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영가대사의 스승이신
육조혜능대사께서도
이상과 같이 적조(寂照)가 쌍류(雙流)하면서
두렷이 밝은 거울의 지혜로 부처님의 대열반 적멸과
대원각 경계를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설하신 것입니다.
無上大涅槃 (무상대열반)
위없이 높은 대 열반이여
圓明常寂照 (원명상적조)
두렷이 밝게 항상 고요하면서 비추도다.
※위없이 높은 부처님의 대열반, 대원각 경계를
항상 고요하면서 두렷이 밝게
다 비추어 나타내는 거울의 지혜로 말씀하신 것이다.
凡愚謂之死 (범우위지사)
어리석은 범부는 죽음이라 말하고
外道執爲斷 (외도집위단)
브라만 등의 외도들은 일체가 끊어진 것으로 집착하도다.
※부처님의 열반 경계는 일체 번뇌의 기멸이
사라진 것이라는 말만 따라서
범부는 죽어 있는 경지로 말하고 외도들은 번뇌를
다 끊으려고 집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울은 본래 검고 붉은 그림자가 없이
고요하면서 다 비추어 나타내니
범부가 말하는 죽어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또 거울은 검고 붉은 그림자를 다 비추면서도 조금도
물드는 바가 없이 본래 청정하니
오직 닦을 것이 없는 거울 본체를 스스로 깨달을 뿐,
저 브라만 등의 외도들처럼 명상과 고행을 통하여
그림자를 닦아서 끊어내려고 집착하면 이는 크게
어리석은 수행이 되고 마는 것이다.
諸求二乘人 (제구이승인)
성문과 연각의 모든 소승 인들은
目以爲無作 (목이위무작)
아무 작용이 없는 안목을 구하나니
※성문(聲聞) 연각(緣覺)의 소승은 일체 번뇌가 끊어져
아무 작용이 없는 경지를 구하나
이는 비어 있는 생각(空)에 빠지고 고요한 생각에
걸린 침공체적(沈空滯寂)의 큰 병일 뿐
검고 붉은 색을 다 비추어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추호도 물들지 않고
본래 청정하게 여여 부동한 거울의 지혜는
꿈에도 모르는 것이다.
盡屬情所計 (진속정소계)
모두가 분별사량으로 헤아리는 것이라
六十二見本 (육십이견본)
유와 무의 상대적인 분별 심으로 헤아리는
62견이 근본이로다.
※여기서 62견이란 부처님 당시 인도 외도들의
자기와 세계 즉 주관과 객관의 오온법에 대한
62종의 삿된 견해를 말한다.
예로 들면 모든 존재에 대한 기본 네 가지 견해로써
1)유有(있다는 견해)와 2)무無(없다는 견해),
3)비유非有(있음도 아니고)와 비무非無(없음도 아니라는 견해)
4)역유亦有(있기도 하고)와 亦無(없기도 하다는 견해)를
과거 현재 미래의 3세에 배당하면 12견이 되고,
여기에 객관 대상을 안으로 받아들여 생각하고
감각하는 수受와,
밖으로 나타내는 생각의 상想과,
의지로 작용하는 생각의 행行과,
앞의 모든 생각을 종합 판단하고 주재하는
마음인 식識의 주관과,
색色(몸과 물질)의 객관을 합한
오온법(五蘊法:물질인 객관의 색과,
주관적 마음 4개가 결합한 5가지 법)의
각각에 12견해를 배당하면 60견이 되고,
이상 전체적인 견해를 또 유有와 무無로 분별하는
2견을 합하여 62가지 견해가 된다.
妄立虛假名 (망립허가명)
망령되게 허망하고 거짓된 이름을 세우는지라
何爲眞實義 (하위진실의)
어찌 진실한 뜻이 되리요?
※저러한 62견은 거울에 비친 62가지 그림자와
같아서 모두 진실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唯有過量人 (유유과량인)
오직 사량(思量)을 초월한 사람이라야
通達無取捨 (통달무취사)
취하고 버림이 없음에 통달 하나니
※거울의 지혜가 현전하면 거울에 비친
검고 붉은 색이 모두 거울 그 자체로 하나의
소식이므로
붉은 색이 좋다고 취할 것도 없고 검은 색이 싫다고
버릴 것도 없다는 말이니
이것이 검다 붉다하는 사량 분별을 초월하여
한 결 같은 마음으로 취하고 버릴 것이 없음에
통달한 사람인 것이다.
(단 똥은 더러우니 버리고 꽃은 아름다우니 취하되
그 마음에선 취함도 버림도 없고
꽃도 똥도 없는 소식을 말한다)
以知五蘊法 (이지오온법)
그러므로 주관 객관의 오온법과
及以蘊中我 (급이온중아)
그리고 오온의 주인인 나와
外現衆色象 (외현중색상)
밖으로 나타난 여러 빛깔의 형상들과
一一音聲相 (일일음성상)
하나하나의 음성 모양들이
平等如夢幻 (평등여몽환)
평등하게 꿈과 환영과 같아서
不起凡聖見 (불기범성견)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분별 견해를 일으키지 않도다.
※거울의 지혜로 비추어보면 범부와 외도들이
사량 분별로 헤아리는 주관이니 객관이니 하는
오온법과 그 오온법을 주재하고 인식하는
나라는 존재와,
자기 밖으로 나타난 여러 빛깔 사물들의 형상과,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하나하나의 소리 모양들이
모두 거울에 비친 검고 붉은 그림자와 같이
실다움이 없어서
평등하게 꿈과 같고 환영과 같다는 말이다.
그러니 따로 범부니 부처니 하는 차별견해를 내지 않고
하나의 청정한 거울 소식으로 현전한다는 말이다.
不作涅槃解 (부작열반해)
부처의 열반이라는 견해도 짓지 않고
二邊三際斷 (이변삼제단)
유와 무의 두 가지 변견과 과거니 현재니 미래니 하는
삼제의 견해를 모두 끊어버렸도다.
※거울의 지혜로 비추어 보면 범부와 부처가
모두 청정한 거울 하나의 소식뿐이라
범부와 부처의 분별 견해가 일어나지 않고,
부처님의 거룩한 열반 경계도 거울 소식이요,
중생들이 일으키는 유와 무의 두 가지 변견과
과거, 현재, 미래의 삼제에 대한 분별견해가 모두
끊어져서 하나의 청정한 거울 소식뿐이라는 말이다.
常應諸根用 (상응제근용)
항상 모든 육근(안,이,비,설,신,의)을 써서 응하되
而不起用想 (이불기용상)
쓴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分別一切法 (분변일체법)
일체법을 분별하되
不起分別想 (불기분별상)
분별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니
※열반의 경지는 작용하면서도 작용하는 생각이 없고,
분별하면서도 분별하는 생각이 없는 것이니
마치 거울이 검은색이 오면 검게 비추고
붉은 색이 오면 붉게 비추면서도
비춘다는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고,
검은 색이다 붉은 색이다 분별하는 생각도
일으키지 않음과 같다.
劫火燒海底 (겁화소해저)
겁 말의 불길이 바다 밑까지 태우고
風鼓山相擊 (풍고산상격)
겁 말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 산들을 다 날려
서로 친다 해도
眞常寂滅樂 (진상적멸락)
진실하여 변함없이 고요한 즐거움이여
涅槃相如是 (열반상여시)
열반의 모습이 이와 같으니라.
※겁劫은 헤아릴 수 없는 한량없는 세월을 말하니
<대지도론大智度論>에 의하면
1소겁은 사방 40 리 되는 성안에 겨자씨를 가득 담아
놓고 백년에 한 알씩 집어내어 끝나는 기간을
말하는 개자겁(芥子劫)과,
사방 40리 되는 바위를 백년에 한 번씩 천인이 내려와
가벼운 천의(天衣)로 스쳐서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기간으로 측정하는
반석겁(盤石劫)이 있다 한다.
이와 같은 소겁은 우주가 이루어지는 성겁(成劫),
우주가 존속하는 주겁(住劫),
우주가 부서지기 시작하는 괴겁(壞劫),
우주가 부서져 완전히 사라져 비어버린 공겁(空劫)마다
각각 20소겁씩이라 하며,
합하여 80소겁을 일대겁(一大劫)이라 한다.
그런데 우주가 부서지기 시작하는 괴겁(壞劫)에는
일곱 개의 태양이 나타나서 우주를 태우기 시작하는데
그 때는 바다 밑바닥까지 다 타서 없어지고,
비람풍(毘嵐風)이 불어 모든 산들이 날라
서로 치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다 해도 거울의 지혜로 비추어보면
긴 시간의 영겁과 짧은 시간의 찰나와,
이루어지고 부서져 사라지는 우주가 모두 거울에 비쳐
나타나고 없어지는 그림자로써
다만 하나의 청정한 거울 소식뿐이니
진여자성의 항상 변함없이 고요한 열반의 모습도
이와 같다는 말이다.
:<육조단경>참청기연 제 6
2567(2023). 2. 1.
백화산 임제선원
조실 현봉법현
근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