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맛과 효능은 ‘액젓’이 만든다
액젓.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는 김장이 겨울을 준비하는 중요한 이벤트였지만 지금은 김치 담그는 법을 모르는 이가 많다. 김장을 직접 해 보지 않았다면, 채소류뿐 아니라 김장 양념으로 들어가는 새우·멸치·황석어 등등 각종 해산물의 젓갈과 액젓에 대해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양념이 집집마다 또는 지역마다 김치 맛이 다른 포인트다. 해산물이 발효되면서 뿜어내는 감칠맛이 채소나 양념과 어우러지면서 각각의 깊은 맛을 내준다.
김장에는 액젓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데, 액젓과 젓갈은 원료가 같지만 숙성기간에서 차이가 난다. 젓갈은 2~3개월 숙성·발효해 식용하지만, 액젓은 6개월에서 24개월까지 발효를 지속해서 원재료의 육질이 완전 분해돼 걸쭉한 상태가 된 것을 걸러 얻는다. 김치 명인들은 이 액젓을 만드는 과정부터 아주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액젓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발효식품이라는 점이다. 발효를 통해 단백질을 분해해서 아미노산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콩을 사용하는 간장이나 된장과 원리 자체는 같다. 발효를 하게 되면 미생물이 먹이활동을 위해 영양소들을 잘게 잘라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글루탐산과 같은 유리아미노산이 많이 만들어져서 소위 ‘감칠맛’이 풍부해진다. 또한 이미 영양소가 분해된 상태여서 인체에 흡수가 용이하고 소화에 도움이 되는 효소도 많아진다.
특히 칼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생선의 뼈, 비타민이 많이 있는 내장 등 거칠고 쓴맛으로 보통은 먹기 어려운 부위에 있는 영양소도 액젓에는 다량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몸에는 매우 유익하다. ‘칼슘의 왕’이라고 불리는 멸치도 작아서 뼈까지 통째로 먹지 않는다면 그런 이름을 얻지 못했을 것인데, 액젓은 멸치뿐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도 그런 작용을 할 수 있게 한다. 강한 맛과 향 때문에 액젓만 한 번에 많이 먹는 것은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벌칙이 될 정도로 힘들다. 그러나 각종 채소가 어우러진 김치와 만나서 또 다른 발효과정을 거쳐 강한 맛과 향이 풍미를 더해 주게 된다.
TIP1. 김장에 액젓을 넣지 않는다면?=한마디로 말해서 발효과정이 일어나지 않기에 김치가 익지 않고 맛이 겉돈다. 비건을 위한 김치도 표고·간장 등 아미노산이 있는 채소를 이용한 발효 액젓을 만들고 담근 것이지 그냥 채소만 넣은 것이 아니다.
TIP2. 액젓은 우리나라만?=김치 하면 한국이기 때문에 액젓도 우리나라만 있을 것 같지만 생선을 발효해 만든 식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중국의 굴소스, 베트남의 ‘느억맘’이나 태국의 ‘남쁠라’, 일본에선 아키타현의 향토요리 ‘숏쓰루’ 등이 있다. 이탈리아의 캄파냐주에서는 지금도 앤초비로 피시소스를 만들어 먹는데, ‘콜라투라 디 알리치’라 부른다. 재료나 만드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주 넓은 의미에서는 모두 액젓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며, 생선을 발효해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모든 발효의 원조 형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