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농부를 꿈꾸던 하버대 의대 출신의 의사 '빌 토마스'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한 직장을 알아본 끝에 한 노인요양원(너싱홈)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전에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나이가 들고 보살핌이 필요하게 되면, 집에서 가족이나 친지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런데 이 일반적인 관습은 간병인 역할을 주로 하던 여성들이 집 밖에서 일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시기 이후로 크게 달라지게 된다.
오늘날 미국 노인들의 경우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해 집이나 양로원(assisted living)에서 독립적인 생활이 더 이상 불가능할 때, 가족들이 더 이상 직접 케어를 할 수 없거나 혹은 전문적인 간병인을 고용해서 돌보기에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너싱홈(nursing home, 요양원)만이 유일한 선택일까?
노인 장기 요양을 위한 새로운 모델인 ‘그린하우스(Green House) 프로젝트’를 만든, 하버드 출신의 의사 빌 토마스 박사(Dr. Bill Thomas)에게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답을 얻을 수 있다. 2003년 미시시피 감리교 노인 봉사단의 CEO 스티브 맥알리(Steve McAlilly)와 빌 토마스 박사에 의해 설립된 ‘그린하우스 프로젝트’는 27개 주로 퍼져 나갔다. 메디 케이드, 메디 케어 또는 개인 기금으로 재정 지원을 받는 그린하우스 거주자들은 개인 방과 개인 욕실을 가지고 있으며, ‘그린하우스’ 안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서로의 관계를 깊게 알 수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식사를 준비하는 데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가정 집과 거의 같은 환경에서 식사를 한다. 너싱홈(요양원)의 엄격히 시간이 정해진 식사와 달리 그린하우스 주민들은 언제 먹을 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내 167개의 그린하우스(Green House)가 39개 기관에 의해 지어졌으며 1,735명이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존중하는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다른 108개의 그린하우스가 현재 개발 중에 있다.(2014년 기준)
“아무도 너싱홈(요양원)에는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토마스 박사는 산타모니카 미디어정책센터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홈즈 온 더 레인지(Houses on the Range)>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만약 65세에 도달하면 너싱홈(요양원)에 갈 확률이 50퍼센트나 됩니다.”
현재 150만명의 미국인이 너싱홈(요양원)에 거주하며 그들은 종종 환자처럼 취급된다. 너싱홈(요양원)의 폭발적인 확장에도 불구하고(총 16,100개), 많은 노인들은 거기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너싱홈(요양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 가족 또한 거의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믿음은 '너싱홈(요양원)은 노인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우울한 장소'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금을 제공한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에 따르면 ‘그린 하우스 개념’은 이 나라에서 연약한 노인이 얼마나 보살핌을 받는지에 대한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모델이며, 그린하우스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지 모르지만, 기존의 제도적인 접근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만드는 부인할 수없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빌 토마스(55, 뉴욕주 이타카)는 30대 때 너싱홈(요양원)에서 파트 타임 의사로 일한적이 있는데 그 당시 경험을 통해 그는 '케어가 필요한 노인을 돌볼 다른 방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엄청난 외로움에 충격을 받았어요.”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후 의료 시스템 혁신가가 된 그는 사람들이 인생의 후반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을 돕기 위해 ‘두 번째 바람(Second Wind)’이라는 책을 썼다.
토마스 박사는 "노화의 의학화(메디컬라이제이션, medicalization)"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 노화의 의학화는 흔히 노화를 치료법이 없는 질병으로 여기고, 일반적으로 제도적 환경-환자 중심이 아닌 환경-에서 의료를 제공한다. 너싱홈(요양원)에서의 비인격적이고 고도로 구조화된 생활은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감소를 가속화한다. 때때로 요양원 거주자는 빠르게 무기력해지고,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기도 하며, 긴장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메디컬라이제이션(medicalization)
사회학 용어로서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으로 생각하며 환자로 살아가는 것'
노인 연령대에 진입하는 초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심리 현상, 나이 들면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심각한 병으로 간주하는 증상, 또한 그렇게 대하는 의료 환경을 말한다.
Stadium Place Green Houses in Baltimore(볼티모어에 있는 그린하우스 내부)
그러나 그린하우스-집과 같은 분위기에서 유니폼을 입지 않은 직원들이 환자가 아닌 고객으로 대하는 곳-에서는 쇠약했던 노인들이 실제로 기력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흔하다.
애덤스 부인의 경우, 그린하우스에 오기 전 너싱홈(요양원)에서 수년을 지냈다. 너싱홈(요양원)에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쇠약해졌다”고 했고, 식사에 도움이 필요했고,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투펄로(미시시피주)에 있는 첫 번째 그린 하우스로 거주 환경을 옮긴지 1시간 만에 아담스 부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곳에서 첫 식사를 하면서 그녀는 아들에게 숟가락을 달라고 해서는 자기 손으로 먹었으며, 잔을 들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미디어 정책 센터의 벨(Mr. Bell)은 투펄로(Tupelo)의 ‘그린하우스’에서의 삶을 2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여 전국의 비슷한 가정의 후원자에게 보여주었다. 이 다큐를 본 한 여성, 카르멘 라이드아웃(Carmen Rideout)은 노인들이 너싱홈(양로원)의 멸균된 환경 대신 전문 간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밝은 색의 전원주택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린하우스(Green House)’를 그녀가 살고 있는 셰리던(와이오밍주)에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카르멘 라이드아웃(Carmen Rideout)과 그녀의 동료들이 만든 셰리던의 집은 와오밍주에서는 숙련된 케어를 제공하는 첫 번째 그린 하우스가 되었다. 주지사와 주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1,000만 달러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었고 지역 부동산 개발업자인 돈 로버츠 (Don Roberts)가 토지를 기증하고 전문 건축업자가 작업을 수행했다.
3년 전 셰리던의 그린하우스로 이사 온 첫 번째 주민들은 "살 가치가 있는 삶"이라는 토마스 박사의 목표를 성취해 가고 있다. 한 주민이 말했듯이, 그린하우스의 환경에서는 ‘가장 미약하거나 정신이 약한 사람’조차도 성장할 수 있다.
“너싱홈(요양원)의 하얀색 복도는 정부가 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토머스 박사가 말했다. “달리 방법이 없다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스티브 맥알리(Steve McAlilly)가 투펄로(Tupelo)의 첫 번째 그린하우스에서 목격한 것처럼, ‘휠체어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다시 걷고, 음식을 잘 먹지 않던 사람들이 다시 먹으며, 말을 잘하려 하지 않던 사람들이 다시 말하고, 체중이 빠졌던 사람들의 체중이 다시 늘고’ 있다.
Sheridan에서 오랜 기간 의사로 일한 Seymour Thickman박사는 도움이 필요한 참전 용사를 위한 그린하우스(Green House) 모델을 면밀히 검토해볼 것을 재향군인 의료센터(Veterans Affairs Medical Center)에 권장했다.
스티브 맥알리(Steve McAlilly)는 그린하우스 개념이 계속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거의 죄악에 가깝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할 수 있는 한 많이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It’s almost sinful,” he said, “Not to do as much as we can, as fast as we can.”
Greenhouse in Sheridan
첫댓글 미국 노인 1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너싱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3년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Robert Wood Johnson Foundation)의 도움을 얻어, 하버드 의대 출신 의사 빌 토마스가 미시시피주 투펄로(Tupelo)에 첫 번째 그린하우스(Green House)를 오픈했으며 오늘날 미국 28개 주에 180개가 넘는 그린하우스 주택이 있으며 150개가 개발 중이라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정원 10-12명의 소규모 노인요양시설인 그린하우스가, 집과 같은 분위기에서 유니폼을 입지 않은 직원들에 의해 보살핌을 받는다니,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노인 돌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미국 뉴저지 주에 살고 있는 언니 부부는 50년 이상 미국에 거주, 거의 미국화된 사람들인데, 둘 다 공무원으로 은퇴를 한데다 충분한 연금+ 다중 건강보험+주택 및 충분한 주식 보유+아들 둘이 있습니다. 일년에 몇 차례 크루즈를 다니고, 해외여행을 수시로 할 정도이지요. 아마 한국에 나와서는 살지 못할 만큼 미국 현지에 적응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노후가 고독해보이더라고요. 그렇다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이 더 나은 상태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요. 늙음이라는 자체가 그런 것 같습니다. ㅠㅠ
힌국 명문대를 나왔지만, 미국에서 세탁소, 채소가게, 편의점, 기타 개인사업을 했던 사람들의 경우는 노후연금이 충분치 않고, 건강보험도 제대로 들지 않아 힘들게 사는 재미교포도 있었어요. 그들 말에 의하면, 너싱홈에 들어가는 비용이 비싸서 여차하면 집까지 몽땅 팔아 쓴 후, 무일푼이 되어야 정부 지원을 받게 될 거라고 하더군요. 아마 그린하우스라는 시스템도 중산층으로써 어느 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가능할 거예요. 더구나 백인 사회 위주이다보니, 동양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이나 차별이 있겠죠?
우리나라는 '커뮤니티케어'를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앞서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살펴 봤듯이 그들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건 아닙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겠지요.
우리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는 누군가 노력해야 할테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뒷받침 해줘야 합니다.
선진국들의 시행착오에서 배우는 것이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