 야... 도은아...."
세사람의 아우라에 매료된 은아... 인우의 잔소리들이 들릴리 만무하다. 그들의 자태에 혼이 나간체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은아, 인우의 한숨소리따위 안중에도 없다.
MOOK커피전문점
"맛있게 드세요"
"저기....오빠 너무 잘생기셨어요... 전번 갈켜주심 안돼여?"
"에?....하하..."
커피를 건네는 수연을 보며, 얼굴을 붉히는 여학생들... 얼마 되지도 않는사이 수연을 보기위해 줄을선 단골들이
꽤나 는듯하다. 괜시리 그들에게 죄를 짓는듯한 기분에 맘은 불편하지만, 다른곳과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 좋은 조건이기에
쉽사리 그만둘수가 없다.
"여어~"
"어서오십시....어? 모두...여긴 왠일들이십니까?"
"커피매장에 왜왔겠어? 커피마시러 왔지... 알아서들 시켜"
괜시리 버럭대며 2층계단으로 향하는 수혁, 윤과 현준이 피식 웃으며, 수연에게로 다가와 선다.
"신경쓰지마, 오기싫다는거 억지로 끌고와서 골질하는거니까"
"어울린다. 앞치마...어때? 할만하냐?"
"...네...."
선물과도 같은 미남자들의 등장에 커피매장안이 순식간에 초토화된다. 순정만화속 주인공같은 매력을 가진 남자가
무려 네명씩이나 한공간에 있으니, 여인네들의 마음은 이미 순정만화속 여주인공이 된것만 같다.
주문을 받아 카운터를 향해 걸어가는 수연, 하지만 여사장이 먼저 계산서를 찍어 건넨다.
"에소프레소두잔, 아메리카노 한잔맞죠?"
"아...네...그걸 어떻게...?"
"저 세사람 우리집 단골이니까... 난 수현씨가 좋아하는것도 아는데...."
"?"
"블루마운틴 즐겨마셨어요. 수현씨"
여사장의 입가에 수줍은 미소가 번지더니, 이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피잔을 꺼내 원액을 추출한다.
"저도...여기 자주 왔었습니까?"
"두세번정도.... 일거예요. 제기억이 맞다면..."
증기로 원액을 추출하는 여사장의 손이 잠시 떨리는듯 하더니, 손등에 뜨거운 증기가 그대로 닿아 커피잔이 바닥으로
산산히 깨져 흩어진다.
"아....."
"괜찮아요? 사장님....?"
"네....괜찮아요... "
서둘러 그녀를 향해 다가서는 수연, 여사장의 빨갛게 부은 손을 붙잡고는 차가운 물을 틀어 그녀의 손을 차갑게 식힌다.
"정말 병원에 안가도 되겠어요?"
"괜찮아요. 진짜..."
"데인상처는 흉터가 남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자신을 걱정하는 수연을 보는 여사장의 눈빛이 작게 흔들리고, 이를 놓칠리 없는 윤이 두사람을 재미난듯 관전한다.
"뭐야 저 시츄에이션은? 하수현...저새끼 완젼 선수잖아"
여사장의 손을 잡고 선 수연의 묘한 장면에 세사람의 시선이 멈춘다.
"수완좋은데 하수현.... 나도 저누나 손한번 아직 못잡아 봤는데... 이왕 저렇게 된거 제대로 꽉 물어라. 하수현... 여기 여사장 누나 꽤
돈이 많은가 보더라구. 집안도 꽤 알아주는 집안이고... 연상인게 좀 걸리긴 하지만, 저만한 여자만나기가 어디쉬워? 섹시한
미모에 재력에... 완전 퍼펙트지. 퍼펙트...."
여사장의 손에 약을 발라주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헤픈놈이란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삼키는 수혁, 무슨 상관이라고....
헤픈녀석이든 누구와 만나든 언제부터 남의일에 관심을 두는 성격이였다고.... 무척이나 신경이 거슬리는 두사람에게서 눈을
돌리고 에소프레소를 원샷하고 만다.
기숙사안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는 자신의 침대로 향하는 수혁, 발길에 체이는 묵직한 느낌에 침대밑 트렁크를
보고는 꺼내 테이블위로 올린다.
"하아... 이게 그녀석이 가진 전부란 거겠지..."
초라한 낡은 트렁크를 무심코 열어보는 수혁, 잠기지 않은 가방의 문이 열리더니, 이내 수혁의 눈앞에 사족 사진이 젤먼저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선배한테 먼저 소개시켜줄게요. 우리 누나....)
보모님과 행복하게 웃고 있는 남매의 모습.... 성별만 바꿔놓은듯 거울같은 두사람의 모습에 눈길이 멈춘다.
(푼수에 실수투성이긴 하지만 누구보다 착하고 정많은 사람이거든요. 우리누나는...)
"하수현....너....대체...."
사진을 손에 집어드는 순간 수혁의 발아래 떨어지는 서류봉투.... 수혁의 손이 한참을 머뭇거리다 서류봉투에든
서류를 꺼내든다.
사망자명단
하태준......하...수현......??
(선배라면....선배라면 적어도 우리누나 외롭게 버려두진 않을것 같아서.....)
수현의 손에서 서류들이 바닥위로 흩어진다. 머리속이 온통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 실타래처럼 엉킨것 처럼 혼란스럽기만하다
뭐...뭐야? 지금 여기 있는 게....하수현이....아니라면.....그렇다면......
갖가지 억측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가방안 물건들을 테이블위로 쏟아부어 버리는 수혁, 하얀 압박붕대뭉치들과 여자들이 쓰는
패드와 속옷들이 가방 깊숙한 곳에서 숨겨져있다 수혁의 손에서 하나둘 꺼내진다.
"이게 대체....어떻게 이런말도 안되는....하아...."
같이 한방을 쓰던.... 룸메이트가 자신을 선배라 하며 따르던 그녀석의 죽음이 한순간 현실로 와닿자 수혁은
모든것이 아득해질뿐이다.
터벅터벅터벅....
조금씩 다가오는 익숙한 인기척에 서둘러 트렁크 가방을 닫아 침대 아래로 넣어버리는 수혁, 윤과 현준의 등장에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듯 감정을 숨긴다.
"또 무슨일이야? 안자고 여긴왜와?"
"지금이 몇신데 자? 수현이는? 아직도 안들어온 거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녀석이 들어오든 말든 나랑 무슨상관이라구...."
"누가 뭐래? 발끈하기는....?"
"피곤해. 그만 가라. 난 좀...자야겠어"
"여기서 놀다가 수현이 오면...."
"우씨...얼른 안꺼져?"
수혁의 버럭질에 이미 면역이 된 그들임에도 한번씩 정색을 하고 저럴때면 수가 없다는걸 그들도 잘안다. 백기를 들고는
방에서 쫓겨나는 두사람... 엉망으로 넣어진 가방을 꺼내 원래대로 정리하고는 다시 침대아래로 넣어두는 수혁,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떨군다.
교대알바가 사정이 생겨서 빠진시간까지 메우느라 간신히 통금시간에 맞춰 기숙사에 도착하는 수연, 이미 잠든듯 불꺼진 방안으로
숨소리조차 죽인체 조심스레 들어선다.
깊은 잠에 든듯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수혁, 책상위 스텐드 불빛을 겨우 켜고는 안경을 벗어 내려놓는다.
쏴아아....
욕실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는 이불안으로 들어가 눕는 수연,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조심해서 불을끄고 고단한
몸을 침대에 기대 눕힌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잠들었을거라 생각했던 수혁이 눈을 뜨고는 곤히 잠든듯한 수연을 향해 눈길을 돌린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그녀의 실루엣이 서서히 수혁의 눈에 들어온다.
더이상 그녀석일수 없는 저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할수 밖에 없었는지....
지금의 이 모든 상황이 어이없고 기막힐 따름이다.
"너...대체 어쩌려고... 그런거냐?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든 수연을 깨워 당장이라도 묻고만 싶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수 없음에
두눈을 질끈 감고만다.
결코 오지 않을것 같던 새벽이 지나 날이 밝아온다.
창가에 서서히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부심을 참지 못하고 무거운 눈을 천천히 뜨는 수연... 자신의 침대곁 의자에 앉아
자신을 빤히 내려다 보고있는 수혁의 모습에 놀라 몸을 일으킨다.
"헉....버...벌써 일어나신겁니까? 지금....시간이...."
손을 뻗어 안경을 찾느라 분주한 수연... 밤새 어디다 두고 잔건지 기억조차 없음에 당황스럽다.
"이거 찾는거야?"
책상위에 놓여있던 안경을 건네는 수혁... 고마운 맘에 손을 뻗던 수연의 손목을 그가 거칠게 잡아 챈다.
가늘고 하얀손목... 왜 진작 눈치채지 못한 걸까?
이녀석...하수현이 아니란걸....
"너.... 너 누구야? 대체...."
'.....................?"
갑작스런 수혁의 말에 수연의 눈이 놀라 커다래 지더니, 수연의 떨림이 수혁의 손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첫댓글 재밌게 잘 읽었어여!!!
감사~댓글은 늘 에너자이저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8.1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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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가요
네 감사합니다.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