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안락하고 편안한 세단을 추구하던 소비자들이 좀 더 실용적인 RV 차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판매량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판매된 신차 2대 중 1대는 RV 차량이라는 통계치가 발표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현회(KAMA)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국내 승용차 시장의 차급별 수요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RV 판매 비중은 2015년 41.4%에서 2020년 52.3%로 10.9%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반해 세단의 비중은 2015년 58.6%에서 2020년 47.7%로 하락하며 RV의 시장 장악력을 드러내고 있다.
쌍용자동차 티볼리 에어
SUV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SUV 인기의 착화제 역할은 소형 SUV가 맡았다. 인생 첫 차로 소형 혹은 준중형 세단을 선택하던 첫 차 구매자들이 소형 SUV로 눈길을 돌렸다. 2015년 쌍용자동차 티볼리 출시 이후 발발한 각 브랜드들의 소형 SUV 경쟁은 SUV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소형 SUV는 총 9대다. 지난해까지 판매되다가 현재는 단산된 기아 스토닉과 쏘울까지 합치면 총 11대의 모델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소형 SUV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기아 셀토스
다양한 1천만원 중반부터 3천만원 중반까지 넓게 펼쳐진 가격 스펙트럼과 각 브랜드의 개성을 녹여 낸 외관 디자인 등은 수 많은 취향을 가진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기존의 첫 차 구매자들의 구매 목록에 올랐던 소형 세단과 준중형 세단은 몸집을 줄였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소형 세단은 전멸했다. 현대 아반떼와 기아 K3만이 준중형 세단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쉐보레,트래버스
소형SUV가 불 붙인 SUV 시장의 화룡정점은 대형SUV가 찍었다. 2018년 현대가 팰리세이드를 내놓자마자 출고 대기 기간인 6개월까지 늘어나면 중고차 시장에 나온 모델을 신차와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팰리세이드의 성공을 눈 여겨 본 국산 및 수입 브랜드들은 너도나도 대형 SUV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쉐보레 트래버스가 새롭게 출시됐으며, 기아는 모하비를 쌍용은 G4렉스턴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 역시 세대 변경을 거쳐 새롭게 등장했다.
기아 카니발
지난해 RV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마지막 이유는 기아의 카니발 출시다. 국산 브랜드 유일의 미니밴인 카니발은 지난해 내외관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하고 최신 편의안전장비를 듬뿍 담아 세대 변경을 거쳤다. 4세대 카니발은 소비자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한국 시장에서 SUV의 인기가 높아지자 수입 브랜드들도 너나 할 것없이 SUV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형SUV부터 덩치 큰 풀사이즈 SUV까지 세그먼트를 가리지 않고 선택지가 늘고 있다.
SUV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디젤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 출시되는 모델들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조합하며 친환경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주류 시장으로 편입 중인 순수전기차들도 SUV 옷을 입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넓고 실용적인 모델을 선호하고, 레저 활동 인구가 증가하는 한 SUV의 인기는 쉽사리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SUV를 포함한 RV 모델들의 선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