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7회 시상식… 30, 40대 젊은 연극인들 잔치
“2010 동아연극상 추천작을 돌이켜 볼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한국 연극의 세대교체입니다.”
2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47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김윤철 심사위원장이 밝힌 소감이다. 배우 장영남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30, 40대 젊은 연극인들의 잔치였다.
‘칼로 막베스’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는 “이렇게 융숭한 상을 받다 보니 조금 지쳤던 배우와 단원들이 충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로 작품상을 공동수상한 극단 놀땅의 최진아 대표는 “어떻게 하면 잘 만들까보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그걸 관객과 어떻게 잘 소통할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놀땅과 공동수상한 남산예술센터를 대표한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은 “공공극장으로서 동아연극상 첫 수상이라 더욱 영광”이라며 “내년엔 꼭 대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연기상은 그동안 상복이 없었던 두 중견 여배우에게 돌아갔다. 길해연 씨(‘사랑이 온다’)는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번 수상이 큰 힘이 되어줬다”고 했다. 서주희 씨(‘대학살의 신’)는 “인생에서 돈이 없으면 삶의 10%를 잃고. 건강을 잃으면 50%를 잃고, 꿈을 잃으면 삶 전체를 잃는 것이라는데, 어차피 연극을 하는데 10% 잃은 셈 치고 꿈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한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의 이경성 대표(‘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도 먹고사는 게 있는데 너희들이 굶어죽기라도 하겠느냐”는 은사의 말을 소개하며 “그 말을 믿고 앞으로 10년 더 공연예술에만 정진하겠다”며 울먹였다.
무대미술·기술상을 받은 여신동 씨(‘소설가 구보씨의 1일’)는 “수상 소식을 듣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역대 최연소(26세)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배보람 씨(‘경성스타’)는 “언젠가 꼭 받고 싶었던 상인데 이렇게 일찍 받을 줄 몰랐다”며 말하다 눈물을 보였다. 함께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박완규 씨(‘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제발 뭐든 해라’면서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류주연 씨(‘기묘여행’)는 “저같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수상 기회가 오는 것은 연극이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예술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협찬사인 olleh 서민우 상무, 원로배우 오현경 씨,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최치림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철리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이한승 실험극단 대표,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24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47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완규 이경성 이동현(특별상 수상한 고 이원경 씨의 둘째 딸) 배보람 최진아 안호상 서주희 길해연 고선웅 류주현 여신동 씨. 신원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