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 (Targets)
1968년 미국영화
제작, 각본, 감독, 편집 : 피터 보그다노비치
제작총지휘 : 로저 코만
출연 : 보리스 칼로프, 팀 오켈리, 낸시 슈
피터 보그다노비치, 제임스 브라운, 아서 피터슨
타냐 모건, 메리 잭슨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라스트 픽쳐 쇼(71)'와 '페이퍼 문' 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70년대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감독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콜세지 등 젊은 신예들이 구시대 감독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주류 감독으로 대거 등극한 70년대에 피터 보그다노비치 역시 그 선봉에 섰습니다. 두 편의 영화가 워낙 극찬을 받았지요.
그렇지만 70년대 잘 나갔던 스필버그나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콜세지, 프란시스 코폴라 등과 달리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라스트 픽쳐 쇼'나 '페이퍼 문'이 굉장한 극찬을 받은 것과는 달리 이후 작품들은 너무 평범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칸 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마스크(85)' 정도가 그나마 호평을 받은 정도였죠. '라스트 픽쳐 쇼'와 '페이퍼 문'으로 두 번 골든 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이후에 어떤 변변한 수상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흥행작을 만든 것도 아닙니다. 이후 그는 정말 빠르게 잊혀졌습니다. 초반부의 기대를 감안하면 오히려 70년대 가장 기대주였다고 할 수 있는데.... 90년대 이후는 배우로 더 활발히 활동을 했지요.
아무튼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은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은 1968년 작품 '타겟'이 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조연 겸 연출을 했으며 제작, 각색까지 겸하는 일인 다역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미국 독립영화의 상징적 인물인 로저 코만과 사무엘 풀러의 적극 지원을 받았고 특히 로저 코만은 이 젊은 감독의 데뷔에 아주 적극 개입했습니다. '타겟'의 첫 장면은 로저 코만이 보리스 칼로프를 앞세워 만든 1963년 작품 '고성의 망령(The Terror)' 장면으로 시작하고 1시간 30분 분량 영화에서 '고성의 망령'의 상당수 장면이 영화속 영화로 등장합니다. 일종의 젊은 감독의 영화 데뷔작에 로저 코만의 영화 끼워넣기를 하면서 호러 영화의 귀재이자 대 원로인 보리스 칼로프에게 헌정하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보면 '영화제작'관련 소재를 다룬 영화 같은데 뭐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은 미친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가 더 본론입니다. '타겟'은 독특하게도 전혀 상관이 없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 병행됩니다. 하나는 영화계의 원로 바이런 올락(보리스 칼로프)이 은퇴를 고민하면서 제작사의 설득을 받는 내용이고 또 하나는 사격광인 아버지와 아들이 사는 집안의 이야기로 바비(팀 오켈리)라는 청년과 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배우인 바이런과 사격을 좋아하는 바비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가 한 영화에서 흐르다가 나중에 서로 합쳐지게 되는 독특한 구성이지요. 이런 구성만 봐도 벌써 고전스런 60년대 영화와는 꽤 다른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보리스 칼로프와 피터 보그다노비치
바비는 차 트렁크에 수많은 총기류를 지닌 사격광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사격연습을 하면서 엉뚱하게 아버지를 겨누기도 하는 모습은 그가 향후 뭔가 저지를 불안한 캐릭터로 딱 보여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그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아내를 쏘아 죽이고 이어서 어머니까지 살해해 버립니다. 이미 그가 남긴 쪽지에 그 살인이 예고되었고 더 많은 사람을 죽이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미친 사이코 살인마 바비는 거리로 뛰쳐나가 높은 석유통 위에서 도로에 지나가는 차를 향해서 총기를 난사, 여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극장으로 와서 바이런 올락의 영화(여기서 영화속 영화로 등장하는 작품이 바로 '고성의 망령'입니다. '타겟'에서는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한 바이런 올락의 신작으로 다루어지지요)를 감상하는 자동차안의 사람들에게 총기를 난사하여 아수라장을 만듭니다. 이곳에 무대인사를 위해서 바이런 올락이 오게 되고 이렇게 해서 전혀 관련이 없던 바이런과 바비는 마주치게 되죠.
한 원로 영화배우의 은퇴를 고민하는 내용과, 미치광이 총기 난사범이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 이렇게 전혀 관련이 없는 두 이야기가 같이 흐르다가 종반부에 결합되는 엔딩입니다. 보리스 칼로프와 팀 오켈리가 각자 주인공이라는 구성이지요. 평온하던 영화는 후반부에 바비가 총기살인을 저지르면서 갑자기 범죄물로 전환됩니다. 이렇게 갑작스런 분위기의 전환은 마치 쿠에틴 타란티노의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다소 투박하고 로저 코만의 개입이 많이 가미되었지만 60년대 후반에 등장할 당시로서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영화 아니었을까 싶네요. 총기난사가 너무 폭력적이고 무자비한데 물론 전쟁영화나 서부극에서 더 처절한 장면들이 있었지만 전쟁, 전투가 아닌 그냥 일반 행인을 향해서 이렇게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이 당시로서 굉장히 쇼킹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수시로 총기난사 범죄가 요즘도 발생하지요. 그리고 이런 유사한 장면이 톰 크루즈 주연의 '잭 리처'에서 초반부에 보여지지요. 이곳 저곳에 총을 쏴대는 한 남자의 장면으로)
아무튼 로저 코만이 불과 29세였던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을 발굴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70년대에 연거푸 두 편의 걸작을 내놓으며 기대주로 떠오르는데 아쉽게도 이후 '라스트 픽쳐 쇼'와 '페이퍼 문' 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작품을 다시 만들지 못합니다. 가장 큰 기대를 받았지만 기대 이하로 주저앉고 만 비운의 감독이 되었던 겁니다.
ps1 : '타겟'이라는 제목은 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살인마가 특정 누구를 타겟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서. 그냥 내키는 대로 아무에게나 총을 쏴대죠. 물론 Targets 라는 복수형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난사의 의미로 볼 수도 있겠지만.
ps2 :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새미 라는 젊은 영화감독으로 제법 비중있게 등장합니다. 보리스 칼로프는 당시 80대에 접어들었지만 노익장을 과시합니다. 다만 이 영화는 저예산 작품으로 며칠만에 촬영을 끝내서 그리 오래 촬영한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영화도 짧았고 이야기가 이원화되었기 때문에 보리스 칼로프가 촬영한 것은 며칠에 불과했죠. 그리고 '고성의 망령'의 장면으로 때우는 것이 많았고. 보리스 칼로프는 영국을 대표하는 호러영화의 귀재 크리스토퍼 리를 능가할 만큼의 다작배우였습니다.
ps3 :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70년대 두 편의 걸작 '페이퍼 문'과 '라스트 픽쳐 쇼'는 모두 흑백영화라는 것이 특징이네요. 칼라 시대였는데 말이죠.
[출처] 타겟 (Targets, 68년) 피터 보그다노비치 데뷔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