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⑯ 내가 처방받은 약
수면제·진정제·항우울제
셔터스톡
내가 처방받은 약은 세 가지였다. 잠을 자게 하는 수면제, 자율신경 조절을 통해 불안과 초조감을 완화하는 진정제, 그리고 우울한 감정을 억제하는 항우울제다.
내가 지난번 동네병원에서도 세로토닌 치료를 받았는데 사흘 먹고 그만두었다고 하자 원장이 정색했다.
“이 약은 소화제 같은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복용해야 그 효능이 나타납니다. 뇌 속에 세로토닌 양이 증가하면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햇볕이 날 때 기분이 좋죠? 그럴 때 세로토닌의 배출이 잘됩니다.
환희, 희열, 쾌락과 같은 큰 기쁨이 아니라 잔잔한 기쁨….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커피 한잔을 나눌 때 찾아오는 편안함, 휴일에 푹 쉴 때 느껴지는 평온감, 친한 사람과 만날 때의 설렘 등이죠.
한마디로 마음의 평화라 할까, 평상심의 회복이라고 할까. 바로 그런 마음을 찾게 해드리는 게 치료의 포인트입니다.”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제가 드린 처방전에 따라 약을 드십시오.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오실 텐데 본인의 상태를 정확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만약 지금 분량으로 효험이 없으면 복용량을 늘리겠고, 반대로 효과가 좋으면 차츰 줄여나가다 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인지행동치료의 일환으로서 긍정적인 정신 상태와 마음가짐의 훈련을 강조했다.
“늘 마음이 괴로울 텐데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세요. 혹시나 죄책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단호히 차단하십시오.
선생님의 인생 경력을 보면 어려운 여건을 잘 참아오셨고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러니 좋게 생각하십시오. 세상만사 마음 정한 대로란 말 있죠? 정말 맞는 말입니다.”
그의 환자 중에는 부유층 환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정말 부러울 것 없는 여건을 가지고도 전혀 행복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뜻밖에 많습니다. 열 가지 중 아홉 가지가 잘돼도 한 가지가 안 돼 불행해하는 분들입니다. 이것이 우울증입니다.
그러나 남편도 없이 식당일 하며 자식들을 키우는 아주머니들에게는 삶이 힘들지언정 우울증이 찾아들 여지가 없습니다.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오직 자식 잘 키워야겠다, 잘 살아야겠다는 뚜렷한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 시간은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계속>
남산 작가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