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프로축구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각종 사건에 심판·선수·지도자는 징계…고위층은 자리만 보전
프로축구 인기의 거품은 곧 걷힐 것이라는 예견을 하긴 했다. 그러나 그 인기가 2개월도 되지않아 스러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축구 르네상스’라고 불렸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에도 거품이 있었지만 이정도로 급격히 후퇴하지는 않았다.
올해 J리그에서 포항으로 복귀한 홍명보는 지난 7월 월드컵 이후 “한국 프로축구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98년의 재판이 될 것”이라 예측했고 안타깝게도 정확히 맞아들어가고 있다.
똑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사고와 처벌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근절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변화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축구의 최고 수장인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프로연맹 회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변화를 위한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면 남에게 엄할 수 없다. 월드컵 이후 프로축구장에서 각종 사건이 터지면서 물의를 일으킨 심판과 선수, 지도자들은 각종 징계를 받았지만 정작 경기를 주관하는 연맹의 고위관계자들은 호통만 치며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최근의 징계를 보면 선수들간의 폭력사태로 유혈이 낭자한데도 2경기 출잘정지에 벌금 100만원이 고작이다. 형사처벌도 가능한 이런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유사한 사태를 계속 불렀고 심지어는 골을 내준 골키퍼가 상대 선수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정상적인 경기를 기대할 수 있으며 팬들이 축구장을 찾고 싶겠는가.
지난 1998년에는 수원의 데니스가 넘어져 있는 부산 김주성의 목에 슬그머니 발을 댔다가 6개월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엄한 처벌이 능사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심판들도 최근 선수와 지도자들이 너무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11일 심판 출신인 모 구단의 스카우트가 경기 후 걸어나오던 심판을 발로 찬 적이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심판에 대한 폭력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응은 ‘쉬 쉬’였다.
연맹 상벌위원회에서도 이문제를 다루긴 했지만 벌금 300만원에 마무리를 지었다. 심판들이 이 같은 일에 애써 눈과 입을 다물면서 스스로의 권위가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는 박항서 감독이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발표문’을 낭독하는 바람에 기술위원회와 상임위원회가 열려 징계를 받았지만 정작 원인을 제공했던 협회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이 될 당시와 한국에 월드컵을 유치하고 행사를 치를 때 모든 정열을 축구에 쏟았다. 그런데 이제는 협회나 연맹에서나 그런 정성과 노력을 가진 관계자를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도 1993년 J리그가 출범하기 전 실업리그만 존재할 때 지금 한국과 같은 일이 매번 벌어졌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정열로 뭉친 가와부치 J리그 회장이 리그를 출범시키면서 이 같은 일은 사라졌다.
리그를 지키기위해서는 돈을 벌어야하고 돈을 벌기위해서는 관중을 오도록 해야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했다. 그래서 선수, 지도자, 심판 등이 일으키는 물의는 엄한 징계의 대상이었고 좀처럼 그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는 고위층의 컨트롤 타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중이나 수익보다는 순위에 우선하는 실업축구와 다름없는 한국의 프로축구풍토가 이 같은 일을 끊임없이 일으킨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