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끼어 서늘하다 햇살이 퍼지면 온기가 번져 따뜻하다. 같은 하루라도 아침과 한낮과 저녁은 다르다. 똑같은 것이 아니며 똑같아야 공평한 것은 아니다. 여건에 맞게 차이 나는 것이 정상이다. 기본이 같은 것이지 무조건 모든 것이 똑같아야 공평이라고 부르짖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근엄한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번지면 반가움이 번지듯 부드러워 보인다. 윗사람이 되면 아랫사람보다는 행동에 제한을 받으며 반듯한 자세로 품위유지에 긴장하게 된다. 환한 대낮에 불을 켜면 그다지 더 밝아 보이지 않지만 어둑해지는 초저녁의 불빛은 정신이 번쩍 들드록 환하다. 근심 털어낸 마음처럼 후련하다. 바다를 즐겨 찾는 바다의 사나이는 잠깐이라도 바다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다. 바다가 보이고 출렁이는 파도가 있어야 오히려 안정된 마음에 동요하지 않는다. 매한가지로 산이 좋아 산을 즐겨 찾는 산 사나이는 산에서 벗어나면 역시 불안하다. 산문에 들어서야 힘이 솟고 안정을 찾는다. 어항 속에 관상어는 지저분한 물을 갈아주려 잠시 어항에서 옮겨놓으려면 할딱거리며 불안하다. 어항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고요하니 안심이 된다. 학기 중에 전학하게 되면 기존의 학생끼리는 관계없어도 새로 전학 온 학생은 며칠이고 초조하면서 불안하다. 모든 것이 낯설다. 기왕에 있던 곳에서 벗어나면 서툴러진다. 아무래도 내 집이 좋다. 여행이 신바람 나도 잠자리에 들려면 서먹하면서 익숙지 않아 불안하고 집이 그리워진다. 집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놓인다. 비록 내 집이 초라해도 좋고 아늑해서 좋다. 그것은 텃밭이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에 가까이서 생활하며 놀던 곳이 좋다. 주위 환경까지 꿰고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를 해도 가능하면 가까운 인근에서 찾아보려 한다. 옷과 신발도 새 옷이나 새 신발보다는 헌 옷이나 신던 신발이 적응하기에 좋고 편안하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정이 듬뿍 들고 마음이 놓이며 텃밭이 되어 힘이 퐁퐁 솟는다. 그래서 텃밭은 편안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