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혼란 부추기는 간호단독법 무엇이 문제인가
간호단독법과 관련해서 의료계가 매우 시끄럽다. 간호단독법은 2년 전인 2021년 3월 26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등 49인이 발의한 간호법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등 33인이 발의한 간호법을 지칭하는 법안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 관련 규정을 떼어내 단독으로 제정하는 법안이어서 ‘간호단독법’이라 불린다.
이 간호단독법이 발의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다른 보건의료단체들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장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2022년 5월 간호단독법에 반대하며 삭발까지 감행하며 강력한 반대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단독법이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법”이라며 반대했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85만 간호조무사를 죽이고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법안”이라며 반대했다.
발의 후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장기 계류 중이었던 간호단독법은 지난 2023년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간호단독법 등 7건의 법률안의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기로 의결함으로써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국회 본회의로의 직행이 결정되었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는 이 결정이 ‘더불어민주당의 만행’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사실상 간호단독법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2022년 11월 열린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는 무려 24명의 야당 의원들이 출동하여 간호단독법의 통과를 약속했으며, 김성환 정책위의 장은 SNS를 통해 “가급적 여야 합의를 통한 협의 조정을 원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간호법을 합의처리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직행하게 된 간호법의 본회의 통과는 초읽기에 들어갔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3년 4월 3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사협회를 잇따라 만나면서 합의를 위한 문구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보도되었다.
시끄러운 간호단독법, 무엇이 문제이고 일반 국민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간호단독법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간호사의 업무 범위이다.
간호단독법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정이 바뀌었다. 기조 의료법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보조업무’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뀐 것이다. “의사 지도 하에서”가 “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로 바뀐 것은 그동안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던 것에서 벗어나, 마치 처방을 받아 약을 조제하는 약사들처럼 의사의 처방을 받아 간호사가 단독으로 간호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즉 독립개원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진료보조업무”가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된 것은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를 보조하는 제한적인 업무 영역을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모호하고도 방대하고 제한 없는 단어로 업무영역을 규정함으로써 타 보건의료직종과의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 독소조항으로 언급되고 있다.
둘째, 간호사 업무에 대한 배타적 규정이다.
간호단독법은 ‘간호사가 아니면 누구든지 간호업무를 할 수 없으며, 간호사도 면허된 것 외의 간호업무를 할 수 없다’라고 간호사의 업무를 규정해 놓았다.
이것은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기존의 의료법 규정을 차용한 것이다. 이 조항은 의료법 안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으나 이 조항을 간호법으로 가져오면 문제가 발생한다. 간호단독법의 문제는 간호업무에 대해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해 놓았다는 점에 있다.
즉 간호사가 아니면 위의 포괄적인 간호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간호란 환자나 노약자를 보살펴 주는 것을 의미하고 진료행위보다 의미가 넓기 때문에 간호단독법이 통과될 경우 향후 환자나 노약자의 가족이나 친지, 전문간병인, 간호조무사 등의 간호행위가 무면허 간호행위에 해당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뿐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이 부분의 문제점을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무면허 간호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행위를 의사가 시행하는 ‘의사행위’와 간호사가 시행하는 ‘간호행위’로 나눠야 합니다. 그래야만 간호사가 아닌 자가 ‘간호사 의료행위’를 할 때 처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와서 수술이나 처치를 해야 되는데, 만일 수액 주사를 놓는 행위를 간호사가 하는 간호행위로 분류해 처벌하게 되면, 지금은 의사가 수액 주사를 놓아도 되지만 간호법이 통과되고 나면 아무리 응급 상황이라도 간호사가 없으면 의사라 할지라도 수액 주사를 놔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간호단독법이 진료 현장의 큰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이다.
셋째, 공중에 뜨게 되는 지역사회 간호이다.
현행 의료법이나 발의된 간호법 모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한다고 되어 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업무지시를 받아야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가 의사의 직접 업무지시를 받아 간호업무를 사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장기요양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없이 촉탁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업무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간호단독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없이 촉탁의의 지도하에 장기요양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간호업무를 하는 것이 불법행위로 간주되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는 간호단독법이 통과될 경우 직역간의 영역 다툼으로 인해 진료 현장의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의 의사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간호단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사회원들의 강력한 반대 정서를 의식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겉으로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민주당 성향으로 알려진 그가 결국은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법안을 수정안에 동의하는 정도로 합의해주고 회원들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5명이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참석하여 “간호단독법 통과”를 부르짖었을 때, 그들의 머리 속에는 국민건강이 들어 있었을까 아니면 표계산이 들어 있었을까. 국민건강과 직결된 법안까지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출처 : 미래한국 Weekly(http://www.futurekorea.co.kr)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