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개천을 많이 파라
부모님이 시골에 사시기 때문에 나는 시골에 자주 내려가는 편이다. 그런데 부모님이 사시는 시골집 주변에 아주 아름다운 개천이 흐르고 있다. 그 개천은 몹시도 꾸불꾸불했다. 똑바로 흐르면 땅도 적게 차지하고 물도 빨리 흘러서 좋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꼬불꼬불한지 몰랐다. 그래서 한번은 이 개천을 똑바로 만들어보리라 생각하고 작업을 했다. 땀을 흘리고 힘들었지만 애쓴 만큼 가지런하고 보기에 좋은 개천이 되었다.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얼마 후 다시 시골에 내려가서 개천에 나가본 나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지난번 장마에, 애써 고쳐 놓았던 반듯한 개천은 어디로 가고 예전의 그 꼬불꼬불한 개천이 나를 비웃듯이 흐르고 있었다. 허무한 생각에 멍청하니 개천을 바라보던 내게 ‘그렇구나’하는 지혜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이 개울을 자기들 마음대로 인위적으로 반듯하게 둑을 쌓아놓게 되면 평소에는 그대로 물이 흘러가지만 장마가 지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만다.
바로 여기에 중요한 진리가 있는 것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제도라고 하는 둑을 막아놓고, 법이라고 하는 둑을 막아놓고 이렇게 하면 안된다, 저렇게 하면 안된다 하고 아무리 몸부림쳐 봐도 자연의 뜻과, 하나님의 뜻과 다를 때는 성공하지 못한다. 정치라고 하는 그 자체가 바로 물을 다스리듯이, 물이 흐르듯이 모든 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인간이 아무리 인위적으로 발버둥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물이 고여 있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이다. 개천에 버려진 쓰레기나 모든 더러운 것을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적으로 아주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준다. 우리의 심령 속의 온갖 추하고 냄새나는 더러운 쓰레기들을 치우자. 기도의 물꼬를 터주어 하나님의 은혜의 소나기가 쏟아져 우리의 심령에 생명의 강물이 충만히 흐르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