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노가리시장

[장성열]

묵호에 가면 지게 하나로 먹고살 수 있다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기항지’ 로 불리던 곳이다.묵호 중앙시장 뒤편 안 골목은 전국 유일의 ‘노가리 시장’이 있었고, 전국에서 몰려온 노가리 도매 장사꾼들로 넘쳤다.

묵호에 살려고 온 사람들은 어느 해, 어느철에 왔느냐에 따라 첫 이미지가 달랐다.

오징어가 길거리에 발로 차일 정도로 많이 난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정작 눈에 보이고 냄새나는 건, 노가리뿐일 때가 많았다.

당시에는 리어카 대신에 지게가 전부였다.

오징어 찾아 온 사람들이 노가리를 지고 산동네 덕장 술집 식당으로 돌아다녔다.

부두에는 늘 지게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줄지어 있었다.

신참들은 바수쿠리에 싣고도 어디로 갈지 몰라서 한참을 두리번 거렸다.

물건 주인들도 두리번 거리고 신참들도 두리번 거렸다.

주인들도 자기 짐이 어디 실려 있는지 몰라 신참과 주인들은 서로 진땀을 뺐다.

아직 남아 있는 오징어 덕장이나 노가리 덕장은 빨랫줄이 되거나 이면수나 양미리를 널고, 요즘은 러시아 명태를 말리고 그 이름이 먹태, 혹은 묵호태라고 한다.

노가리 시장이 있던 자리에 광장이 생기고 칼국수 축제를 열고 있다.