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사람의 마을/이혜선
심상숙 추천
사람의 마을
이혜선
산은 고단한 귀를 접고
순한 짐승이 되어 엎드렸다
웅크린 발치에서
따뜻한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기슭에
사타구니에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품었다
등짐을 지고 어깨로 어둠을 밀며
고샅길로 들어서는 발자국 하나
동네 맨 끝집에서
누렁이가 낑낑 꼬리치는 소리
처마 끝에 등불이 높게 내걸린다
사람의 마을에는 하나둘 불이 켜진다
불빛이 어둠옷을 입고 점점 밝게 살아난다
(이혜선 시선집,『불로 끄다, 물에 타오르다』26쪽, 문예바다, 2024)
[작가소개]
- 이혜선 문학박사, 1950년 경남 함안출생,
=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세종대학교 대학원 졸업 ,
- 1981년 월간『시문학』으로 등단,
- 시집 『흘린 술이 반이다』 등 6권,
- 윤동주문학상, 동국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 평론상 등 수상, 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2016),
- 문화체육관광부 문학진흥정책위원,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현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이혜선 시인 TV
[시향]
‘앞산이 순한 짐승으로 엎드려 있다’ 필자 본인도 이러한 시구로 시작한 시쓰기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본문처럼‘기슭에, 사타구니에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품었다’라고 쓰지는 못했다. 동네 맨 끝집, 어느 산동네나 맨 꼭대기 집은 높이 올라가 앉았다. 등짐을 지고 어깨로 어둠을 밀며 고샅길로 들어서 집으로 올라가는 발자국 하나, 누렁이가 낑낑 꼬리 흔드는 소리, 처마 끝에 등불 높이 내걸리고 사람의 마을에는 하나둘 불이 켜진다. 어둠 속 불빛은 어둠옷을 입고 점점 밝게 살아난다.
TV 문학관, 산마을을 둔덕으로 한 어느 고을에 소문 자자했던 효자나, 양반가 수절과부의 곡진한 서사가 이어 전개될 듯도 하다. 또는 영화 도입부의 OST가 흐르며 사건 전개가 점차 절정으로 치닫을 격정의 고요한 서막인 듯도 하다.
어두워지는 저녁 동네가 하나둘, 불 밝히는 사람 사는 동네,
가슴속 내 고향에도 등불이 하나둘 써지는 저녁이다.
글: 심상숙(시인)
김포미래신문(241023)
첫댓글 자연과 사람사는곳 공존과
의무 를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내신 솜씨가 편하고
정답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