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울의 변두리 판자촌인 행복동에 집집마다 철거계고장이 날아든다. 주민들이 동사무소로
달려가 항의해보지만 이미 결정난 일, 곧 철거가 시작된다. 영수의 난쟁이 아버지도 철거 대가로 임
대아파트 입주권을 받지만, 임대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 헐값에 입주권을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가까
운 달동네의 단칸방에 전세를 얻는다. 기력이 쇠한 아버지가 드러눕자 어머니도 날품팔이에 나서고
영수‧영호‧영희 삼남매도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취직한다. 공장 일이 버거운 영희는 입주권을
산 사내의 性노리개로 들어가 동거를 시작한다. 견디다 못한 영희는 입주권을 훔쳐 집으로 돌아오지
만, 그새 아버지가 청소하던 굴뚝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절망에 빠진다.
영수네 가족은 은강시로 이사를 간다. 썩은 바다에 인접해 있는 버려진 공업도시다. 삼남매는 각자
자동차공장‧전기회사‧방직공장에 취직이 되어 일을 나간다. 삼남매가 다니는 세 회사는 모두 은강그
룹 소속인데, 워낙 박봉이라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작업환경도 최악이고 철야작업을 밥먹듯 한
다. 다들 매일 잠 안 오는 약을 사 먹고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열악한 식사로 하루하루 연명한다. 삼남
매는 점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간다.
영수는 두드려 맞고 협박당하고 항의하다가 구류까지 살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계속 그 공장에
서 일한다. 그러는 동안 이 모든 게 수탈이요 사회적인 음모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없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먹여살리려 하지만, 권력자와 부유한 자들이 야합하여 가난한 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정당한 대가를 수탈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뜯어고치기 위해 영수는 사내서클을 조직하려 하
지만 회사가 고용한 폭력배들에게 무자비하게 두드려맞기만 한다. 마지막으로 영수는 은강그룹 회장
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사람을 잘못 봐서 회장의 동생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문구의 「관촌수필」이나 이청준의 「서편제」처럼 연작소설이
다. 주제가 연결되는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한 뒤 이를 묶어서 별도의 제목을 붙인 한 권의 장편
소설로 발표하는 형식이다. 「난쟁이…」는 1976년 발간되자마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껏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철거‧노동‧빈곤의 악순환 등을 정면으로 다루며 산업사회의 초입에 들
어선 우리나라의 제반 문제점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후 이러한 내용의 소설이 봇물을 이루었는
데, 나는 견해가 좀 다르다.
소설이 발표된 1976년 나는 면목동에 있는 봉제완구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종업원 100명 이내의 작
은 공장이었다. 혼자서 총무와 노무 업무를 맡아 보았는데, 시골에서 국졸이나 중졸 딸을 데리고 온
어머니나 아버지는 대부분 월급은 안 줘도 좋으니 재워주고 먹여주기만 해달라고 애원을 했다. 어떤
부모는 한사코 사양해도 그예 청자 담배 한 갑을 내 책상서랍에 넣고 가기도 했다. 서울의 판자촌뿐
만 아니라 온 나라가 그렇게 가난한 시절이었다.
「난쟁이…」에서 ‘썩은 바다가 인접해 있는 버려진 공업도시’는 울산을, 은강그룹은 현대그룹을 은
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울산도 작가가 묘사한 것처럼 ‘오염이 심각한 버려진 공업도시’는 아니
었고, 현대그룹 또한 작업환경이 그처럼 열악하지도 않았고 임금이 그처럼 박하지도 않았다. 이후 좌
파 성향의 평론가들은 「난쟁이…」에 나오는 난쟁이‧앉은뱅이‧꼽추‧가난뱅이 등을 ‘소외계층과 공장
근로자들이 물리적 폭력과 수탈에 저항하여 힘겹게 싸우는 투사들’로 해석했는데, 정작 작가 조세희
는 ‘산업사회에서는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모두가 왜소한 난쟁이에 불과하다는 의미’라며 이분법적
평가를 사양했다.
「난쟁이…」의 문학기행에 나선 박래부 기자는 난쟁이 가족이 살던 행복동을 찾아 구로구 가리봉
동‧동대문구 면목동‧종로구 무악동 일대의 판자촌을 돌아다녔다. 작가 조세희가 이들 지역을 먼저 답
사한 뒤 행복동의 정경을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니던 완구공장은 바로 면목동에 있었는데, 매
주 사흘은 밤샘작업을 하고 이틀은 자정 가까이까지 작업을 하면서도 종업원들은 희망을 가지고 일
했다. 그들은 외출할 때도 회사 유니폼인 하늘색 상의를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으며, 봄철 야유회 때
는 어느 틈에 연습했는지 짤막한 연극도 하고 노래자랑도 했다. 박봉은 자본주의 발달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겪은 불가피한 통과의례였다.
반 병 남은 술을 보고 비관론자는 술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실망하고 낙관론자는 술이 상굿도 반이나
남았다고 희희낙락한다. 우리는 다 함께 오천년 가난의 질곡을 헤쳐왔다. 1960년대에 우리는 다행히
도 위대한 영도자와 함께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서양 여러 나라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발전
을 단 30년 만에 이룩해냈다. 그 과정에서 자본주는 재벌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아직껏 하층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맹점 가운데 하나지만 현재로서는 부를 평준화할 제도가 마련되지 않
았다. 시대적‧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작가의식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색안경을 끼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안분지족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오늘날 현대자동차 종업원들의
평균연봉은 미국 독일 왜국 자동차공장 종업원들의 평균연봉을 상회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해마다
고질적인 파업을 이어가며 연봉 인상투쟁을 벌인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망국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그 시대에 함께 살았던 우리들도 그 가난과 궁핍의 삶을 알고 있기에 작금 민노총의 갑질을 망국의 행태로 우려하고 있는게 사실 입니다. 살만하니 온갖 분열과 갈등을 일삼는 조성은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 지지율을 얻기위한 치부가 아닐수 없습니다. 새마을 운동의 정신을 기리지 못하고 패쇄 시킨 원천의 국민적 통합은 다시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