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는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유실수이며,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와 더불어 실생활에 필요한 나무와 열매이다. 올리브와 포도, 무화과는 이스라엘 민족들의 3대 유실수이다. 성경에서도 무화과나무에 대한 언급이 많으며, 상징적인 의미로도 적지 않게 사용된다. 무화과 나무와 돌무화과 나무는 다른 품종이다. [돌무화과 나무는 <성경의 식물 돌무화과나무>에서 확인 바람]
무화과는 히브리어로 ‘테에나( )’이다. 헬라어는 무화과나무는 ‘수케(Συκη), 무화과는 ’수콘(συκον)이다. 장미목 뽕나무과의 낙엽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Ficus carica’이다. 테에나는 구약에서 38번 등장한다. 무화과나무는 특이하게 1년에 두 번 열매를 맺는다. 첫 번째 열매는 4월에 열리고, 6월에 다시 한 번 열린다. 정식적인 수확은 8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다. 4월에 열리는 첫 열매는 파게라 부른다. 파게는 상품 가치가 낮다. 파게를 따내야 다음에 열리는 무화과가 맛있고, 통실하게 된다. 파게는 주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고 버리거나, 가난한 사람들이 먹도록 내버려 둔다. 파게를 주인의 허락없이 먹는 것은 죄가 아니었다.
늦여름부터 수확하는 열매를 테헤나로 부른다. 3-5m까지 자란다. 성경은 종종 무화과 나무의 추수철인 여름을 종말로 은유된다.(마 24:32, 막 13:28, 눅 21:29) 어린 나무일 때부터 손질을 잘 해야 후에 열매를 잘 맺힌다. 내버려두면 먹지 못할 만큼 상태가 나빠진다. 소아시아로 알려진 터키 주변이 주산지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도 매우 잘 자라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의 땅’(민 13:23)으로 불렸다.
무화과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언급된 곳은 창세기 3장으로 아담과 하와가 타락하여 서로 부끄러워하여 무화과 잎으로 치마를 했다는 표현이다. 잎이 무성하기 때문에 많은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무화과나무 아래란 관용적 표현은 번영과 평화를 의미한다. 그늘 때문에 길가나 밭의 한 구석에 심어 쉼터로 활용하기도 했다. 올리브나 포도가 고가이고 귀한 것이라면 무화과는 가치가 낮고 누구나 쉽게 재배하고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포도울타리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길거리에 심겨진 무과화는 주인이 따로 없어 아무나 먹을 수 있었다. 복음서에 예수님이 무화과를 얻기 위해 갔을 때 잎만 무성한 것을 보고 저주하신 장면은 이러한 환경이 있는 것이다. 잎이 무성한 무화과는 때가 4월이었음을 말한다.
Fig의 스페인어 뜻은 무화과나무 열매란 뜻과 '하찮은 것, 중요하지 않은 것이란 뜻이 있다.
[묵상] 이스라엘을 파게처럼 보시는 하나님
상품 가치가 낮았던 파게, 4월에 열리는 첫 열매이다. 파게를 따지 않으면 6월에 열리는 본 열매인 테헤나는 알이 굵지 않고 맛도 떨어진다. 무화과나무의 주인들은 4월에 열리는 첫 열매인 파게를 따서 버려야 했다. 그러나 일꾼을 사서 일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파게는 아무나 먹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파게는 겨울을 지나 얻는 첫 여름실과 같았다. 아직 보리나 밀도 추수하지 못할 때이고, 먹을 것이 변변치 않을 기간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보릿고개처럼 보리가 나오기 전 먹을 것이 바닥난 시간인 것이다. 그때 열리는 파게는 그런대로 맛도 있는데다, 생존을 위한 최고의 열매였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무화과나무를 보며 빨리 파게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옛적에 내가 이스라엘을 만나기를 광야에서 포도를 만남 같이 하였으며 너희 조상들을 보기를 무화과나무에서 처음 맺힌 첫 열매를 봄 같이 하였거늘 그들이 바알브올에 가서 부끄러운 우상에게 몸을 드림으로 저희가 사랑하는 우상 같이 가증하여졌도다(호9:10)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파게처럼 바라보셨다. 깊은 갈증과 배고픔 속에서 겨우겨우 연명하는 고통 순간에 파게는 달콤함과 배부름을 동시에 선물했다. 하나님의 배고픔은 무엇일까? 이기적 욕망과 탐욕, 모든 것을 수단화시켜 오직 자신만을 절대화 시킨 인간의 악에 진저리치시는 하나님, 찾고 찾아도 공의는 보이지 않고, 정의는 들리지 않는다. 들려오는 건 고통당하는 이들의 신음소리, 가난한 자들에게 빼앗은 것들로 축제하는 부자들의 잔치소리다.
하나님은 보셨다. 광야의 살기가 느껴지는 역사의 질주 속에서 외롭게 믿음으로 살아가는 영혼,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의 사람들을 보았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그리고 모세와 여호수아. 그들은 가난한 자들이 그토록 기다려 얻은 파게와 같았다. 믿음의 족장들은 파게였다. 하나님의 갈증과 배고픔을 채워주는 귀한 열매였다. 테헤나처럼 굵고 많이 달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단맛도 있고 배고픔도 해소해 주었다. 그리고 그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그렇게 보았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제 이스라엘은 여름열매처럼 통실하고 맛이 들었으나 아무도 따지 않아 땅에 떨어져 썩어질 판이다. 상하고 부패하여 악취가 난다.
하나님의 갈증은 더 깊어진다. 기대하고 소망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진다. 주님은 파게를 기대하고 무화과나무를 찾았다. 그러나 잎은 무성하나 파게는 보이지 않았다. 열매 없는 나무, 그는 저주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