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정기의 장끼 울음소리를 10미터 이내에서 측정하면 100데시벨에 이른다. 사람의 정상적인 대화소
리가 70데시벨,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150데시벨이니 그 중간보다 약간 작다. 사람이 10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장끼의 울음소리를 15분간 계속 들으면 청각이 손상된다. 그렇다면 가까이서 오랫동안 그
소리를 듣는 장끼나 까투리의 청력은 멀쩡할까? 다행히 새들에게는 귓바퀴가 없어 사람만큼 크게 들
리지 않는다. 장끼가 이처럼 큰 소리를 내는 것은 다른 장끼에게는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영역 표
시 경고음이고 까투리에게는 내게로 오라는 유혹의 세레나데다. 까투리는 2㎞ 밖에서도 장끼의 소리
를 듣고 마음에 들면 찾아온다.
장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더 우렁찬 새들도 있다. 유럽알락해오라기는 고개를 높
이 쳐들고 부리를 다문 채 울음소리를 내는데, 3~5㎞ 밖에 있는 동료들에게도 그 소리가 분명하게 들
린다.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카카포 수컷도 목소리가 매우 커서 멸종을 자초했다가 정부의 보호조
치로 겨우 일부가 살아남았다.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도 못하는데도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공
터로 찾아와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날개를 치고 부리로 땅에 구멍을 판다. 야행성인 카카포는 공처
럼 팽팽하게 몸을 부풀려 소리를 크게 낸다.
유럽알락해오라기
조류의 청각 연구는 시각 연구에 비해 훨씬 뒤져 있다. 조류에게는 귓바퀴가 없고 귀의 가장 중요한
부위가 두개골 깊숙이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청각 연구도 매우 늦어 내이에서 半고리관이 발
견된 것이 1561년, 중이가 발견된 것이 1563년이었다. 이러한 기관들이 어떤 작용을 거쳐 청각에 관
여하는지 밝혀진 것은 1948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제리 험프리에 의해서였다. 이후 새의 청각
에 관한 연구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어린 새도 유전적으로 동족의 모든 소리를 알아듣고 그 소리를
흉내 내어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의 청력은 포식자를 탐지하고 먹이를 찾는
데 시력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록 귓바퀴는 너무 작거나 귀깃이라는 깃털 속에 파묻혀 있어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류의 청각
기관도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외이‧중이‧내이로 구성되어 있다. 외이에는 귓바퀴와 외이도, 중이에는
고막과 귓속뼈, 내이에는 액체로 가득 찬 달팽이관이 있다. 외부에서 발생한 소리는 귓바퀴에 모아져
서 외이도를 따라 고막에 전달된다. 고막의 진동이 귓속뼈를 통해 달팽이관의 액체를 진동시키면, 미
세한 털세포에 의해 청각신경에 전달되어 뇌에 도달한다.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최종적으로 소리를
해석하여 필요한 명령을 하달하는 것은 뇌다.
개똥지빠귀
조류와 포유류의 귀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내이에 있는 달팽이관이다. 포유류의 달팽이관이 나선형
인 반면 조류의 달팽이관은 직선형이거나 바나나처럼 살짝 구부러진 형태를 띠고 있다. 달팽이관 안
에는 액체가 가득 차있으며, 바닥에 있는 막에는 작은 털세포가 잔뜩 나 있다. 각각의 털세포는 작은
진동에도 매우 민감하다. 고막의 진동에 의해 내이에 전달된 소리가 달팽이관 내의 액체에 압력파를
발생시키면, 털세포의 털이 휘어지면서 뇌에 신호를 보낸다. 소리는 진동수에 따라 각각 다른 부위의
털세포를 자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류는 포유류와 달리 주기적으로 털세포가 교체되는데, 이는
큰 소리로 인해 손상된 털세포를 교체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류의 털세포 교체 메커니즘을 밝
혀내면 인간의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추정되어 현재 각국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
행되고 있다.
수컷 새의 뇌에는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기능을 통제하는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는 번식기가 끝나면
쪼그라들었다가 이듬해 번식기에 다시 커진다. 합리적으로 진화한 에너지 절약 방법이다. 온대지역
에 서식하는 새는 번식기인 봄에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른다. 이때 명금의 청력은 서로 희귀한 짝을 찾
기 위해 1년 중 다른 새들보다 훨씬 민감해진다. 특히 암컷은 소리를 듣고 훌륭한 유전인자를 가진 수
컷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민감해진다.
대표적인 명금 가운데 하나인 카나리아
사람은 소리가 들리면 자동으로 양쪽 귀에 들리는 두 소리를 비교하여 진원을 파악한다. 그러나 새들
은 사람보다 머리가 헐썩 작기 때문에 진원 파악이 어렵다. 새는 사람보다 머리를 많이 움직여 월등
한 시력으로 이를 극복한다. 작은 새일수록 머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소리의
유형도 진원 파악에 영향을 미친다. 새는 이러한 특징을 의사소통에 적극 활용한다. 음량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도 사람보다 뛰어나다. 지빠귀처럼 덩치가 작은 새들은 맹금류가 나타나면 진
동수가 평상시(0.5~6㎑)보다 높은 8㎑의 고음을 내는데, 이 고음은 포식자에게는 들리지 않고 동료
들에게만 위험을 알리는 최적의 경고음이 된다.
대표적인 맹금 가운데 하나인 북방올빼미
야행성인 맹금류는 청력이 매우 뛰어나다. 야간에 나무 사이를 비행하면서 땅위를 기어가고 있는 작
은 들쥐를 잡을 때는 시력보다 청력에 더 의존한다. 미국에 서식하는 큰회색올빼미는 10미터 높이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땅속을 기어가는 흙파는쥐의 소리를 듣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땅을 파서 순
식간에 잡아낸다. 나무 위에서 땅속을 기어가는 흙파는쥐를 잡기 위해서는 쥐의 위치와 기어가는 방
향 및 속도까지 파악해야 가능하다. 큰회색올빼미의 청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얘기다. 올빼미의 원
형 안반(眼盤)은 바로 정교한 소리 수집장치다. 큰회색올빼미는 양쪽 귀가 비대칭으로 달려있는데, 1
940년 제리 험프리가 이러한 비대칭 귀는 소리의 출처를 파악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한 구조라는 사실
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이곳 방콕 리조트 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계시는 유회장꼐서는 퇴임후 줄곧 사진작가 정도로 식물과 새를 관찰 한지가 20여년 되어 가고 있어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등재된 꽃과 새의 사진이 거의 작품수준으로 경륜 따라 수준급으로 펑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동우회 회원들과 자주 원행 촬영도 하고 다니시며 이번 리조트 역시도 골핑은 거의 하지않고 들새의 사진만 촬영하고 있습니다. 남성원님의 글을 읽어보시고 거의 공감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즐거운 일상 맞이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