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의 마지막 연극...
그동안에 너무 예술적인 연극 위주로 보았던 만큼
마지막은 뮤지컬'빨래'처럼 한바탕 웃을 수 있고
마음 따뜻해질 수 있는 그런 연극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4가지 연극 중에 뭘 볼까
고민을 하다보니 남는게 한가지 밖에 없더라구요.
언뜻 줄거리만 보았을 때 4가지 연극의 인상적인 테마가
'폭력적인 남편' '권투선수' '동거이야기' '장애인'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내용은 싫어하고
권투도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아서
'옥탑방 고양이' 와 '바미기펏네' 둘 중에서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바미기펏네' 쪽이 내용이 좀더 신선하다는 생각에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블로그에 그 흔한 감상후기 한편없고,
예매를 꽤 늦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매율도 저조한 것 같아
사실 재미없는게 아닐까 걱정을 좀 했습니다.
(솔직히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ㅜ)
역시나 좌석도 많지 않은 일반 소극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정도의 자리밖에 차있지 않더라구요.
그러나....이 연극 정말 연말에 딱 어울리는!
그런 유쾌하면서도 훈훈하고 따뜻한 연극이었어요.
제가 받았던 감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또 추천해주고 싶은데
제대로 표현이 안되서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간략히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12월 31일날 밤, 두 명의 도둑(수용, 민재)이 성북동의 한 저택에 한밤중에 몰래 침입합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물건을 훔쳐가려던 도둑들은
집안에 숨겨진 돈을 찾다가 우연히 숨겨진 다락방같은 곳에서
발에 쇠사슬이 채워진 장애인(건영)을 만나게 됩니다.
한눈에 봐도 사지가 뒤틀리고 괴물같은 건영을 보고 도망치려던 두사람을 건영이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사람은 서로 친해지게 됩니다.
쇠사슬에 묶여 있던 발을 풀어주고 사정을 들으니
그는 24년동안 한번도 외출을 해 본적이 없고,
가족들은 자신을 빼고 모두 가족여행을 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사람은 함께 여러가지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놀다가
바깥 외출을 하지 못하는 건영을 위해 두 도둑은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기로 하고
두명의 여자친구(유밀, 지원)를 더 불러 함께 파티를 벌입니다.
처음에는 건영의 겉모습만 보고 그냥 가려고 했던 유밀은
그의 아버지가 KBS부사장이라는 도둑의 말을 듣고
처음엔 흑심을 품고 건영에게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그러나 점점 함께 웃고 떠들면서 그들은 진정한 친구가 됩니다.
이 연극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밤이깊었네' 라는 노래를
건영이 부르며 모두 다 한바탕 웃고 즐기다가
곧바로 이어진 블루스 타임에서 건영과 지원이 어설프게 춤을 추는 와중에
드라이 아이스로 뿌옇게 변한 무대에서
갑자기 사지가 뒤틀렸던 건영의 몸이 정상으로 바뀌며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장면입니다.
그 후에 곧 가족들이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 한명씩 담을 넘어 가는데
친구들은 '그 만의 사는 방식'을 존중하지만
그래도 바깥 세상으로 나와볼 것을 권유하며 떠납니다.
마침내 친구들이 다 떠나고, 건영 혼자 남겨진 집안.
창가를 잠시 서성이며 망설이던 건영은
끝내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발목에 쇠사슬을 다시 건 채
다시 한번 '밤이 깊었네'라는 노래에 맞추어 괴상한 신음소리와 함께 춤을 추며 막은 내립니다.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장애인이었을 때와 잠시 춤추는 동안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의 모습이 너무 달라
배우의 연기가 놀라웠고 그로 인해 이 연극의 많은 유쾌한 장면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의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밤이 깊었네'가 처음 흘러나왔을 때는
저도 극의 분위기에 취해 너무나 흥겨웠고 건영의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는데
두번째 흘러나왔을 때에는
분명 같은 노래인데도 왠지 모를 쓸쓸함과 허무함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한번쯤 탈출했으면 했는데 말이죠.
원래 감동적인 공연이나 연극을 보고 나면
벅찬 감동과 함께 공연장을 빠져나올때는 왠지 모를 허무함을 많이 느꼈는데
이번에는 마지막에 흘러나온 '밤이 깊었네'의 여운이 남아 더욱 그런 기분이 많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연극 속에 소설이 2편 등장하는데
'갈매기'와 '다락방의꽃들'이라는 소설을 굳이 연출자가 삽입한 의도라던지
이런 것들이 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작품도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튼 마지막 다섯번째 작품을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
잘 마무리하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첫댓글 재미있는 연극을 보았네요. 감상문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