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월 15일) 오후 7시 혜화동 jcc 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일본 高麗樂(고마가쿠)을 통한 한국고대음악의 발견과 창작
2022 김대성 작곡 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김대성 작곡가님과는 2019년 고구려 답사를 함께 했던 인연이 있었습니다.
김대성 작곡가님은 정말 다재다능한 음악가로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작곡한 분입니다.
김 작곡가님은 고구려 음악 재현을 위해 국내성을 가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로 인해 계획에 무산되어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고대 음악을 재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김대성 작곡가님은 일본에 남아있는 고마가쿠 악보를 입수하여
그 속에서 찾은 장단과 선율 등을 통해 한국고대음악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작곡 발표회였습니다.
첫 작품 한노가는 대금과 풀룻으로 연주되었습니다. 경악과 충격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들어왔던 국악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고대범패에서 비롯된 음악을 풀룻으로 연주하는 것이 너무도 놀랐습니다.
두 번째 작품 월하탄금은 고마카쿠의 신소조 가락을 바탕으로 작곡한 작품인데, 거문고 연주가 워낙 뛰어나기도 했지만,
이 음악이 삼국시대 음악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세 번째 작품 고구려 춤은 역시 거문고를 바탕으로 한 음악으로, 1171년 후지하라 시죠(藤原師長)가 편찬한 악곡집인 『인지요록(仁智要錄)에 나타난 선율을 바탕으로 작곡했다고 하는데, 매우 독특했습니다.
네 번째 작품 슬픈 전설은 가야금으로 연주되었는데, 거문고와 다른 매력적인 음색이 저의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다섯번째 작품 청과 비단안개는 플룻과 피아노로 연주되었는데,
1악장은 한국정통음악 청성곡의 선율에서 영감받아 연주되었다고 했고, 2악장은 김소월 시에서 영감받아 작곡된 곡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앞서 삼국시대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감성 탓인지, 음악을 들으면서 고대의 숲이 떠올려졌고,
해모수와 유화가 만나 격정을 나누고 추모왕이 탄생하여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상상이 떠올려졌습니다.작곡가의 의도와 별개로 청중의 마음 속에 삼국시대 모습이 저절로 떠올려지는 음악회였습니다.
2부 첫번째 작품인 생황과 첼로, 타악을 위한 미르, 두번째 작품인 피리와 가야금을 위한 구럼비는제주와 관련된 음악이라서 마음을 놓고 들은지라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고,3번째 작품 창조는 피아노로 연주된 음악인데, 피아노 연주자의 신들린 연주에 취해서 작곡가가 구성한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즌모리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연주회가 길어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듯합니다. 4번째는 백제풍류인데 백제금동대향로의 5악사 구성을 염두에 두고 대금, 피리, 거문과, 가야금, 생황, 그리고 타악과 지휘자가 등장하는 연주였습니다. 총 8곡이 계속해서 연주되었는데, 김대성 작곡가가 낙화암을 꿈에서 본 후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첫번째 음악이 백제의 원혼을 부른 음악으로, 고마가쿠의 숲노래(林歌)를 기반으로 작곡했다고 하고, 나머지 노래도 고마카쿠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백제 5악사가 어떤 음을 냈을까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있는데, 저의 상상이 일부는 맞은 듯 했습니다. 세번째 음악이 금동대향로 봉황의 모습을 그린 곳이라고 했지만, 첫번재 곡과 4번째부터 7번째 곡까지는 백제 멸망, 진혼과 관련된 곳이라서 그런지 좀 어두운 음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백제금동대향로가 백제 전성기에 만들어진 향로이고, 능산리 고분군 옆 릉사인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것으로 볼 때, 왕을 즐겁게 하기 위해, 또는 백제의 화려함을 과시하는 향로임을 고려해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금동대향로 5악사는 백제의 영광이나, 왕에 대한 칭송 등을 연주하는 음악을 연주한 것은 아닐까, 혹은 죽은 왕을 위해 편안해지는 음악을 연주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진혼곡을 백제 5악사가 연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음악에 대한 김대성 작곡가의 해설 등이 있었고, 예정보다 5분 정도 늦게 시작한 것도 있었지만,7시에 시작된 공연은 10시에 끝이 났습니다. 장시간 동안 국내 최고 연주자들이 최고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한 너무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1부에서는 삼국시대 음악을 듣는 느낌에 푹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조금 비평을 한다면, 곡의 뒷부분을 좀 잘라서 곡의 여운을 남기는 작업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작곡가가 너무 많은 것을 담으니까, 음악을 잘 모르는 저는 과식을 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제는 너무 귀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김대성 작곡가님이 유튜브에 공개한다고 하니, 나중에라도 한번 찾아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삼국시대 음악이 이럴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