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송주의 좋은 글 나누기 > 노루귀
한송주칼럼
不老다리 밟기
지난 주말 불로(不老)다리 밟기 행사에 갔었다. 불로다리는 광주 사직공원 근처 광주천에 걸린 다리로 정식 명칭은 부동교(不動橋)다.
부동교는 일제 때 붙인 이름으로 의미가 애매하고 딱딱해 이 동네 사람들은 옛 마을 이름대로 불로다리라고 흔히 부른다. 이 불로다리에서 이월 하드렛날을 잡아 다리밟기(踏橋)놀이가 벌어진 것이다.
광주 동구문화원이 마련한 이 마당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오랜만에 접해보는 우리 민속을 마음껏 즐겼다. 본시 다리밟기는 정월 대보름날 하는 풍습이지만 동구문화원은 여러 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하드렛날로 늦춰 잔치를 벌였다.
시기가 좀 틀렸기로 어쩌랴, 봄밤에 유서 깊은 다리 위에서 펼쳐진 다채롭고 재미있는 민속놀이는 판에 낀 사람이나 구경꾼들에게 다같이 흐뭇한 정감을 안기면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무엇보다도 불로교(不老橋)에 제 이름 값을 찾아주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
이현채 동구문화원장은 "옛 추억을 돌이키려는 노인들이나 오실 줄 알았는데 젊은이나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예상 밖으로 몰려 들어 정리하는 데 애를 먹었을 정도였다"며 "우리 것을 되살리려는 의식이 널리 번지고 있는 것을 확인해 매우 반가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리밟기는 잘 아는대로 다리를 밟음으로써 건각(健脚)을 갖게 된다는 유감주술(類感呪術)적 무격과 서방정토에 무사히 건너가기를 발원하는 불교적 기복이 담겨 있는 대중적인 민속이다. 이날 불로교를 밟으면서 광주 향민들은 늙지 않고 평안히 살자는 좋은 소망을 다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불로다리에는 세월이 애환이 유난히 많이 얼켜 있다. 부동교는 광주의 근대화를 지켜본 산 증인이라는 말을 광주 풍물박사 박선홍씨는 한 적이 있다. 그의 명저 광주1백년에 보면 광주 근대화를 풀어 가는 굽이 굽이에 이 부동교가 등장한다.
가령, 건천(巾川) 또는 조탄강(棗灘江)이라 불렀던 광주천을 가로지른 최초의 신식 다리인 부동교는 그를 경계로 큰 장 작은 장이 나뉘었는데 이 장터는 온갖 물산이 거래되는 근대화의 요람이었으며 3.1만세 운동이 일어난 본거지이기도 했다. 사직공원에서 양림동으로 돌아가는 모퉁이를 꽃바심이라 했다...는 등 다양하다.
역사의 다리밟기, 내년 이맘 때가 기다려진다.(2002.3.19.)
첫댓글 눈이 정말 많이 오네요
건강하게 연말연시 잘 보내세요^^
흰 눈 가득 쌓인 도담언덕에 고운 미소님 오셨군요. 보고 싶고 반가워요...
내가 띄우던 들꽃 새소식은 간 데 없고 근래 뚝 끊어진 듯 고요하죠?
변신하고 있었어요. 꽃공부 의약공부 시공부 뒤로 그림공부로 쫌...
전시 준비가 끝날 무렵에 보일게요. 한 2년?
살면서 늘 '미소' 잃지 말고 카페도 아조 잊지는 마세요.^^
온 가족 모두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진수 전시소식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새해에 댁에 좋은일만 가득하시길요^^
@미소 감사해요 미소... 아이들, 서방님, 부모님 모두 새해에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