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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노사정소위 근로시간단축 공청회] 특별근로시간 허용이냐,한시적 처벌유예냐, 주 52시간 초과 잠정조치 놓고 논란
노동부 “2021년까지 단계적 적용” 주장 …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목소리 높아
2014.04.10 김미영 | ming2@labortoday.co.kr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한다는 지점에서 노사정이든 여야든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법과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입니다."
9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가 개최한 근로시간단축 공청회에서 초반 쟁점은 휴일근로를 포함한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에 대한 잠정조치를 어떻게 하느냐로 모아졌다.
정부와 여당, 경영계는 현실적인 부담을 이유로 노사합의로 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개정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한 뒤 6년간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에서 비롯된 혼란"이라며 "연간 1천800시간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못 박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주 52시간 상한을 명시하되 처벌을 유예하는 잠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근로시간법제가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등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영세사업장에 대한 근기법 적용 없이는 근로시간단축 관련 법 개정 논의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주 52시간 초과 허용하면 국제기준 저촉"
노사정소위 전문가 지원단 단장을 맡은 이철수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교)가 지원단의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이날 공청회가 시작됐다. 이 교수는 "지원단에서 근로시간단축과 관련해 두 개의 안을 검토했다"며 1안과 2안으로 나눠 설명했다.
1안과 2안 모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자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1안은 주 8시간의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이, 2안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가 중첩될 경우 중복할증을 법률로 명시하되 주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킨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2017년까지 유예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잠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1안의 경우 노사합의를 통해 기존 한도를 넘어서는 추가연장근로를 약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인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평행선 달린 노사정
노사정은 이날 공청회에서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입장차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장시간 노동체제는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편향적 노동정책과 잘못된 행정해석, 국회의 직무유기가 초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1주는 7일이라는 상식과 법원의 하급심 판례를 수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법정 노동시간단축과 다른 문제이므로 부대조건을 달거나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은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특별근로시간제도나 처벌면제 조항 모두 4년 이상 유예기간을 둔다는 입법안"이라며 "연장근로 한도를 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근로시간법제를 탈법적으로 4년간 연장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들이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근로시간단축법의 유예와 할증임금 축소를 요구했다. 이호성 한국경총 상무는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노사합의로 최소 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연장근로 할증률 역시 ILO 기준에 따라 25%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한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분과위원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하위 5%는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게 될 운명"이라며 "국회에서 중소기업의 5%를 없애겠다고 생각한다면 근로시간단축법을 통과시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총량규제는 점진적으로 강화하되 총량 범위 안에서 자율성과 탄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무송 근로개선정책관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 60만명의 노동자가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초과근로가 많은 경우 임금소득 감소 우려가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설비투자와 구인난의 부담이 있는 만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정책관은 이어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때도 6단계로 적용한 전례가 있다"며 "2년간 시행을 유예하고 2021년까지 6단계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보다 후퇴한 정부 입법안
노동부의 주장은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주일이 5일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우리나라 노동부만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며 "이제는 연간 2천800시간, 3천시간의 노동시간을 허용하는 법으로 후퇴하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사합의로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안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근로시간단축을 위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산입하겠다'고 했고, 지난해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임기 내에 연간 근로시간을 1천900시간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며 "대통령의 공약이 완전히 파기됐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과로사 허용안"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따르면 3개월간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를 하다 뇌심혈관계질환 등으로 사망할 경우 과로사로 인정된다. 주 52시간에 추가 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할 경우 노동시간이 주 60시간에 달해 과로사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현실 부담을 고려해 유예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생산성을 올려 소득을 보전하는 게 합리적이며 노사가 부담을 공유해야 한다"며 "2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급격한 임금수준 하락이 예상된다"며 "기업의 적응을 위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법제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조항도 쟁점이 됐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9년 근기법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된 이후 25년간 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4인 이하 사업장을 비롯해 1천만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근로시간법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은 "4인 이하 사업장에 근기법이 적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농업·어업·축산업 등 가족농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대부분 기업농으로 바뀌고 있는데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철수 교수 역시 "사업장 규모로 근로기준법제 적용제한을 두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근기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범위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됐다.
글=김미영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