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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낡은 쥔장의 핸드폰이 본의 아니게 물속으로 잠수를 하였다.
오래 전 부터 비실거리는 기기를 생각하면 진작에 최신 기종으로 핸드폰을 바꿔야 했으나
무설재 뜨락에 2G 핸드폰이 아니고서는 응답을 하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옛날 기종을 유지해야 하기도 했고
쓸데 없는 고집은 전국민이 010 으로 번호가 바뀔 때 까지 그냥 사용한다가 원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세월의 뒤안길로 비틀거리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닌지 우리가 소유한 많은 물건들이 쇠락의 길을 걷는 듯
가전제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뜨락을 정갈하게 가꿔주는 당쇠의 요정인 풀베는 기계까지 기력을 쇠했다.
흔들거리는 치아를 치료하는 당쇠를 보면서 나이와 세월이라는 것의 무게감과 평행선을 가늠하고 기계의 몰락에는 비장함까지.
어쨋든 핸드폰으로 인해 일요일 내내 마음을 졸이며 기억되지 않는 전번들을 어찌해야 할꼬 고민하다 될대로 되겠지, 뭔 수가 나겠지로 포기하고
약속된 지인이 엄청시리 짜증내고 화를 내겠다 싶었어도 떠오르지 않는 전번만 야속할 뿐.
완전히 몰염치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일요일의 고단함, 지독하게 퍼부어대는 비님 덕분에 무설재 앞 다리가 넘쳐 버렸다.
어차피 통행이 어려웠을 일요일의 풍경은 그렇게 심적인 고통을 수반하고 끝이 났다.
그리고 월요일엔 사전 약속이 된 지인과 함께 일찌감치 서울로 입성...간만에 하루종일 핸드폰과 상관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것도 월요일이어서 휴가중인 서촌의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만족한다 수준으로 서울을 활보하고 나니 간만에 충전 완료.
지인은 처음인 곳, 쥔장에게는 지난 과거의 기억을 찾아서였지만 역시 과거는 과거일 뿐 온전하게 남겨진 옛날이란 웬만해서는 찾기 어려웠다.
자주 가던 남대문의 옷집이 그러했고 광화문통의 스탠드 바 "숲 속의 빈 터"와 조촐한 술집 "가을", 열매라는 뜻의 고어를 간판으로 내건 카페 '여름".
자주 들락거렸던 전 대성학원 옆 분식집과 세종문화회관 지하의 레스토랑 스칼라, 종로 1가에서 2,3가로 이어지는 정취어린 피맛골의 음식점과
서민들의 조촐한 술집거리는 완전히 21세기형 도시로 탈바꿈 중이고 늘 챙겨먹던 메밀국수집 "미"진은 초라한 장소로 잠시 이동중이엇으며
지친 복날을 장악하던 삼계탕집의 소란함도 먼 기억.
일단 남대문을 거쳐 서촌으로 향하여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그러나 아직은 소시민적 삶이 여전이 강세인 서촌을 두루두루 섭렵하였지만
아쉽게도 쉬는 날로 정해진 규칙 덕분에 이래저래 한가한 월요일.,..박노수 구립미술관은 커녕 골목만 실컷 구경하다 온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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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생강의 절묘한 조화가 어떨지 맛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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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낡았어도 현재 진행형의 음악회나 개인적인 장기 자랑을 수시로 개최중인 대오서점.
자신의 끼와 능력을 드러내고 알리고픈 발길들이 줄을 잇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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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먹어보리라 마음 먹고 찾아갔더니만 역시 휴점, 그러나 정독 도서관 가는 길목에 만난 "빙고"에서 설빙, 눈꽃 빙수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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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피아노에 입문하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은파 피아노 학원의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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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엔 여전히 됫박 쌀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 곁의 고급스런 옷집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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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도 서촌의 명소를 자신의 창을 통해 소상하게 알려준 쥔장의 마음 씀씀이가 예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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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혀버린 구립 미술관, 박노수 화백의 자택. 월요일 휴관을 인지하지 못한 발걸음들은 기념사진만 찰칵칼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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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촌 상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한, 아주 오래 된 중국집 역시 휴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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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있는 옷과 모자를 찾는다면 반드시 들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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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아픔은 여전히 건재하고 안전의 날 특별법은 아직도 요원하고 안전불감증은 사라지지 아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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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과 한 마음 되기도 어려운 요즘의 나랏님들은 반성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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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을 거쳐 광화문통을 걸어 교보문고에서 만난 출판사" 이답"의 책 "죽을 각오의 리더" 가 신간 도서 코너마다
곳곳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감격을 맛보고 신생 출판사에 넘치도록 과한 배려-이미 선배로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가
고맙기도 하고 아들의 마켓팅이 진가를 발휘하는 듯 해서 그 하루의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종로를 거쳐 인사동을 헤집고 풍문여고 앞을 거쳐 정독도서관 가는 길을 돌아 북촌까지 걷고 또 걷는 두 여자들의 발길에
지친 기색이란 절대 없었다는 말씀인데 더러 더러 만나는 맛집이 걷기 진면목에 활력소로 다가왔음은 말할 것도 없고
사라졌거나 바뀌었거나 건재하였거나 하룻 동안 24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게 만족스럽게 보내진 하루의 마감은
안성에서 새로 생겼다는 인도 카레 맛보기로 "델리마마"에서 마무리, 문을 닫고 돌아서려는 쥔장을 설득해
마지막 손님으로서의 최고 예우를 받고 마음에 쏙드는 정갈한 맛을 탐닉하는 것으로 끝내졌다는 것.
일종의 완벽한 하루였다고 할 수 있겠다....비록 핸드폰으로 쥔장 찾는 사람들은 받지 못하는 전화에 울화통이 터졌겠지만 말이다.
암튼
퍼텍트하게 마감되었던 뒷자락에 탁월했던 맛집의 선택은 다음편에서 맛집 기행으로 확실하게 안내해 드리겠다.
첫댓글 두주 전 휴가때 나도 서촌 나들이하며 모자 두게 챙겨 걷었어들었다고
무엇보다 모양도 맘에 들지만 가격이 착하더라는... ㅎㅎㅎ
게다가 우린 화요일에 가서 박노수 회백의 시원한 그림에 눈을 씻고 윤동주 문확관에서 마음을 씻고
겸제 정선의 살아있는 그림앞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고 왔네라~! ㅎㅎㅎ
에고, 어차피 우린 월요일 밖에 시간이 없었던지라 감안은 했지만 다들 휴점이라 눈으로만 훑엇어도 한가하고 좋았답니다.
그 모자 가게 역시 동행인은 하나 건졌다는.
좌우지간 시간을 내고 발품을 팔다보면 눈의 호사는 당연히 따라오는 법.
아주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역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