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마세요 ! ‘배우자 안부' 한번 실패후 더 겁먹어 “재혼기피” 67%
괴로운 편견… 양육비 안줘도 속수무책
[조선일보 허인정, 박민선, 김미리 기자]
처음 만난 사람에게 “결혼했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20세기 사람이다. 답변을 머뭇거리는 상대에게 “애가 몇이냐”고 용감하게 묻는 당신이라면? 2005년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이 ‘묻지 말아야 할’ 몇 가지. 나이, 결혼여부, 그리고 배우자의 안부다. 통계청이 추산하는 이혼 가구주는 80만명에 달한다. 이혼 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돌아온 싱글’까지 합하면 100만명에 가까운 숫자가 결혼제도 밖으로 다시 뛰쳐나온 셈이다. ‘숫자의 힘’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돌아온 싱글’을 집중 분석했다.
남자는 이혼하면 부모와 함께 살고, 여자는 아이와 함께 산다. 조선일보와 리서치플러스가 30~40대 ‘돌아온 싱글’을 조사한 결과, 여성 이혼자의 92.3%가 자녀와 함께 산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는 66.7%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답했다. 남성이 아이를 키우는 경우,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싱글 대디(single daddy)’인 이만수(가명·41·변호사)씨는 “딸(10)은 함께 사는 부모님이 키워주시고, 학교 학부모회에는 헤어진 아내가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 혼자 살면서 아이 키우는 게 가능한가요? 집안 일이며 아이 숙제 도와주는 일은 모두 아내가 했는데 이혼하고 나니 감당이 안 됐습니다. 나이 든 부모님만 괴롭히는 셈이죠.”
잡지사에 근무하는 이현우(가명·37)씨는 이혼 후 서울 강남구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집에선 잠만 자고, 회사에선 요구르트 하나로 아침을 대신한다. 저녁에는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고, 주말엔 늦잠을 자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자장면을 시켜 먹는다. 그는 “이혼의 책임이 남자에게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다”고 했다. 반면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황미연(가명·33)씨는 결혼 전보다 더 부지런해졌다. 아침엔 요가를 하고 저녁엔 영어 학원을 다닌다.
이혼을 극복하는 남녀의 다른 방식 때문일까. ‘돌아온 싱글’에 대한 가족·친지들의 반응은 이혼남과 이혼녀가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 이혼자 중 79.3%가 “가족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한 반면, 여성 이혼자는 44%만이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2000년 남편과 헤어진 유이희(가명·40·공무원)씨는 “‘이혼녀니까 외로울 거야, 쉽게 넘어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외로운 것은 맞지만, 쉽게 넘어온다는 말은 그들만의 상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혼자의 67.1%는 “만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번 실패한 사람들은 더 겁이 많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도 작은 단점에 금방 움츠러들지요. 또 실패한다는 건, 정말 생각하기도 싫거든요.”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사장은 “이혼 3년 이내에 재혼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분 ‘장기전’에 돌입한다”고 했다.
김영미(가명·39)씨는 남편의 폭력에 3년 전 이혼했다. 월 30만원의 양육비를 받고 9살 된 딸을 혼자 키우기로 했다. 하지만 김씨는 “전 남편은 거의 빌다시피 전화를 할 때만 돈을 준다. 너무 인생이 고달파 맞고 살더라도 참을 걸 후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유씨는 “아이를 맡으려면 이혼 전에 꼭 생계 수단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
이 때문일까. ‘돌아온 싱글’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 ‘1순위’로 경제력(72.2%)을 꼽았다. 특히 여성 이혼자의 80%가 ‘경제력’이라고 답해, 남성 이혼자(58.6%)보다 훨씬 많았다.
‘여자에게 독신은 홀로 광야에서 우는 일이고/ 결혼은 홀로 한 평짜리 감옥에서 우는 일’이라고 읊은 시인 신현림(44). 그는 남편과 헤어지고 다섯 살배기 딸아이를 홀로 키운다.
그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돈도 필요하지만, 가족·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을 꼭 만들라고 조언한다.
“이혼한 게 죄인가요? 물론 따가운 시선 때문에 괴로울 때도 있죠. 하지만 힘들어 어깨가 축 처졌다가도 따뜻한 전화 한 통에 힘을 내고 파이팅을 외칩니다. ‘현림아, 힘내자’라고요.”
첫댓글 ㅎㅎㅎㅎ고마워요.장/소집 홍보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