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4집 LP - 오래된 친구... 2월 20일입고 예정 가격/49,000원
180g, Black Vinyl
Made in France
STKL1018
TRACKLIST
Side A
1. 오래된 친구
2. 그 여름의 마지막
3. 별에게 Instrumental
4. 사랑했던 이유만으로
5. 아카시아 아가씨
Side B
1. 둘이서
2. Are You Crying? Instrumental
3. 그대와 단둘이서
4. 그 여름의 마지막 Instrumental
[앨범 크레딧]
장기호: BASS GUITAR/KEYBOARDS/VOCALS
박성식: PIANO/KEYBOARDS/VOCALS
한경훈: GUITARS/KEYBOARDS/VOCALS
이건태: DRUMS/PERCUSSIONS/RHYTHM ARRANGEMENT
이정식: SAX
CHORUS: 고선애, 고미애, 유주희, 윤영노, 한성훈, 장필순
ALL SONGS ARRANGEMENT BY 빛과 소금
RECORDED & MIXED BY 송형헌
ASSISTED BY 박동일
RECORDING STUDIO 서울 스튜디오
ART WORK BY 이재락
PRODUCED BY 빛과 소금
EXECUTIVE PRODUCED BY 김영
VINYL MASTERING BY 오리진
깔끔하고 세련된 연주
매끈하고 안정된 사운드
빛과 소금의 네 번째 앨범 『오래된 친구…』
지난 2019년 12월 27일, 새해를 며칠 앞두고 음원 사이트의 신보 코너에 반가운 작품이 등장했다. 한 세대 전 우리나라 재즈 퓨전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그리고 빛과 소금의 장기호, 박성식이 함께 완성한 5곡짜리 미니 앨범 『Re:union』이었다. 제목의 의미 그대로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각자의 길을 걷다가 ‘재회’하여 그들만의 ‘동창회’를 펼쳤다. 앨범의 발매일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였던 전태관이 암 투병 끝에 56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지 정확하게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각별한 친구들은 김현식과 함께 오리지널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들이었으며, 1986년 발표된 걸작 『김현식 III』에 참여한 후 두 그룹으로 나뉘었고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33년 전 함께했던 선배와 동료는 먼저 떠났다. “만남보다 헤어짐을 더 많이 경험하는 나이”, 중년의 끄트머리에 선 남은 세 사람은 조곤조곤 담담하게 이 순간의 소회를 노래했다. 세 명이 각기 작곡한 신곡 외에 이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1988년 데뷔작에 수록되었던 「보고 싶은 친구」와 빛과 소금의 1994년작 네 번째 앨범에 담긴 「오래된 친구」를 새롭게 연주했다.
전반적으로 담담하고 관조적인 앨범의 색채와 달리 유일하게 그루브가 넘실대는 흥겨운 분위기를 지닌 「오래된 친구」에서 두 팀은 원곡의 도입부 가사를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또 빛과 소금”으로 살짝 바꾸어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쌓인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 곡 덕분에 오래 전 즐겨 들었던 빛과 소금의 앨범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 앨범을 대표하는 곡, 장기호가 쓴 자신과 박성식의 이야기 「오래된 친구」를 오랜만에 들으며 불과 몇 년 전인 것만 같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동창회’란 건 가슴 깊이 잠들어 있던, 서서히 쌓여 간 시간의 더께에 묻힌 추억을 끄집어내는 자리다. 음악은, 또 노래는 가끔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재회하게 해 준다. 「오래된 친구」가 그러했다. “미스터 박, 미스터 장 우리는 오래된 친구/ 성격은 달라도 마음은 아주 잘 통해”라는 가사와 통통 튀는 리듬, 장기호 특유의 가성과 변함없이 귀에 쏙 들어오는 선율은 어느새 나를 갓 복학해서 희망찬 새 학기를 맞이한 1994년 봄으로 데려다주고 있었다. 말랑말랑해진 마음은 그때 새로 만난 후배들, 좋아했던 아이,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수업과 MT 등이 영화 장면처럼 머릿속을 채웠다. 그래, 이 곡과 앨범, 그 무렵 참 많이도 들었다. 보코더를 통해 “빛과 소금, 장기호, 박성식”을 반복해 얘기하는 재미있는 목소리로 시작해 한상원의 파워풀하고 펑키한 기타, 김광민의 유려한 재즈풍 피아노가 어우러져 더없이 흥겨운 감흥을 전하는 「오래된 친구」는 이제 정말로 오랜 친구와 같은 노래가 되었다.
이 곡이 수록된 네 번째 앨범 『빛과 소금 4: 오래된 친구…』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빛과 소금의 작품이다.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 그룹은 나름의 부침을 겪어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베이시스트 장기호와 키보디스트 박성식, 그리고 기타리스트 한경훈의 3인조로 출발한 빛과 소금은 1990년 봄,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산실(産室)’과도 같았던 동아기획에서 데뷔 앨범 『빛과 소금 Vol. 1』을 발표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샴푸의 요정」의 큰 성공으로 이들은 가요계에서 아직은 낯설었던 퓨전 음악이 자리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1991년 늦은 여름 두 번째 앨범 『빛과 소금 2: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역시 동아기획에서 발매되었지만 데뷔작만큼의 상업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한경훈이 미국으로 떠나며 밴드는 2인조로 축소되었고 두 친구는 회사에서 독립하여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로 한다. 장기호가 추구했던 로맨티시즘을 기반으로 CCM 성향의 종교적 내용을 담은 서정적 사운드는 세 번째 앨범 『빛과 소금 3』(1992)를 특징짓는 색채가 되었다. 밴드로서는 가장 보람 있고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지만 결국 이들은 ‘복귀’를 선택했다.
빛과 소금은 다시 동아기획으로 돌아갔다. 밴드의 개인적 바람과 무관하게 빛과 소금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 그들의 복귀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있던 곳, 그들이 했던 음악, 그리고 그들이 받았던 찬사로 귀환했기 때문이다. 부담 없이 순수하게 원하는 걸 했던 전작 이후 친정과도 같은 동아기획으로 돌아온 이들은 이제 소속사 대표(김영 사장)가 바라는 것, 즉 대중을 겨냥한 음악, 대중이 바라는 음악을 만들자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해서 빛과 소금은 전에 없이 상업적 목적을 지닌 채 대중성을 고려해 기획한 작품을 완성했다. 사실 아티스트나 제작자의 의도와 계획 또는 강한 의지는 성공 여부와 무관하다. ‘대중성’이라는 건 어찌 보면 ‘진정성’이라는 말만큼이나 정의하기도, 명쾌하게 실체를 파악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결과를 분석할 때에나 쉽게 쓸 수 있는 개념 아니던가. 그렇지만 어찌 됐든 이 앨범은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 히트곡이 나왔으며 음악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이 앨범은 데뷔작 이후 처음으로 그들 음악의 본령인 ‘재즈 퓨전’이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기분 좋은 활기와 나긋한 서정성이 수려한 멜로디에 적절하게 어우러진, 군더더기나 부족함 하나 없이 깔끔한 사운드를 담아낸 앨범, 종교적 색채를 띤 곡이 없는 유일한 앨범이기도 하다.
전과 달리 매끈하게 안정된 사운드의 상당 부분은 이들과 함께한 프로 연주자들의 솜씨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을 보자. 여기엔 두 전작에서 연주했던 검은 나비와 송골매를 거친 드러머 이건태를 비롯하여 싱어송라이터 박광현과 함께 퓨전 그룹 데이지에서 활동 중이던 드러머 임민수, 검은 나비, 신중현과 뮤직 파워, 남사당 등 여러 밴드에서 연주했던 드러머 배수연, 그룹 11월의 기타리스트 조준형, 그리고 그들이 존경한 선배들,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정원영, 기타리스트 한상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일급 세션맨들의 탁월한 실력은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지만 보다 중요한 건 역시 조화와 균형이다. 어긋남 없이 각 곡들을 굳건히 받쳐 주는 이들의 꽉 찬 연주는 4집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 전에 프로듀서와 편곡자로서, 탁월한 작곡가로서 정점에 이른 빛과 소금의 역량이 자리한다. 이 앨범에는 특별히 취약하거나 아쉬움이 남는 곡이 없으며 9곡(마지막 곡은 「그 여름의 마지막」의 연주 트랙이다) 모두가 고른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여기엔 리드미컬하고 펑키한 재즈 퓨전에서 감성적인 발라드까지, 풍요로운 사운드와 뚜렷한 선율을 바탕으로 한 빛과 소금의 매혹적인 정서가 한가득 담겨 있다.
장기호가 5곡, 박성식이 4곡을 썼고 가창곡 7곡 중 장기호가 6곡의 노래를 불렀다. 박성식이 노래한 유일한 곡 「그 여름의 마지막」과 그가 쓴 비슷한 분위기의 연주곡 「별에게」는 영롱한 펜더 로즈 일렉트릭 피아노 선율, 상큼한 보사노바 리듬과 더불어 2집의 「꿈」처럼 세련된 시티 팝의 감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80년대 후반을 살았던 이라면 「아카시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가씨 그윽한 그 향기는 뭔가요”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TV 광고로 친숙한 해태 아카시아껌 CM송(김도향의 곡)을 떠올릴 것이다. 당시는 장기호가 송병준과 함께 드라마와 광고 음악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외주 작업을 하던 때다. 아카시아껌의 광고 음악을 의뢰받은 장기호가 몇 개의 시안을 완성했지만 결국 광고주는 김도향에게 작업을 맡겼다. 이때 썼던 짧은 곡을 그냥 묻어 두고 싶지 않았던 장기호는 상큼한 「아카시아 아가씨」로 완성해 앨범에 담았다. 김현식의 세 번째 앨범 『김현식 III』에 수록되었던 장기호의 곡 「그대와 단둘이서」에는 다소 텁텁한 김현식 버전에 비해 더 빠른 템포로 깔끔하게 전개되며 펑키한 리듬이 실렸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모차르트의 유명한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1악장 알레그로 G장조」는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곡 자체에 꽤나 잘 녹아들어 장기호의 힘찬 구호와 함께 뜻밖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멋진 발라드가 전하는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내게 돌아와 줘, 나를 미워하지 마”라는 후렴구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후크로 기억되는 박성식 작사・작곡의 팝 발라드 「사랑했던 이유만으로」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장기호 특유의 코드 진행과 가성이 돋보이는 「둘이서」, 박성식의 아련한 멜로디언과 서울 나그네, 사랑과 평화 출신의 이철호가 연주하는 소박한 퍼커션 사운드가 마음을 포근히 감싸 주는 「나의 고백」 같은 곡들이 그러하다. 박성식의 「Are You Crying?」은 그가 연주하는 부드러운 플뤼겔호른으로 시작되어 피아노와 멜로디언, 한상원의 산뜻한 기타, 다시 피아노와 멜로디언, 플뤼겔호른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의 스무드 재즈 연주곡이다. 빛과 소금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악, 여전히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뛰어난 앨범이다.
글/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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