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를 사랑하고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반떼 N의 등장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볼 듯하다. 나도 그렇다. 그동안 현대차는 WRC, WTCR 등 내로라하는 레이스에서 숱하게 우승컵을 들었다. 소위 '랠리의 전설'이라고 불렀던 미쓰비시와 스바루도 이젠 경험과 트로피 개수에서 현대차가 앞선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양산차에 녹였다. i30 N, 벨로스터 N 등이 좋은 예다. 오늘 소개할 아반떼 N은 3세대 신규 플랫폼을 바탕으로 엔진, 브레이크, 서스펜션, 타이어 등 모든 면에서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했다.
*시승차 정보 : 아반떼 N(3,272만 원) + N DCT 패키지(190만 원) + N 라이트 스포츠 버켓 시트(100만 원) + 현대 스마트 센서(55만 원) + 컨비니언스(65만 원) + 컴포트2(15만 원) = 총 3,697만 원
익스테리어
먼저 외모 소개부터. 나는 이번 CN7의 개성 있는 표정을 좋아한다. N은 더 특별하다. 그릴 속 패턴을 바꾸고, 눈매 아래쪽을 블랙 무광 컬러로 칠했다. 차체 아래는 빨간 띠로 쭉 둘렀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75×1,825×1,415㎜. 벨로스터 N과 비교하면 확실히 작은 차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네 발엔 19인치 알로이 휠을 끼우고 245/35 ZR19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를 맞물렸다.
트렁크 안쪽에 비틀림 강성을 높이는 보강바도 자리했다.
개인적으로 얼굴보단 뒷모습이 마음에 든다. 고속에서 다운포스를 높이기 위해 리어 스포일러를 달았다. 시원스러운 배기음을 뽐내는 듀얼 머플러와, 그 사이 큼직한 디퓨저도 눈에 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74L로, 코나 & 벨로스터 N보다 더 넉넉하다.
인테리어
실내는 오롯이 운전자를 위해 구성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직경 작은 스티어링 휠, 그립감 좋은 기어레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3세대 플랫폼에 힘입어, 벨로스터 N보다 시트 포지션이 10㎜ 더 낮다. 옵션으로 N 라이트 버켓 시트를 고르면, 일반 시트보다 10㎜ 더 내려간다. 앞서 소개한 코나 N처럼 운전대 안에 두 개의 N 버튼이 들어갔고, 운전자 입맛에 따라 엔진, 서스펜션, 변속기 등을 세부적으로 맞춘 커스텀 모드를 저장해 '한 방'에 불러올 수 있다.
아반떼 N이 벨로스터 N과 다른 점은 패밀리카 용도로 아내에게 허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2열 다리공간이 훨씬 더 넉넉하다. 뒷좌석 열선기능도 있고 에어벤트도 자리했다. 단, 2열을 폴딩할 수 있지만 등받이 뒤에 차체 보강바가 자리해 부피가 긴 짐을 싣는 건 무리다.
파워트레인 및 섀시
아반떼 N의 보닛은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었다. 6단 수동변속기 또는 8단 DCT를 맞물린다.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0㎏·m로 벨로스터 N보다 강력하다. 0→시속 100㎞ 가속시간은 5.3초다. N 그린 시프트(NGS)를 누르면 순간적으로 터보 부스트압을 높여, 20초 동안 최고출력을 290마력으로 끌어올린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술이 들어갔을까? 우선 이전보다 5㎜ 늘어난 52㎜ 터빈 휠과 면적을 2.5㎟ 늘린 12.5㎟ 터빈 유로를 넣었다. 강력한 터보차저를 서포트 하기 위해 실린더 블록 형상과 재질을 개선해 엔진 내구성도 확보했다. 그 결과 약 5,500rpm부터 최고출력을 뽑아낸다.
19인치 휠 속에는 360㎜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와 고마찰 패드를 심었다. 벨로스터 N보다 용량이 크다. 아울러, 모터스포츠에서 가져온 브레이크 에어 가이드 구조와 더스트 커버에 자리한 냉각용 홀을 통해 성능을 안정적으로 끌어낸다.
N 브랜드 최초로 들어간 기술도 눈에 띈다. WRC 레이스카의 액슬 일체형 기술을 녹인 ‘전륜 기능통합형 액슬(IDA, Integrated Drive Axle)’이 대표적이다. 휠 조인트와 허브를 하나로 뭉쳐 부품 수를 줄였다. 조립 구조를 단순화하고 휠 베어링 횡 방향 강성을 올려 코너링 한계 범위를 크게 늘렸다. 무게 역시 약 1.73㎏ 더 가볍다.
엔진룸 속 흡기 관련 부품도 일체화와 함께 무게를 줄였다. 흡입 압력을 10% 이상 내려 엔진 반응을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연결하는 마운트 형상도 최적화했다. 앞 서스펜션에는 현대차 최초로 ‘듀얼 컴파운드 인슐레이터’를 넣었다. 벨로스터 N부터 들어간 듀얼 컴파운드 트레일링암 부시와 함께 앞뒤·좌우 방향별 충격에 대응한다.
주행성능
안팎 디자인 감상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먼저 슬라럼 코스에 들어가 아반떼 N과 친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노멀과 스포츠, N 모드에서 각각 조종 특성을 느꼈다. 확실히 벨로스터 N과 비교해 모드별 성격변화의 폭이 넓다. 벨로스터 N은 노멀 모드에서도 지나치게 딱딱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아반떼 N은 승차감이 한층 나긋나긋하다. 반면, N 모드에선 큰 차이는 아니지만 조금 더 민첩한 감각을 보였다.
이는 서킷 인근 굽잇길 주행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벨로스터 N을 탔을 때, 일상 용도로 접근하기엔 조금 불편했다. 고속도로만 줄기차게 타도 허리가 아팠다. 반면 아반떼 N은 부담이 적다. 이유가 있었다. 현대차는 아반떼 N을 개발하며 데일리카로 폭 넓게 활용할 수 있게끔 벨로스터 N과 방향을 달리 했다. 즉, 평상시 출퇴근 용도로 평범하게 타다가 와인딩이나 서킷에선 100% 표정을 바꾸는 '에브리데이 스포츠 세단'을 만들었다.
이러한 특성은 배기 사운드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배기 튜닝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시종일관 ‘방방’대면 스트레스다. 아반떼 N의 배기음은 노멀 모드에선 정말 조용하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화면 속 버튼으로 소리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N 모드에서는 속 시원한 소리를 내뿜는다. 특히 가속 페달에서 발 뗄 때마다 터지는 사운드가 일품이다. 벨로스터 N의 '파바바박' 하는 소리와 다른데, 더 자연스럽고 인위적이지 않다.
다음은 서킷 주행. 노멀과 스포츠, N 모드 등 각각의 주행모드로 총 1시간 가량 달렸다. 나는 운이 좋게 인스트럭터의 바로 뒤에서 주행했다. 공교롭게 인스트럭터의 차가 벨로스터 N이었다. 자연스레 인제스피디움 직선 주로에서 가속 성능을 비교할 수 있었다. 예상한 대로 아반떼 N이 금세 따라잡는다. 특히 NGS를 한 차례 쓰면 다음에 한 번 더 쓰기까지 약 3분이 필요했던 벨로스터 N과 달리, 아반떼 N은 40초로 크게 줄였다. 덕분에 매 랩마다 NGS를 쓸 수 있어 랩타임이 한층 더 빠르다.
시승차는 순정 브레이크 사양. 굳이 퍼포먼스 브레이크 옵션을 넣지 않아도 좋을 만큼 제동성능이 좋다. 무엇보다 약 20랩 가까이 돌아도 페이드 현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의외다. 또한,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N 그린 시프트 덕분에 서킷에서 적극적으로 다운시프트를 한다. 물론 패들시프터로 조작할 때 반응속도는 포르쉐 PDK 부럽지 않을 만큼 빠르다.
압권은 코너 탈출 할 때. 일부러 과감하게 차를 던지거나 선회 중간에 스로틀을 크게 열어도, 어지간해선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는다. e-LSD 덕분이다. 따라서 서킷 주행이 서투른 운전자도 자신 있게 휘두룰 수 있다.
그러나 오직 '운전의 재미'만 놓고 보면 나는 벨로스터 N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반떼 N은 어지간해선 꽁무니가 미끄러지지 않는다. 뒷바퀴 그립이 대단히 뛰어나다. 이유는 3가지로 추릴 수 있다. 먼저 휠베이스가 아반떼 N이 70㎜ 더 길다. 높은 다운포스를 위해 리어 스포일러도 달았다. 더욱이 타이어 너비는 벨로스터 N보다 10㎜ 더 크다. 막강한 그립과 e-LSD를 통한 빠른 코너 탈출속도를 자랑하지만, '민첩함'보단 '안정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총평
정말 오랜만에 가슴 뛰게 만드는 국산차가 나온 듯하다. 이 차는 과거 현대차가 내놓은 스포츠 쿠페, 스포티 세단과 결이 다르다. 이젠 걸출한 모터스포츠 경력이 배경으로 든든하게 자리했다. 과거 '란에보'나 'STI'를 동경했던 마니아라면 흠뻑 빠질 만큼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이제 우리가 살 수 있는 신차는 거의 내연기관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자동차다. 그 시간을 함께 할 '최종 파트너'로 아반떼 N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